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가면 늘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내가 겪는 생생한 감각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진을 찍어도 현장에서 느껴지는 색감과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각적인 것조차 이런데, 맛있는 음식의 맛, 공간 특유의 향기, 난생 처음 느껴보는 촉각 같은 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결국 시각은 불완전할지라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수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지만, 다른 감각은 온전히 나누기가 어렵다. 그리고 잘 퍼지지도 않는다.
이처럼 시각을 제외한 감각은 확산성이 낮다. 특히 오프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라면, 그 어떤 감각보다 시각적인 요소가 훨씬 빠르게 퍼진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이런 ‘시각을 통한 바이럴’이 잘 이루어지는 제주도의 한 공간을 소개해보려 한다. 바로 테마카페 ‘아날로그사운즈’다.
원래는 성산일출봉 근처의 ‘월간레코드’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면 여행이 아니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거센 비를 뚫고 도착한 그곳엔 긴 웨이팅 줄이 있었다. 바로 옆 프릳츠 제주성산점도 인파로 북적였다. 결국 빠르게 성산을 벗어나 제주시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그렇게 검색을 통해 찾게 된 곳이 ‘아날로그사운즈’였다.
공간은 예상보다 컸다. 정확히 말하면 파주 헤이리마을을 축소해 놓은 듯한 작은 마을이었고, 그 안의 여러 건물 중 하나가 아날로그사운즈였다. ‘청음세트’ 메뉴를 선택하면 기본 음료가 제공되고, 원하는 만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구조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시각이다. 수많은 LP의 표지는 음악의 성격이 한눈에 드러나는 아트워크이고, 청음석 앞엔 초록빛 당근밭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음악을 재생하면 LP가 돌아가는 모습마저 하나의 공간 예술처럼 느껴진다. 듣는 행위가 중심인 공간이지만, 모든 것이 시각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사장님이 거대한 스피커가 설치된 별도의 공간에서 재즈 음반을 함께 틀어주시는데, 압도적인 크기의 스피커만큼 사운드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청각적 경험이지만, 그 물리적 스케일이 ‘보이는 사운드’처럼 느껴졌다.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게 일상이 된 요즘, 이런 물성이 주는 ‘시각적 체험’은 방문객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동시에, 방문객이 찍은 사진과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이곳은 ‘청각’을 ‘시각’으로 극대화한 덕분에 나 역시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길 수 있었고, 온라인에서 내 지인들도 그 경험을 함께할 수 있었다.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곳에서 봤다. 당신의 공간은 어떤가? 시각화는 곧 확산이다. 잘 보이는 브랜드가 결국 더 오래 기억된다.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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