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변화는 어디서 오는가

by 골드펜

2.

우리는 참 바쁘게 살아간다.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관계를 맺으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이 꽉 차 있어 보이는 순간에도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이 찾아온다. 무언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마음 한켠이 비어 있는 것만 같다.


이 허전함은 ‘공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집안 가득 쌓인 물건들,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들 속에서도 우리는 문득 텅 빈 공간과 마주한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이렇게 허전할까?”


허전함은 모순처럼 보인다.

부족한 것이 없는데도 비어 있는 느낌이 들고, 채워졌는데도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 모순이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허전함의 바닥에는 늘 그리움이 있다. 그리움은 결핍이 아니라, 삶이 여전히 무언가를 향하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계속 자라고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마음속에 비어 있는 자리를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허전함은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는 밤늦게 돌아온 집 거실에서 느끼고, 어떤 이는 가까운 이와 대화를 나누다가도 느낀다. 또 어떤 이는 긴 여행길에서, 눈부신 풍경 앞에서조차 그 허전함을 경험한다. 꼭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순간, 잠시 멈췄을 때 더 또렷해진다.


우리는 이 허전함을 서둘러 없애려 한다.

새로운 물건을 사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더 많은 성취에 심취한다. 잠시 동안은 채워진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허전함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바닷물 위에 그려 놓은 글씨처럼, 채웠다고 믿었던 것들은 곧 흩어진다.


허전함을 반드시 메워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말기를.

허전함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허전함은 결핍이 아니라 초대다. 멈춰 있던 마음을 흔들고, 다음을 향해 고개를 들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사람은 늘 그리움 속에서 살아왔다.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그리워하고, 아직 만나지 못한 내일을 그리워한다. 그리움은 우리를 현재에 붙잡아 두지 않는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더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조금은 달라지고 싶다”는 소망은 대부분 이 그리움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허전함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

만약 전혀 허전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늘 같은 자리에 머물며, 다른 길을 상상할 이유조차 잃게 될 것이다. 허전함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변화를 밀어낸다.


허전함을 급히 없애려 하지 말자.

허전함을 조용히 들여다보자. 그 안에 어떤 그리움이 숨어 있는지, 무엇을 향해 움직이고 싶은 마음인지 살펴보자. 비어 있는 자리는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들어오도록 비워놓은 공간이다.


허전함을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 보면,

가슴에 품고 있던 변화의 씨앗을 발견할수 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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