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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11. 2024

회사도 소비자도 힘들게 하는 '애매함'에 대하여


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이 '애매함'에 봉착했을 때다.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물 때 고(Go)와 스톱(Stop)을 결정하기 힘들다. 결정의 시간이 미루어질수록, 돈은 분침 시침처럼 째깍째깍 쉬지 않고 움직이며 사라진다. 인재를 채용할 때도 그렇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지원자를 마주하면 기나긴 고심의 시간이 시작된다. 고심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내부 인력의 고생의 시간도 길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상품과 서비스를 마주하면 지갑을 열지 말지 고민이 된다. 특히나 평소에는 아끼다가 중요한 것(때)에는 아낌없이 쓰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한 번의 소비 실패가 크나큰 대미지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곤란하게 만드는 애매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1. 증류식 소주. 화요, 일품진로, 여유. 

소주를 잘 못 마신다. 너무 빨리 취하기도 하고 다음날 숙취도 심해서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희석식 소주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증류식 소주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왔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아는 분의 권유로 증류식 소주를 마셔봤는데 괜찮았다. 특히나 얼음잔에 진토닉과 섞어 먹으니 꽤나 마실만 했다. 그 후로는 종종 증류식 소주를 마시곤 한다.


오랫동안 화요만 마시다가 최근 들어 일품진로와 여유를 마셔봤다. 맛이 조금씩 차이는 있었으나 확연하게 이 브랜드가 최고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용기의 디자인도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브랜드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나는 차별점은 느끼지 못했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되는가? '대세감'이다. 혼자 마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술을 마시게 된다. 정확히는 대부분이 좋아한다고 여겨지는 술을 마시게 된다. 가장 아이러니한 상황은 모두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좋아한다고 여겨지는 술을 고르게 될 수도 있다. 애매한 시장의 아이러니다.


2. 꽃피는 봄에 크리스마스 선물 광고?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수많은 광고를 보게 된다. 평소에 관심 있는 브랜드라면 눈에 들어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개 스쳐 지나가는 소음에 불과하다. 배너를 눈앞에 들이대도 보이지 않는 배너 블라이드니스(Banner Blindness) 현상이다. 며칠 전에 내가 관심 있던 브랜드도 아니고, 관심 있던 상품도 아닌데 눈에 확 들어온 광고가 있었다. 크리스마스/연말 선물 광고였다. 꽃피는 봄에 크리스마스 광고라니? 이건 기획자의 참신한 기획인가, 아니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실수인가? 애매하다. 


3. 인텔리젠시아는 어떠한 감성인가?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쾌속선이고, 블루보틀은 일본 나룻배다. 커피가 나오는 속도도, 매장이 풍기는 분위기도, 대표가 영향을 받은 모든 문화도 그러하다. 블루보틀과 함께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는 어떨까? 지난주에 급히 방문해 봤다.


최근 서촌에 인텔리젠시아 한국 1호점이 오픈했다. 붐비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평일 오후 4시쯤 방문했음에도 매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일단 한옥풍의 매장은 다분히 한국 감성이었다. 문 앞에서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후드티를 입은 직원은 미국 느낌이 물씬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대표느낌이랄까? 주문 이후에 제조가 들어가는 주력 메뉴인 드립 커피는 블루보틀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다도문화를 연상케 했다. 혼란스러웠다. 인텔리젠시아는 과연 어떤 감성을 말하려는 걸까? 어떤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설정한 걸까? 다채로움일까 일관성 부족일까. 고객이 곧 판단하리라 본다.



https://brainmade.tistory.com/10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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