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기.
아마 내가 가장 오래 이어온 습관이다.
그 시작은 꽤 절박했다.
새 병원을 열자마자, 코로나가 터졌다.
불안한 세상, 팽팽한 책임,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가족들은 위로보단 걱정을 쏟아냈고,
나는 이 선택이 맞았을까—스스로에게조차 말 못 할 후회가 밀려왔다.
그럴 때,
노트를 꺼냈다.
잘 쓰려고도, 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쏟아냈다.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하는지.
함께 시작한 사람은 왜 그렇게밖에 못 하는지.
세상도, 사람도, 그리고 나 자신도.
어느 날은 몇십 장을 미친 듯이 써 내려가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어떤 날은 슬프게, 어떤 날은 헛웃음 섞인 분노로.
그 노트는 어느새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받아주는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낙서일기를 쓰면서
나는 조금씩 내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잘하고 있다’는 다짐만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도,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도,
비겁한 감정조차도,
다 내 안에 있다는 걸.
그걸 굳이 부정하지 않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관계 속에서도 달라졌다.
무조건 괜찮은 척하지 않고,
내가 부족한 부분은 솔직히 말하면서
서로를 더 믿게 되었다.
모든 걸 다 잘하려 애쓸 필요는 없었다.
‘나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그보다 훨씬 강한 힘이란 걸,
낙서일기가 가르쳐주었다.
어느 순간,
그 노트를 펴는 일이
당연해졌다.
어디에 있든,
마음이 복잡하든 말든,
손이 먼저 그 자리를 향한다.
‘이건 이제 내 것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구를 따라 한 것도 아니다.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루틴.
낙서일기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
돌아보면,
습관이 자리를 잡기 전까진
늘 선택의 싸움이었다.
귀찮음을 이길 것인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인지.
지켜야 한다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했다.
끈기, 뻔뻔함, 그리고 자기 믿음.
그게 쌓이고 쌓여서
비로소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나는 믿는다.
습관은 결국 시간이다.
오늘 아무리 잘해도,
내일 하지 않으면
그건 습관이 될 수 없다.
완벽한 하루보다,
꾸준한 시간이 더 중요하다.
자주, 조금씩, 오래.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친구 같은 낙서일기를 펼친다.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조금씩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