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Apr 10. 2022

1000곳의 카페 중 최애 카페들

독후감으로 정리하며 읽은 책이 2,000여 권이니 내가 카페를 방문한 횟수는 최소 3,000번은 될 것다. 독서량과 카페 방문 횟수가 무슨 상관이냐고? 나는 책을 웬만하면 카페에서 읽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다 읽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 ÷ 카페에 머무는 평균 시간 > 3) 그리고 책을 읽지 않아도 다양한 이유로 카페를 가니 3000훌쩍 넘을 것 같지만 세보지는 않아서 일단 3000이라고 해두자.


본업이 브랜딩/마케팅인 영향도 있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라 새로운 카페가 생기면 아묻따 가보는 편이다. 그래서 동일한 카페보다는 새로운 카페를 더 자주 가는 편이다. 특히 1년 넘게 갭이어를 할 때(백수일 때)는 하루에 두세 곳의 새로운 카페를 가기도 했다. 3,000번 중에서 1/3의 확률로 새로운 카페를 갔다고 했을 때 대략 1000곳의 카페를 가보지 않았을까 싶다.


네이버 지도에 주로 카페를 저장하는 편인데, 지도만 봐도 1000 곳 정도는 가본 듯하다


이렇게 로운 카페들을 가는 와중에도 나름 여러 번 가게 되는 나만의 최애 카페들('최'와 '들'을 함께 쓰는 모순은 양해 부탁드리며)이 생겼다. 다양한 이유로 최애 카페들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한 번 정리해볼까 한다.


* 서울에 거주하다 보니 서울 카페만으로 최애 카페를 적게 되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양한 지역의 카페들도 한 번 정리해볼까 한다.



1. 아메리카노가 가장 맛있는 카페

개인적으로 뜨죽아(뜨거워 죽어도 핫 아메리카노)라서 웬만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마시지 않는데 칼티커피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거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뜨죽아 동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순간 얼죽아가 될 뻔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이렇게 다양한 풍미를 뿜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이다.


처음 블루보틀에 대한 인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카페 딱 그 정도였다. 그래서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서 기다리지 않고도 마실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블루보틀에서 싱글 오리진 아메리카노를 마셔봤는데 너무나도 놀랐다. 처음 느껴보는 찐득한 아메리카노에 머리가 띵했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라는 말이 그냥 단순한 마케팅 기믹이 아니었구나를 절절히 느끼며 그 후로도 한산한 시간 때를 골라 종종 블루보틀에 들러 이 찐득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한다.  



2. 라테가 가장 맛있는 카페

융드립으로 유명한 헬카페에서 나의 베스트는 라테였다. 카페 이름처럼 지옥에 온듯한 어두운 조도에 으스스한 음악이 만드는 바이브에 딱 맞는 라테였다. 지옥에 이 정도 라테가 있다면 몇몇 사람은 지옥에 머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쓰고 보니 좀 과한 찬사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아묻따 바리스타가 시키는 대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커피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로.


3. 아인슈패너가 가장 맛있는 카페

아인슈패너는 웬만하면 다 맛있다. 그래서 특출 나게 맛있는 아인슈패너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존재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런 아인슈패너를 파는 곳이 있다. 바로 태양커피다. 여기너무나도 유명해서 대부분 아시겠지만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분들은 꼭 한 번 방문해서 궁극의 아인슈패너를 맛보시기를 바란다.


4. 초집중이 필요할 때 가는 카페 

이곳은 바닥이 목(木) 구조라서 걸을 때 삐걱삐걱한 소리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조용한 곳이다. 무슨 소리냐고? 사람들이 이러한 소리가 나기 때문에 더 조심히 살금살금 걷는 분위기가 형성된 카페이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들도 서로 떠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지어 손님들에게 주문을 받을 때도 말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느낌이 든다.(이 때문에 '차갑다' 혹은 '불친절하다'는 평도 있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젠(Zen)'스러운 풍경과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기에 알맞은 조도까지. 초집중이 필요할 때 나는 꼭 이곳을 찾는다. 계절에 따른 풍경 변화는 보너스다.



5. 음악이 고플 때 가는 카페

누군 그렇지 않겠냐만 나의 취미 중 하나가 음악 감상이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또 하나의 취미가 '작곡'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을 조합하여 나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인테리어나 커피맛이 개판이어도 음악만 좋으면 그곳을 좋아할 정도다. (신기하게도 음악이 좋은 곳이 인테리어와 커피맛이 개판인 곳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요새 워낙 감각 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좋은 음악을 트는 곳은 너무나도 많다. 그중에서 무대륙중지추인 이유는 음악이 다 좋으면서도 대중들이 잘 모르는 음악을 튼다는 데에 있다. 홍대병을 자극하는 그러한 음악들로 가득한 무대륙에 있다 보면 나의 감각도 업그레이드되는 듯한 자기 계발적 짜릿함도 느낀다.

여기는 그야말로 취향저격이다. 나는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힙합'을 더 높은 비중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내 취향을 저격하는 군드립커피숍은 오로지 '힙합/R&B'만을 튼다. 그것도 엄청나게 좋은 노래들로만. 음악이 너무 좋아서 내가 평소에 잘하지 않던 사장님께 말 걸기를 시전 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카페를 하기 전에 흑인음악을 하던 분이었다. 역시 이러한 선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이곳은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가 힙합적이다. 커피 쿠폰에는 '샤라웃'이 찍히고 카페 내부 곳곳에는 힙합을 좋아해야만 알 수 있는 문구와 인물들로 가득하다. 이곳은 우리나라 유일무이 힙합 성지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쉽게도 작년에 이 카페는 문을 닫았다.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이전 20화 2000권의 책 그리고 인생을 흔든 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