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깜빡한다.
예를 들어 일요일 새벽, 라운딩이 잡힌 날.
눈 뜨자마자 서둘러 나설 땐, 아침 명상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밀려난다.
어떤 날은 하고 싶지 않다.
낙서일기를 쓰는 책상 앞에 앉는 일조차 버겁다.
온종일 쌓인 스트레스로 마음이 엉켜 있으면,
노트를 펼쳐 펜을 드는 일마저 부담스럽다.
쓰레기통 없는 집에서 하루를 버틴다고 상상해보자.
낙서일기는 내게 그런 쓰레기통 같은 존재다.
말로 꺼낼 수 없는 감정들을 버려두는 자리.
그런데 그런 날조차, 그냥 불 끄고 누워버리는 때가 있다. 아무 말도 적고 싶지 않아서.
그럴 땐 불안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속으론 ‘약속을 어긴 사람’처럼 마음이 찌그러진다.
어떤 습관은 “뭐, 그게 뭐 그리 중요해?”라고 넘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습관은,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흔들린다.
불안이 다짐보다 커질 땐,
그저 불안한 마음만 끌어안은 채, 습관으로 돌아가지 못한 날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내가 만든 습관이 내 일상을 바꿔주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작은 습관 하나로
몸이 회복되고, 마음이 안정되고,
삶이 조금 더 괜찮아졌다는 걸
내가 제일 잘 안다.
그게 내 마음을 다시 그 자리로 데려온다.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보다,
그 습관을 지키는 내가 조금 더 괜찮았다는 그 느낌이 나를 끌어당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아침 명상.
예전엔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용한 공간, 깔끔한 옷, 차분한 음악.
하지만 그 모든 준비가 부담이 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잠을 깨고 눈을 감은 채, 침대에 엎드려 손을 모으고 가볍게 기도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완벽이 아니라,
꾸준히 할 수 있는 구조로 가볍게 만드는 것.
그게 오히려 더 멀리 가는 힘이 된다는 걸 습관을 실천하면서 배웠다.
지금 돌아보면,
습관은 결코 ‘완벽’해서 오래가는 게 아니었다.
완벽하려고 애쓸수록
그 습관이 나를 지배하게 된다.
그 노트, 그 펜, 그 방식.
작은 틀에 내가 갇히는 순간,
습관은 더 이상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시험하는 무언가가 된다.
습관은 충실해야 하지만,
그 충실함조차도 내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무너지고 만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다시 시작하면 된다.
습관은 ‘잘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계속하려는 마음’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