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는 말 그대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화장실을 들르거나, 기지개를 펴거나, 출출한 속을 핫도그, 맥반석 오징어구이, 통감자 같은 별미로 달래며 몸과 마음에 쉼을 주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적게는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을 들렀을 테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상은 없었다.
최근 충청도로 내려가는 길에 평소처럼 휴게소에 들렀다. 이번에는 단순한 ‘쉼’이 아니라 ‘관심’의 시선으로 휴게소를 바라보았다. 이 공간이 누구를 타겟으로 삼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생각하며 살펴보니, 평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USB 음반이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카세트테이프나 CD를 팔던 자리에 USB 음반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음원 사이트나 유튜브로 음악을 듣기에 실물 음반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여전히 실물 음반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있었다. 이는 LP처럼 특별한 취향이나 희소성에 기반한 청취가 아니라, USB라는 실물 매체로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이 있음을 의미했다. 트로트를 비롯한 7080 음반이 주를 이루는 것을 보니, 주요 타겟층이 50대 이상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서점이었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서점은 공간 제약으로 한정된 책만 구비할 수 밖에 없어 주인장의 취향이나 타겟층이 뚜렷이 드러나곤 한다. 독립 서점에서는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책이 많고, 학교 근처나 공항 서점에서는 특정 타겟층을 겨냥한 책이 주로 보인다. 휴게소 서점도 그 타겟층이 명확해 보였다. 앞서 USB 음반에서 주요 타겟층이 50대 이상임을 확인한대로 서점의 책 구성도 50대에 맞춰져 있는 듯했다. <50에 읽는 인생역전의 지혜> 같은 명확히 50대를 겨냥한 책이나 자연요법 관련 책들이 주를 이루어, 이곳이 누구를 위한 서점인지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책 제목만 보아도 50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로또 운세’ 기계가 눈에 띄었다. 처음엔 단순히 로또 기계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로또 예상 번호를 뽑아주는 기계였다. 여기서도 타겟층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듯했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마음이야 세대불문 같겠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에 대한 접근은 세대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기계가 휴게소의 타겟층에게는 영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무속인처럼 여겨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쉼이 아닌 관심의 시선으로 바라본 휴게소에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50대 이상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휴게소를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둘째, 모든 장소는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뻔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공간도 관심을 기울이면 이처럼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다음엔 일상의 어느 지점에 관심을 두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