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Nov 11. 2024

팔리는 광고는 변화구 아닌 돌직구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최고의 광고이자 동시에 최악의 광고 조언이라 할 수 있다. 광고 그 자체로는 훌륭한 사례다. 지금의 오리온 초코파이를 있게 한 핵심 캠페인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광고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조언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고객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광고 메시지가 불분명해지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흔한 이유는 생산자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 단 하나의 장점만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거의 없다. 특히 생산자의 눈에는 장점이 수백 가지로 보이기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광고에 담긴 메시지가 너무 많아져서, 정작 고객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광고인의 욕심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광고라기보다 광고 자체를 멋지게 만드는 데 매달리면서, 단순한 메시지 대신 복잡하고 화려한 표현이 들어가고 결국 본질이 흐려지게 된다.


고객은 광고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2017년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고객은 하루에 많게는 10,000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이렇게나 많은 광고 속에서 에둘러 말하는 광고가 고객의 머릿속에 들어갈 확률은 극히 낮다. 더욱이 대다수가 모르는 작은 브랜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광고는 간단명료해야 한다. 변화구가 아닌 돌직구를 던져야 한다. 최근 내 머릿속에 들어온 돌직구 광고를 소개해볼까 한다. 


1. 이름만 알린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버스에는 각양각색의 광고가 붙어 있다. 그 말은 수도 없이 많은 광고를 우리가 매일 본다는 뜻이다. 버스 안과 밖은 물론이고 버스 정류장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본 광고 중 하나라도 떠오르는게 있는가? 떠오른다면 그 메시지는 무엇인지 기억나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없을 것이다. 왜냐? 멋지거나 재미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 그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돌직구가 아닌 변화구 광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변화구 속에서도 눈에 띄는 돌직구 광고를 발견했다. 바로 ‘백채김치찌개’ 광고였다. 메시지가 무엇일까? 말 그대로 ‘백채김치찌개 광고’였다. 브랜드 이름 자체가 어떤 상품인지 명확히 드러나니 가능한 이름만 강조한 돌직구 광고다. ‘맛있다’라든지 ‘최고’와 같은 뻔한 말은 필요 없다. 단순히 브랜드명(백채김치찌개)과 무엇을 하는지만(광고)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광고 속에서 돋보이고 기억된다. 중요도가 낮은 글자인 '광고'는 검은색, '브랜드명'은 빨간색으로 처리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2. 혜택만 알린다

패션 브랜드의 광고는 멋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패션 회사에서 5년 동안 마케팅을 한 나도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최근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가장 성공한 사람이다. 바로 매출 1,000억 신화의 ‘마뗑킴’을 만든 김다인 대표다.


패션 브랜드가 세일할 때 흔히 쓰는 용어가 ‘season off’다. ‘할인’이라는 말조차 잘 쓰지 않는다. 왠지 후져 보일까 봐 그렇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멋져 보이려고 할수록 메시지는 흐릿해진다. ‘Season off’라는 말을 자주 썼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해는 하더라도 머릿속에 강하게 박히지 않는다. 김다인 대표는 달랐다. 본인 인스타그램에 붉은색 글씨로 “싹다 29%“라고 쓰인 이미지를 올리며 신규 브랜드 다이닛의 할인 소식을 알렸다. ‘싹다’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season off’는 물론이고 ‘할인’보다 강력하다. 같은 할인이라도 더 큰 할인처럼 고객의 머릿속에 박힌다.  1,000억 원 가치의 마뗑킴을 만든 사람이 던진 묵직한 돌직구다.


3. 고객이 이미 아는 것에 빗댄다

건강기능식품을 가장 잘 파는 기업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을 ‘사람’으로 바꾸면 답은 명확해진다. 바로 여에스더다. ‘여에스더 유산균’이라는 히트상품을 필두로 3,000억 원 매출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의사라는 전문성에 TV 방송을 통해 쌓은 전국민적 인지도가 더해지니 그 누구보다 건강기능식품을 잘 팔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도 광고를 할 때는 돌직구를 던진다. 모든 광고의 메시지가 직관적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여에스더 NMN’도 마찬가지다. 광고 내내 ‘NMN’이라는 단어를 지겹도록 반복한다. 다만 ‘NMN’이라는 성분명이 어렵다 보니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를 쓴다. 바로 ‘타임머신 필름’이다. 타임머신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되돌려 젊어지고 싶다’는 욕구를 반영하고, ‘필름’은 성분의 형태를 나타낸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다. 돌직구 광고의 달인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고객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위해 광고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1인 기업, 자영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406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