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름’이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마르셀 뒤샹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변기에 ‘Fountai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맥락을 부여했을 때, 평범한 변기는 유일무이한 작품이 되었다. 이처럼 이름은 브랜드의 본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는 로고가 있다. 단순히 이름을 적은 워드마크(wordmark) 형태의 로고부터, 애플이나 트위터처럼 상징적인 심볼(symbol) 형태의 로고까지 다양하다. 넷플릭스의 ‘두둥’ 처럼 소리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사운드 로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도 있다.
이처럼 브랜드를 상징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소비자의 시선을 빠르게 사로잡는 것이 대표 색상이다. 카카오 하면 ‘노란색’, 네이버 하면 ‘초록색’, 삼성 하면 ‘파란색’이 떠오르듯, 강력한 브랜드는 연상되는 대표 색상이 있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색상의 힘을 깊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리와 니스에서 만난 색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튈르리 정원의 초록색
파리의 대표 명소로는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박물관 그 자체는 물론이고 바로 맞은편에 있는 튈르리 정원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튈르리 정원은 마치 바버샵에 갓 다녀온 사람의 머리처럼 자로 잰 듯 정리된 잔디와 나무들로 가득해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정리된 느낌이라 다소 경직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분수 주변에 불규칙하게 놓인 초록색 의자들이 이 완벽함에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더해준다. 이곳을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이유는 아마 이 초록색 의자 덕분일 것이다. 만약 검은색이었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고, 파란색이었다면 주변과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초록초록한 정원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이 적절한 자기주장을 하는 초록색 의자는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2. 니스 해변의 파란색
프랑스의 대표 휴양지 니스에 도착한 첫 느낌은 “제주도 같다”였다. 공항의 크기나 주변을 둘러싼 야자수 등에서 익숙한 풍경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항을 나와 시내로 들어서니 한가로운 유럽의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가 펼쳐졌다.
카페 야외 좌석에는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트램에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특히 바다를 따라 펼쳐진 해변에서는 맥반석 찜질처럼 조약돌 위에 누워 있는 사람들과 파라솔 아래 선베드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파리에서 빠르게 흐르던 시간이 니스에서는 갑자기 느리게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니스 해변에서 내 눈에 들어온 색이 있었다. 바로 파란색이었다. 바다보다 약간 짙은 파란색이 파라솔에, 그리고 조금 더 옅은 파란색이 의자에 물들어 있었다. 바다에서 시작한 파란색이 해변 그리고 해변 넘어 도로까지 넘쳐 흐른듯한 느낌이었다. 파란색으로 통일감을 주면서도 명도와 채도를 달리해 지루하지 않게 연출한 것은 니스만의 독특한 풍경이었다. 기념품 가게 곳곳에서도 니스를 대표하는 파란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니스를 떠나며 내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니스의 ‘파란색’이었다.
튈르리 정원은 초록색 그리고 니스 해변은 파란색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한 색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