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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01. 2024

일만 잘하면 퍼스널 브랜딩은 필요 없을까?

“퍼스널 브랜딩 필요 없어. 일만 잘하면 돼.”


이 말에 반은 동의하지만, 반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바로 생산자(전문가) 관점에서의 ‘일’과 소비자 관점에서의 ‘일’이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상품에 빗대어 알아보자.


“좋은 상품이 잘 팔린다”는 틀린 말이다. 때로는 좋지 않은 상품이 더 잘 팔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면, “좋아 보이는 상품이 잘 팔린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좋아 보이기만 하면 오래가기는 어렵다. 페이스북이 SNS 대세였던 시절 반짝 떴다가 사라진 수많은 히트 상품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오랫동안 잘 팔리는 상품은 ‘좋은 상품이 좋아 보이는 경우’다.


이제 퍼스널 브랜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일을 잘한다’는 것은 이와 같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일을 잘한다’는 생산자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소비자 관점이다.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알리지도, 적극적으로 인정받지도 않겠다는 뜻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의 회사나 업계에 일을 잘하지 못하지만 인정받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가? 대부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것도 오랫동안 말이다.


상품과 달리 사람은 성장한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성장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일을 잘하는 것처럼만 보이는 사람’이 결국 ‘실제로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잘되는 사람은 더 잘되고, 안 되는 사람은 더 안 된다”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는 커리어에서도 분명히 작용한다.


또한,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부른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흑백요리사>에 나온 트리플스타 셰프가 만들었다”는 말을 들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트리플스타는 일을 잘 하면서, 일을 잘 해보이는 케이스다)


이 현상은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브랜드를 가린 채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마시면 뇌의 동일한 영역이 활성화되었지만, 브랜드를 보여주면 코카콜라를 마실 때만 뇌의 특정 영역이 추가로 활성화되고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더 높아졌다는 실험이 있다.* 즉, 음료라는 '상품'에 대한 판단이 그것을 만든 ‘브랜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강력한 퍼스널 브랜드는 심지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도 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약효가 없는 비활성 약물을 약으로 위장해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환자의 약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으로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같은 위약이라도 보통 의사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의사가 처방하면 더 큰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환자의 긍정적 믿음이 더 커질테니 말이다. 테드 캅추크(Ted Kaptchuk)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은 분리할 수 없다. 모든 결과물이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되거나, 소비자가 그 일을 한 사람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대부분의 일은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일을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딱 붙어 있다.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 자연스레 빛을 보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향평준화된 세상에서 소비자가 느끼기 어려운 1%의 차이가 고수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시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일을 잘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다시 말해,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기본인 세상이다. 퍼스널 브랜딩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세상이다.


일잘러가 일잘러처럼 인식되고 알려져야 오래간다. 이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이다.



[1인 기업, 자영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40618



참고 문헌:

*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비즈니스북스, 2019

** https://www.acrc.go.kr/briefs/201701/sub7.html

*** www.harvardmagazine.com/2013/01/the-placebo-phenomenon



사진: UnsplashJoey Nic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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