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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율의 한계를 극복한 제주 카페

by 캡선생

연휴를 맞아 고향 제주도에 13일간 머물렀다. 이런저런 일들로 생각만큼 많은 곳을 방문하진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공간들이 있었다.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비즈니스 관점에서 영감을 준 세 곳을 시리즈 형식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고산의 낮, 고산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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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엔 좋은 카페가 참 많다. 여기서 말하는 '좋다'는 기준이 무엇이든, 그에 부합하는 카페가 있을 정도다. 커피 맛이 좋은 곳, 뷰가 좋은 곳, 인테리어가 멋진 곳, 베이커리가 훌륭한 곳 등. 소비자 입장에선 천국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선 치열한 생존 경쟁 속 지옥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마음에 들었던 카페가 1년 만에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실 카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 아니다. 매출 구조는 단순하다. "매출 = 고객 수 × 객단가" 쉽게 말해, 고객이 많이 오거나(또는), 고객 한 명당 더 많은 돈을 쓰면 매출이 높아진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 수는 곧 회전율과 직결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면, 기존 고객이 빠르게 나가고 새로운 고객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카페는 어떨까? 커피를 마신 후에도 고객이 자리를 오래 차지하는 업종이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아닌 이상, 구조적으로 회전율을 높이기 어렵다. 그러니 공간당 고객 수도 제한된다. 객단가도 마찬가지다. 회전율이 낮다면 객단가가 높아야 수지가 맞는데, 커피 한 잔 가격엔 한계가 분명하다. 프리미엄을 붙인다고 해도, 어느 수준 이상 넘어가면 소비자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찾지 않게 된다. 이처럼 극심한 경쟁과 수익성의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는 업종이 카페다. 특히 제주도에서라면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2년 전 방문 후 이번에 다시 찾은 ‘고산의 낮, 고산의 밤’은, 이 구조적 한계를 슬기롭게 비껴간 사례였다. 이번에도 여전히, 이 한적한 동네에서 ‘매진’ 상태였다. 이 카페는 2~3시간 단위의 예약제로 운영된다. 일행과 함께 방문해도 각자 1인용 쇼파가 구비된 독립된 공간에서 편안하게 앉거나(누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일종의 '명상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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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크지 않지만, 3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1층 프론트를 제외한 각 층에 3개의 칸막이 룸이 있다. 총 6개의 독립된 공간이 있는 셈이다. 메뉴도 심플하다. 커피, 차, 알코올—딱 세 가지. 운전 여부나 카페인 선호도에 따라 고객이 최소 하나는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음료 준비나 재고 관리가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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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또한 흥미롭다.카페가 위치한 사거리를 둘러보면, 관광객의 흔적은 거의 없다. 맛집이나 힙스터 감성의 공간도 보이지 않는다. 조용히 명상하기 딱 좋은 곳이며, 임대료 측면에서도 유리한 입지일 수 있다.


회전율의 한계를 ‘시간 예약제’로, 치열한 경쟁을 ‘북카페와 명상 공간의 결합’으로 돌파한 ‘고산의 낮, 고산의 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만족스럽지만, 생산자 입장에선 더욱 눈여겨볼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2시간 동안 책을 읽었지만, 2시간 동안 명상을 한 듯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공간이었다. 내년에도 다시 커피를 마시러, 명상을 하러 와야겠다.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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