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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30. 2024

작은 브랜드는 꼭! 기억해야 할 단어 ZERO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실용서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를 출간한 후, 다양한 모임과 북토크를 통해 ZERO 프레임워크에 기반하여 브랜딩 조언을 해왔다. 실제 스몰 브랜드 컨설팅에서도 ZERO를 활용한 전략을 제시하며, 이 원칙을 실무에도 적용하고 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40618



이렇게 책에 담긴 내용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업무에 적용하다 보니,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ZERO에 맞춰져 있었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건이나 현상도 자연스럽게 ZERO라는 프레임워크로 해석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책 출간 이후 새롭게 알게 된 사례를 ZERO로 해석하여 공유해볼까 한다.


Z: Zigzag (극단적 차별화)


“나다움을 뾰족하게 만들어 특정 고객의 특정 문제를 해결한다.” 책에서 극단적 차별화의 핵심으로 강조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최근에 알게 된 사례가 이러한 관점에서 차별화가 인상적이었다. 쉽게 말해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족감을 선사하는 차별화였다.


유튜브 채널 ‘Ending Credits’가 그 주인공이다. 유튜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채널이다. 언뜻 보았을 때 차별화 포인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요새 유행하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처럼 영상과 폰트가 미니멀하다. 차별화 포인트는 자세히 살펴보면 보인다. 바로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엔딩 크레딧 포맷으로 나오는 영상이다. 영상 시작과 동시에 ‘The End’라는 글자가 뜨고 엔딩 크레딧처럼 플레이리스트가 중앙정렬로 한눈에 들어오게 나온다. 좋은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볼 때마다 전체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느라 본문과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 채널은 차별화 포인트 자체가 고객의 편의성까지 담보했다.

유튜브 채널 'Ending Credits'


책에서 차별화의 방법으로 세 가지를 말했는데 그중 ‘타임머신 전법’을 활용한 것이다. 타임머신 전법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벤치마킹은 거리감에 비례하여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같은 카테고리에서 벤치마킹을 하려고 한다면 최신 사례가 아닌 아주 오래전에 성공했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다. 뉴진스가 30년 전의 테크노뽕짝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이와 다르게 같은 시간대라면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서 참고하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자동차 업계의 컨베이어벨트 공정에서 영감을 받아 패스트푸드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Ending Credits’의 경우 같은 시간대에 다른 카테고리인 영화에서 적절하게 벤치마킹을 했고 그것이 차별화로 주요했던 것 같다.


E: Engage (고객 참여)


최근에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았다. 나를 캐릭터화한 이네스야 점토공방의 점토인형이었다. 옷차림뿐만 아니라 디테일이 살아있어 정말 나같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나도 선물을 해보았는데, 단순히 사진 한 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뒷모습까지 체크하며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여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선물을 하는 사람도 최종 제작물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네스야 점토공방에사 만들어준 캡선생 인형


이것이 고객 참여의 대표적인 예이다. 책에서는 상품이 완성되기 전인 ‘Pre 참여’, 상품을 경험하는 과정인 ‘Ing 참여’, 상품을 경험한 후인 ‘After 참여’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위의 경우는 ‘Pre 참여’에 해당한다. 상품이 완성되기 전부터 고객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Pre 참여’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작은 브랜드가 요새 많이 보인다.


최근에 모임에서 만난 분도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었다.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분신 같은 인형을 만드는 비즈니스였다. 단순히 사람과 닮은 인형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반영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고객과의 인터뷰 이후에 그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시현하다’가 떠올랐다. 이렇게 고객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면 결과물에 대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R: Repeat (반복 또 반복)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기존에 유명했던 셰프는 물론이고 대중이 새롭게 알게 된 재야의 고수가 총출동하여 수많은 밈과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인물을 꼽자면 단연 ‘유비빔’씨다.


비빔밥을 너무나도 좋아해 본인 이름은 ‘유비빔’, 아들 이름은 ‘유융합’으로 개명했다. 심지어 아내와 딸 이름도 각각 ‘김비빔’, ‘유퓨전’으로 개명하려 했으나 이는 다행히도(?) 실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비빔씨는 비빔과 판소리를 비빈 ‘비빔소리’, 한글과 로마자를 비빈 ‘비빔문자’까지 만들었다. 그의 식당을 방문하면 사방팔방이 ‘비빔’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사진 출처: 유비빔 공식 인스타그램


누군가에게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하나의 키워드를 반복하면 결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비빔=유비빔’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수많은 업체가 수십에서 수백억 원을 써도 이룰까말까한 어려운 일이다. 이것이 바로 ‘반복’의 강력함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은 비빔밥을 먹고 싶을 때도, 비빔국수를 먹고 싶을 때도 ‘유비빔’씨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한 개인이 ‘반복’을 통해 ‘보통명사’를 획득한 것이다. 반복은 어려운 전략이 아니다. 브랜드의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꾸준히 그리고 남들이 뭐라 하건 용기 있게 반복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브랜드명은 보통명사가 되고 보통명사는 브랜드명이 된다.


O: Optimize (최적화)


사업을 함에 있어서 최적화는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브랜딩/마케팅 책이 다루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적화를 고려하지 않는 브랜딩과 마케팅은 생존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는 바다수영과 같다.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래서 독자가 재미없고 어렵다고 느낄 것을 알면서도 굳이 ‘최적화’를 ZERO의 마지막 단어로 넣게 되었다. 책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했으니 여기서는 간단하게 한 가지만 짚으려 한다. 최적화는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마케팅 비용을 찾고 집행하는 것’이다. 마케팅 비용을 최소한으로 쓰는 것이 최적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최적화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실제로 계산을 해야 해서 초보가 쉽게 따라 하기 힘들다. 그래서 요새 강연에서 주로 알리고 있는 것은 ‘콘텐츠 최적화’다.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데 들이는 인풋 대비 가장 나은 아웃풋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최소한의 시간과 에너지로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해가며 콘텐츠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나의 방법을 공유하면 이렇다.


스레드에 1분 안에 쓸 수 있는 짧은 글을 틈날 때마다 올린다 -> 그중 좋아요가 100개가 넘는 글이 있으면 브런치에 조금 더 긴 형식으로 쓴다. 대략 3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 브런치 글도 반응이 좋으면 유튜브 영상 작업을 한다. 이때는 편집까지 대략 1시간에서 2시간이 걸린다.

스레드에서 좋아요 543개를 기록한 콘텐츠를 캡처해서 인스타그램 릴스로 만들어 33만 조회수 달성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최소화된 상태에서 대중의 반응을 검토해가며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긴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만든다고 대중이 꼭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만들게 된 방법이다. 마치 직장에서 상사에게 컨펌받으며 차근차근 디벨롭하듯, 소비자에게 컨펌받으며 디벨롭을 하는 것이다. 들이는 노력 대비 실패 확률이 상당히 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콘텐츠 최적화 방법이다.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언행일치’라고 생각한다.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는 일종의 나의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이 ‘말’을 실천하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활용하며, 꾸준히 ‘행’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책의 내용을 실제 사례와 경험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브랜딩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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