3부. 좋은 습관을 지켜가는 삶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깊이 흔든다
습관은 내 안에서 시작된 것이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가 원해서 만든 것.
그러니 지켜내는 것도 결국은 나의 몫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습관은 사람 앞에서 자주 흔들린다.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늘 가까이 있는 사람들.
같은 공간을 오가고, 매일을 함께 나누는 사이에서
습관은 가장 쉽게 무너진다.
가족, 연인, 직장 동료 같은 사람들 말이다.
예를 들어 그런 날이 있다.
아이가 아프다.
잠 못 이루고, 마음이 쫓기고,
하루 종일 긴장을 놓지 못한다.
그날 나는 내 습관이었던 책도 못 펼쳤고,
명상도, 일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건, 습관이 아니라 아이였다.
마음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옮겨갔을 뿐.
반면, 사소한 언쟁이 오간 어느 날은 달랐다.
일상의 갈등이 만들어낸 감정의 파도.
그 파도는 생각보다 깊게 파고들었다.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고,
내가 소중히 지켜오던 루틴마저
의미 없이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습관은 ‘나를 위한 것’인데,
왜 타인의 감정에 이토록 흔들리는 걸까?
왜 나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내 일상의 중심을 빼앗기고 마는 걸까.
생각해보면,
사람 때문에 습관이 무너진 적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 덕분에 더 잘 지켜진 경우도 있었다.
밤마다 함께 걷던 시절이 있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서로 아무 말 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리되고,
그날의 스트레스도 한 걸음씩 풀려갔다.
혼자였다면 놓쳤을 텐데,
같이였기에 계속 걸을 수 있었다.
서로를 지켜보는 눈, 함께 만든 리듬.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 알았다.
습관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시작한 다짐이니까.
그래서 더더욱,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그 중심을 놓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가까운 사람과 함께 습관을 지켜갈 수도 있다.
서로 북돋우고,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건 아주 따뜻한 방식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함께하는 사이에는
거리와 균형이 필요하다.
같이하면 좋고,
혼자여도 괜찮은 게 습관이다.
관계는 늘 변한다.
가깝다가도 멀어지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투, 표정 하나에
하루가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소중히 지켜오던 습관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습관은 내가 나를 돌보기 위해 만든 것이고,
그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이 아니니까.
잠시 미뤄졌다고 해서 실패가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이다.
습관은 내 것이어야 한다.
함께하면 좋지만,
그게 의무가 되거나 강박이 되어선 안 된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나 스스로 선택하고 다짐한 루틴일수록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관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나만의 중심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그러니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다시 이어가면 된다.
습관은 늘 그렇게,
조용히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