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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18. 2024

신(新)은 디테일에 있다

"신(神)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독일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디자인 과정에서 세부 사항까지 꼼꼼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러한 건축 철학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신은 디테일에 있다"가 널리 알려졌다. 지난주에 마주친 세 가지 디테일은 신(神)이 아닌 신(新)이었다. God이 아니라 New였다. 


1. 말하지 않고 말싸움에서 이기는 컵

유세윤 공식 인스타그램 

인터파크 마케팅 캠페인으로 서로 얼굴을 알아보는 사이(?)가 된 유세윤(님 생략)의 SNS를 즐겨보는 편이다. 그의 재치도 재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다. 그의 콘텐츠 중 가장 오랫동안 업로드 되는 것이 아마도 '부부싸움' 테마일 것이다. 부인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유세윤이 재치 있게 받아치는 게 웃음 포인트다.


이번 영상은 부인만 이야기하고 유세윤은 잠잠히 듣는 내용이다. 한 가지 디테일이 있다. 바로 그가 들고 있는 컵이다. 컵 옆면에는 'Have a nice day'라는 지극히도 뻔한 문구가 적혀 있다. 반전은 아랫면이다. 그가 컵을 들고 마실 때마다 아랫면에 그려진 가운데 손가락이 부인을 향한다. 댓글창에는 컵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보는 글로 가득했다. 참 별거 아닌데 사소한 디테일 하나로 컵이 살았고 콘텐츠가 새로워졌다. 


2. 무 브랜딩

브랜드의 어원은 '태우다'라는 뜻의 고대 노르드어 'brandr'라고 보는 게 유력하다.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 가축에 낙인을 찍는 것이 브랜드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방문한 이자카야에서는 가축이 아닌 '무'에 브랜드를 새겨 놓았다. 무 브랜딩을 한 것이다.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서? 당연한 말이지만 아니다. 먹는 사람 머릿속에 브랜드를 낙인 하기 위해서다. 음식점도 이제는 단순 포만감이 아닌 브랜드를 남겨야 하는 시대다. 배가 아닌 머리를 노려야 새로워진다. 


3. 절대 안 사던 사은품까지 만들게 한 충주시 홍보맨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매하면 90% 이상의 확률로 사은품도 구매할 것인지 물어보는 창이 열린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은품을 산적이 없다. 수년간 이어져온 기록이 최근에 깨졌다. 충주시 홍보맨이 쓴 <홍보의 신>이라는 책을 사면서. 


책을 구매할 때 100원만 더 내면 사은품으로 충주시 관광/맛집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소비자에게도 좋지만 잘 생각해 보면 충주시 홍보맨이라는 닉네임에도 딱맞는 제안이었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충주시를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충주시를 방문하게 만드는 것일 테니 말이다. 사은품이라는 디테일로 많은 것을 챙긴 충주시 홍보맨. 역시 홍보의 신답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Agê Bar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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