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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21. 2024

파리에서 만난 핑크색 엄마와 수산시장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들렀던 파리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가 계속 내렸고, 에펠탑이나 몽마르트 같은 유명 관광지에서는 호객 행위가 너무 과했으며, 지하철은 더러웠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나 다시 찾은 파리는 전혀 다른 기분을 선사했다. 비가 오는 날씨 덕분에 파리의 야경은 더욱 아름다웠고, 관광지에서의 호객 행위는 생동감을 더해주었으며, 지하철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낭만적이었다. 같은 공간을 다른 감정으로 마주하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느껴졌다.


이런 좋은 기분을 안고 방문한 두 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로 핑크마마와 코다와리 라멘이다.


1. Pink Mamma(핑크마마)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요식업 대표님(흑백요리사에도 출연한)이 요즘 유럽에서 핫한 브랜드로 빅마마그룹을 소개해주었다. 유럽에 가게 되면 꼭 방문해보라는 추천과 함께. 직관적인 이름 덕분에 한 번 들은 이름이 기억에 계속 남았다. 마침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그 빅마마그룹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핑크마마에 갈 기회가 생겼다.


핑크마마는 몽마르트 근방, 물랑루즈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건물 전체가 핑크색으로 칠해져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내가 바로 핑크마마야”라고 외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었다. 예약을 했음에도 대기줄이 있어 조금 기다린 후 2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물고기 모양의 물병이 우리를 반겼다. 물고기만큼 물을 상징하는 디자인도 드물지 않은가? 직관적이고 명백한 디자인이었다.


외관이 핑크색으로 직관적이었다면, 내부는 ‘엄마’의 따뜻함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유리 천장과 큰 화분들이 배치된 공간이 편안함을 주었고, 직원들의 미소가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인 블로거들의 평이 그리 좋지 않아 음식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훌륭했다. 파리의 다른 음식점과 비교해봤을 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으며, 메뉴 주문과 결제는 QR코드를 사용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비밀 칵테일 바 No Entry도 흥미로웠다. 이름부터 출입금지를 의미하는 No Entry라니 다음번엔 꼭 출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크마마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직관적’이다.


2. Kodawari Ramen Tsukiji(코다와리 라멘 츠키지)


브르 박물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숙소를 잡았다. 멀리서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숙소를 보았다. '숙소가 이렇게나 핫플이라니?'라는 생각이 들 찰나 자세히 보니 숙소가 아닌 바로 건너편에 사람이 가득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한자가 적힌 간판을 보고 대충 중국 혹은 일본 상점이 아닐까 싶었는데, 구글지도로 검색해보니 일본 라멘집이었다. 그런데 그냥 일본 라멘집이 아니었다. 정어리가 들어간 독특한 라멘을 파는 가게였다. 호기심천국인 나이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의 너무 비리다는 리뷰 때문에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왔다. 그래도 파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라멘집이니 한 번 방문해볼까 하던 찰나에 가게앞을 보니 평상시와 달리 사람이 없었다. 바로 가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파리가 아닌 일본의 츠키지 수산시장이었다. 얼음으록 가득찬 하얀색 스티로폼 상자에 생선이 놓여 있고, 바닥은 도로 돌바닥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맨홀 뚜껑도 있었다. 직원들도 츠키지 수산시장 상인처럼 방수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으며 "이랏샤이마세"라는 서툰 일본어로 인사를 건넸다.


정어리 라멘과 랍스터 마제면을 주문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해산물의 비린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달콤한 닷사이 사케와의 조합도 완벽했다. 검색을 해보니 파리에 코다와리 라멘이 두 군데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루브르 박물관 근처 츠키지점은 해산물 라멘, 오르세 박물관 근처 요코초점(일본어로 '골목 옆 작은 가게'라는 의미)은 닭육수 라멘 전문이었다. 요코초점은 미슐랭 스타 맛집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요코초점도 가볼까 한다. 


코다와리 라멘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컨셉추얼’이다.


파리에서 만난 두 장소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공간이었다. 한 곳은 가장 직관적으로 파리다웠고, 다른 한곳은 컨셉적으로 가장 일본다웠다. 두 곳의 공통점이라면 '~다움'이 그 어떤 가게보다 돋보인다는 점이었다. 


[1인 기업, 자영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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