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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04. 2024

성공을 부르는 한 끗 차이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는 것. 그 반대로 무언가에 관심이 없어지는 것. 이유는 생각보다 사소하다. 사소한 차이가 호불호를 가르고 관심과 무관심을 구분 짓는다. 지난주에 나의 관심을 훔쳐간 세 곳 또한 사소했다. 그래서 사소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이 사소함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 말이다. 다른 말로 이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오늘은 성공을 부르는 한 끗 차이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볼까 한다.


1. 쇼핑백의 존재 이유?

본인 몸만 한 크기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성수동에 나타났다. 쇼핑백의 색상은 눈이 차가울 정도로 강렬한 블루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기발한 마케팅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오르곤 하는 패션 브랜드 아더 에러의 리미티드 쇼핑백이다. 


쇼핑백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말 그대로 '쇼핑'한 물품을 담는 '백'이다. 조금 더 생각해 보자. 또 다른 존재 이유가 떠오른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이동형 광고판이다. 패션 브랜드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쇼핑백의 색상도 강렬하게, 로고도 크게 넣으려고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광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력이 강할수록 소비자는 더 적극적으로 쇼핑백을 들고 다닌다. 심지어 당근과 같은 중고시장에서 쇼핑백만 구매하기도 한다. 브랜딩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더 에러는 이를 간파했고 쇼핑백의 크기를 최대화했다. 브랜드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지금 시점에서 해볼 만한 영리한 한 끗 차이 시도인 듯 보인다.


2. 분위기를 먹는 이자카야

서대문역 근처에 위치한 후라이보이는 평범한 이자카야다.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식 간판에 일본 음식에 일본 술을 파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이자카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랐다. 순간 일본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콘셉트의 일관성에 그 답이 있었다. 


매장에서 프랑스 음악을 틀면 프랑스 와인이 더 팔리고, 독일 음악을 틀면 독일 맥주가 더 팔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른 감각과 관련된 연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88% 정도 확신한다. 우리는 연상 감각에 자극을 받아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자카야에서는 이 부분을 간과한다. 멜론 top 100에 오른 음악을 튼다든지, 직원의 의상이 전체적인 풍과 어울리지 않는다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매장에 들어서면 나는 향 자체가 전혀 다른 국가를 연상시킨다든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전체적인 고객 경험을 헤친다. 후라이보이는 이 모든 것을 일정 수준 이상 지킨 듯 보였다.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일관성이라는 한 끗 차이였다.


3. 창고를 고객경험의 공간으로

맥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문래동에 가면 꼭 방문하는 펍이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비어포스트 바이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작은 원룸크기의 냉장창고에 직접 들어가서 맥주를 고를 수 있는 신선함 때문이다. 일반인이 살면서 냉장고에 들어가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하겠는가? 하얀 입김이 호호 나올 정도로 내부는 춥다. 그럼에도 다양한 맥주를 보는 즐거움 때문에 추위를 버티며 맥주를 고르곤 한다. 


대부분이 냉장창고를 고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둘 때 비어포스트 바는 매장의 한 가운데에 두고 핵심요소로 만들었다.  이 사소한 한 끗 차이가 비어포스트 바만의 차별화를 만들어냈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Gary El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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