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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Dec 02. 2024

제주도에서 만난 두 가지 색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색은 크게 두 가지다. 탁 트인 해변의 에메랄드색 그리고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의 짙은 회색. 계절마다 각기 다른 다채로운 색을 뿜어내는 제주도이지만, 1년 내내 관광객을 변치 않고 맞아주는 색은 바로 이 두 친구다. 눈부시게 빛나는 에메랄드와 깊고 안정적인 회색 속에서 제주도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 방문은 조금 달랐다. 늘 반겨주던 이 두 친구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온 새로운 두 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횟집 퍼랭의 새파란색과 카멜커피의 카멜색이었다.


1. 횟집 퍼랭의 새파란색

제주도 전통 관광지로 꼽히는 중문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 주변에는 다양한 맛집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한 횟집을 가기로 했다. 이름은 퍼랭. 이름만 들어서는 의미를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가게가 보이는 순간 그 뜻이 분명해졌다. ‘퍼랭’은 말 그대로 ‘파란색’을 의미했다. 


가게 간판부터, 손잡이, 의자, 테이블, 숟가락통, 그리고 유명인의 사인이 붙은 벽의 스티커까지 모든 것이 파란색이었다. 말 그대로 온통 ‘퍼랭’이었다.


사실 횟집이라고 하면 바다를 떠올리기 마련이고, 바다 하면 역시 파란색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그래서 횟집이 ‘파란색’을 키 컬러로 잡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퍼랭은 이름부터 내부의 디테일까지 모든 요소를 철저히 파란색으로 밀어붙였다. 뻔한 것도 이처럼 극단적으로 세심하게 적용하면 차별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퍼랭의 새파란색은 횟집 그 이상의 힙을 전하고 있었다.


2. 카멜커피의 카멜색

카멜커피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쇼핑몰인 더현대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페이며, 사장은 ‘정우성 닮은꼴’로 화제를 모았던 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표와 브랜드가 모두 유명한, 명실공히 핫한 브랜드다.


그런 카멜커피를 이번에는 제주공항에서 만났다. 저 멀리서도 “나 카멜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팝업 매장은 온통카멜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서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카멜커피가 제주도, 그것도 제주도민 타깃이 아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공항내 팝업 매장으로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팝업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구성을 보자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바로 ‘기념품’이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나로서는 제주도에 가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기념품을 사면 좋겠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사실 뾰족한 답이 없다. 흔히 떠오르는 건 ‘귤’이나 ‘오메기떡’ 정도인데, 이 둘은 서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다. 요새는 굳이 제주도에서 들고 올 만큼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무감에 감귤 초콜릿과 같은 특산품을 공항에서 사오는데 제조지역을 보면 대개 제주도가 아니라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카멜커피는 이를 노렸다. 제주 특산품을 활용한 상품을 ‘제주공항 팝업매장에서만 구매 가능’하다고 어필하며 관광객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했다. 제주 브랜드는 아니지만, 제주를 들렀다가 떠나는 관광객의 마지막 순간에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을 제공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었다. 카멜이라는 독특한 색상만큼이나 독특한 아이디어였다.


퍼랭의 새파란색과 카멜커피의 카멜색처럼, 당신을 대표하는 색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색은 당신의 이야기와 아이덴티티를 얼마나 담아내고 있을까? 그 색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면 어떤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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