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에는 <흑백요리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영상을 보지 않은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올해, 아니 작년까지 포함해서 내가 집중해서 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바로 <흑백요리사>다. 심사위원들의 적절한 균형과 신구 조화가 어우러진 참가자들, 그리고 매회 이어지는 긴장감이 이 프로그램을 진정한 웰메이드 콘텐츠로 만들어주는 듯하다. 사실 요리 프로그램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즐겨볼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흑백요리사> 8-9화는 레스토랑 미션이었다. 각 팀에 300만 원의 운영 자금이 주어지고, 이를 활용해 세 가지 메뉴를 개발하고 가격을 설정해야 했다. '매출'이 핵심 평가 기준이었다. 따라서 이번 미션의 핵심은 ‘셰프의 요리 솜씨’가 아니라 ‘사업 능력’이었다. 이 미션을 보며 사업을 했던 사람이라면 눈에 띄었을 세 가지 인사이트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1.고객에서 출발한다
다른 팀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메뉴를 중심으로 가격을 설정했지만, 최현석 셰프 팀은 달랐다. 이 팀은 메뉴 개발의 출발점을 고객으로 삼았다. 이 미션의 고객은 방송국이 제공한 돈을 쓰는 패널이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고객이 돈을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판단한 최 셰프는 메뉴별 가격을 높여 객단가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빠른 조리였다. 운영 시간이 2시간 30분밖에 되지 않았기에, 고객들이 여러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였다. 고객 중심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비록 최현석 셰프 팀의 음식이 가장 호평을 받지는 못했어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2. 핵심은 재구매
미션을 지켜보던 백종원 심사위원은 한 마디로 핵심을 짚었다.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같은 메뉴를 또 한 번 주문하게 만든 것이다.” 백종원이 강조한 ‘재구매’는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광고의 목적은 ‘신규 구매’를 발생시키는 데 있다. 그러나 광고를 통한 신규 구매에는 큰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반면 재구매는 고객이 만족했을 때 자발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광고비 없이도 매출이 발생한다.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 비즈니스는 결국 끊임없이 광고에 의존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백종원의 이 한 마디는 사업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3.찐 고객 후기를 분석
고객 조사는 중요하지만 종종 고객의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기대와 어긋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객의 실제 반응, 즉 지갑이 열리느냐 마느냐가 가장 정확한 피드백이다.
음식점의 경우 가장 확실한 고객 후기는 음식을 얼마나 남겼는지이다. 9화에서는 백종원 대표와 정지선 셰프가 짬통에서 남긴 음식을 직접 확인했다. 정 셰프는 남은 음식을 보고 어떤 메뉴가 문제인지 파악했고, 백종원 대표는 남은 스테이크를 직접 맛보며 개선점을 찾았다. 이처럼 비즈니스의 개선은 찐 고객 후기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진 출처: 유튜브 '넷플릭스 코리아'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