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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오해 (1): 직장인은 필요없다?

by 캡선생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직장인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퇴사를 하거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매달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오히려 더 절실할 수 있다. 직장에 있을 때도, 직장을 옮길 때도, 그리고 직장을 나선 이후에도 퍼스널 브랜딩은 큰 영향을 준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승진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후배가 먼저 팀장이 되어 선배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렇게 빠르게 승진하는 사람은 단지 일만 잘해서 그 자리에 오른 걸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묵묵히 일만 잘해서’ 승진하는 케이스는 점점 줄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조직 내 정치만 잘해서 승진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리더들의 머릿속에 ‘일을 잘한다’, ‘그 자리에 적합하다’라는 인식을 남긴 사람이 승진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일을 ‘잘한다’와 ‘잘해 보인다’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조용히 일은 잘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반대로 실속은 없는데 사람들 눈에 띄며 칭찬받는 사람이 있다. 즉 ‘잘한다’와 ‘잘 해 보인다’ 사이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


물론 묵묵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조직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걸 탓한다고 바뀌는 건 거의 없다. 우리 자신도 묵묵히 일하는 모든 사람을 다 알아채지 못한다. 세상은 원래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중요한 건, 잘하는 만큼 잘 알리는 것이다. 일본에서 ‘천재 편집자’라 불리는 미노와 고스케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까지가 일이다.” 이를 여섯 글자로 줄이면 ‘퍼스널 브랜딩’이다.


내가 진행하는 브랜딩 모임에서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 하나의 인생을 대변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정확한 말이다. 와튼스쿨의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én)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2~3개의 서로 다른 커리어나 직업 역할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이직은 물론 직업의 방향을 바꾸는 전직조차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경로를 바꿀 때마다 관건이 되는 건 결국 ‘이름값’이다. 내가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그걸 어떻게 보여줘 왔는지에 따라 이직의 성패, 연봉의 상한선이 결정된다. 꾸준히 해 온 일을 잘 정리해 알렸다면 그것 자체가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더 중요한 건,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이 내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다. 새로운 직장의 인사 담당자가 과거 동료들에게 확인하는 ‘레퍼런스 체크’에서도 이 부분이 핵심이다. ‘내가 나의 이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가 타인의 인식 속에서 어떻게 정착되는가.’ 하는 모든 것이 퍼스널 브랜딩이다.


퍼스널 브랜딩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기회가 따라온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유치가 성과의 핵심인 와디즈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서는, 내부 직원인 PD(Project Director)들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힘쓴다. 자신을 잘 드러낼수록 더 많은 브랜드가 연락을 주고, 더 좋은 프로젝트 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와디즈 PD들은 자신이 해 온 프로젝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며 대외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직원의 퍼스널 브랜딩을 단순히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광고 모델보다 진정성이 느껴지고, 연예인 못지않은 콘텐츠 감각을 지닌 사내 직원들이 오히려 더 주목받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이런 ‘진정성’에 반응하고 있으며, 이 흐름을 반영 하듯 ‘임플로이언서(Employencer)’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직원(employe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결합한 이 단어는, 브랜드를 밖에서 돕는 사람이 아닌, 안에서 이끄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브랜딩 역할을 말한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이 ‘임플로이언서’의 위력을 보여 주는 사례가 있었다. 수많은 출판사가 굿즈와 유명인 사인회를 내세워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유독 길게 줄이 늘어선 부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민음사였다. 그런데 그 줄의 이유는 책도, 굿즈도 아니었다. 독자들은 민음사 TV에 출연하는 한 직원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고, 그 직원은 이미 ‘민음사의 얼굴’로 인식되고 있었다. 직원 개인의 콘텐츠와 매력이 브랜드의 이미지와 매출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었다. 퍼스널 브랜딩이 이제는 단순한 자기 표현을 넘어 기업의 브랜딩 전략이 되는 현실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의외로 보수적인 곳에서 먼저 시작됐다. 충주시의 김선태 주무관은 ‘충주맨’이라는 캐릭터로 전국적인 팬덤을 만들었다. 그의 인지도가 오를수록 충주시의 인지도도 함께 상승했다. 결국 충주시는 서울시를 제치고 지자체 유튜브 구독자 1위를 기록했다. 이어서 양산시의 하진솔 주무관, 코레일의 강하영 기관사처럼 각 기관의 얼굴이 되는 ‘임플로이언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사기업이 이 흐름을 놓칠 리 없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유튜브 채널 ‘세상이 사랑하는 패션, 세사패TV’를 통해 4년 만에 1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현재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지만, 채널의 성장 초기에는 사내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콘텐츠를 제작했고, 그들의 자연스러운 매력과 진정성이 큰 반응을 끌어냈다. 무신사도 같은 흐름에 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매장 크루들이 직접 코디 콘텐츠를 선보이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더 나아가 무신사는 현대카드 직원들이 추천하는 오피스룩 콘텐츠도 제작하면서 다른 회사의 임플로이언서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퍼스널 브랜딩의 외연까지 확장하고 있다.


퍼스널 브랜딩은 퇴사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 아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퍼스널 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회사 밖 나를 위한 브랜딩 법칙 NAME>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556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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