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변화는 어디서 오는가

by 골드펜

작은 일상의 의식들


평생을 함께한 늦잠을 버리기로 했다.
2025년부터는 7시에서 단 몇 분이라도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51분으로 알람을 맞췄고, 며칠 뒤에는 45분으로, 다시 조금씩 시간을 앞당겼다. 새벽잠 때문인지 처음 일주일은 하루 종일 몽롱했다. 그러나 그 몽롱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몸은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리듬을 받아들였다.


여름 내내 잠을 방해하던 열기가 식고, 가을 새벽의 냉기로 바뀌었지만, 창문은 여전히 열어두었다. 끔찍했던 열대야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알람이 울리면 방 안은 여전히 캄캄하다. 암막 커튼 때문인지, 아직 어둠이 남아 있어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대로 누운 채 기지개를 켜고, 억지로라도 웃어본다. 하루를 웃음으로 시작해보려는 작은 시도다. 이어서 몸을 돌려 손을 모으고 짧게 기도한다. 그때그때 세운 목표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말 몇 마디면 충분하다. 15초 남짓한 시간이다.


거실로 나오면 아내는 아침 준비를 하고 있고, 아이들은 아직 잠들어 있다. 독서등을 켜고 노트를 펼친다. 머릿속을 스친 생각 한 토막, 자고 나서도 정리되지 않은 전날의 감정들을 손이 가는 대로 적는다. 제대로 해보고 싶은 일,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 이유 없이 떠오른 상상들까지. 글씨는 알아보기 힘들 만큼 흐트러져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누구에게 보일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든 미래든, 머릿속에 얽힌 것들을 노트에 내려놓고 나면 묘한 평온이 찾아온다. 몇 장을 채우고 나서야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선다.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는 동작에는 더 이상 고민이 없다. 오늘은 걸을지 말지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이 아니라 그냥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인다. 일단 집을 나서고 나면 어느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걷다 보면 알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이유로 걷고 있다는 사실을. 걷지 않았다면 몰랐을 풍경이다. 빠르게 걷다 보면 숨이 차오르고 맥박이 오른다. 운동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화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걷는 동안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며 소음을 만들다가, 어느 순간 툭 하고 사라진다. 걷기를 마치고 집 근처에 이르면 마음은 지극히 편안해져 있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불안에 쓰이던 에너지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옮겨간다.


나이가 오십을 넘어서면서 나는 너무 큰 변화를 시도했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안정적인 상태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예상보다 쉽게 무너졌다.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자신감은 현실 앞에서 힘없이 접혔다. 되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지점에 서 있었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해야 했다. 멈출 것인지, 불완전하더라도 움직일 것인지.


걷고, 쓰고, 다시 걷는다.
겉으로 보면 똑같은 루틴의 반복이다. 그러나 걸으면서 떠올리는 생각은 매번 다르고, 매일 적는 노트의 내용도 같지 않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여전히 나는 하루를 작은 단위로 살아간다. 하루치의 마음만 겨우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들고 아침을 맞는다. 기적처럼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멈춰 있지는 않다. 느리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현실은 그대로 유지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의 상태를 받아들이겠다는 무언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게라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현실은 더 이상 그대로 머물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움직임에 대한 기록이다.
걷고, 쓰고, 같은 자리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의 이야기.
변화는 어디서 오는가.
아마도 그것은 이렇게 조용한 일상의 틈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