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성수동 연무장길을 걷다 보면 수십 미터씩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특정 브랜드 로고가 박힌 가방을 들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분위기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과거의 마케터였다면, 이들을 “1990년생, 전문직, 미니멀리즘을 선호하는 남성”이라는 데이터로 분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줄에 서 있는 누구는 스마트폰을 꺼내 챗GPT에 이렇게 묻는다.
“다음 주 소개팅인데, 소개팅룩으로 적절한 슬랙스 브랜드 추천해줘.”
이 짧은 질문 한 줄에는 기존 브랜드가 놓치고 있던 고객 이해의 정답이 담겨 있다. 이제 인구통계학적 정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AI 시대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껴 막막하다면, 지금 즉시 고객의 맥락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중요한 건 ‘2030 남성’ 같은 추상적 집단이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의 하나의 상황이다.
# 컨텍스트 엔지니어로 변한 마케터
마케터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자가 아니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설계자, 즉 컨텍스트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
네이버 검색 결과 최상단 노출을 목표로 하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는 사용자의 질문에 AI가 우리 브랜드를 답으로 제시하는걸 목표로 하는 대답 엔진 최적화(AEO)의 시대가 열렸다. 이 시대의 승자는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이 아닌 맥락 점유율을 확보한 브랜드다. 맥락 점유율이란, 사용자가 AI를 통해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간 가장 먼저 호출되는 브랜드가 되는 확률을 말한다.
이 변화 속에서 마케터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자가 아니다. 고객의 구체적 상황을 읽어내고, 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설계자, 즉 컨텍스트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 제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설계해 행동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COS와 아더에러가 ‘맥락’을 점유하는 방식
아더에러 성수 스페이스 (사진=아더에러 홈페이지)
맥락 기반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는 패션 산업에서도 발견된다.
COS는 단순히 ‘미니멀하고 심플한 옷’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 이 브랜드는 지속성과 디자인 철학을 강조하며, 패션을 일상과 삶의 가치로 연결하는 메시지를 담아왔다. COS의 옷은 ‘단지 예쁜 셔츠’가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 과하게 꾸미지 않으면서도 전문성을 보여야 하는 상황’을 노린다. COS의 마케팅 방향은 제품을 넘어 생활 맥락과 연결된 경험적 메시지에 가깝다. 이는 AI가 해당 상황을 해석할 때 우선적으로 추천될 수 있는 구조로 작동할 여지를 만든다.
아더에러(ADER ERROR)는 제품을 옷 이상으로 의미 있는 세계관으로 확장해온 패션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단순히 옷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감성과 문화적 경험을 콘텐츠로 풀어내며 팬덤을 구축해왔다. 아더에러는 제품 외에도 전시 공간, 팝업 이벤트, 플래그십 스토어 설계 등을 통해 고객과의 정서적·문화적 연결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아더에러의 플래그십 공간은 단순 쇼룸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체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 속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요소는 AI가 맥락을 파악할 때 우선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신호가 된다.
이 두 사례는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특정 순간에 느끼는 상황과 정서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AEO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맥락 페르소나’ 설계 3단계
[사진=COS홈페이지]
그렇다면 당신의 브랜드는 어떻게 ‘맥락 페르소나’를 설계해야 할까? 아래 세 단계는 누구나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1. 결핍의 구체화
고객의 나이, 성별 같은 평면적 데이터에 머물지 말고, 지금 이 순간 고객이 겪고 있는 육체적·심리적 불편함이나 결핍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 예를 들어 ‘허리는 가는데 허벅지가 굵어 바지를 찾기 힘든 남성’은 추상적 범주보다 훨씬 강력한 맥락을 제공한다.
2. 동적 프로필 구축(Who + Context)
정적인 페르소나에 상황을 결합하라. 예컨대 ‘주말마다 런닝 크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남성’이라는 평면적 정보에 ‘최근 소개팅이 잡혀 단정한 슬랙스를 찾는 상황’이라는 구체적 맥락까지 결합할 때, AI 추천 알고리즘은 이 맥락을 더 잘 포착한다.
3. AI 시뮬레이션 검증
설계한 맥락 페르소나를 챗GPT 같은 도구로 검증하라.
예: “평소엔 편한 캐주얼을 즐기지만, 소개팅을 앞둔 너라면 이 슬랙스를 선택할까?”
이런 질문은 정적인 프로필에서는 얻을 수 없는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 방식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마케팅의 본질, 즉 고객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그 문제를 맥락화된 언어로 정의하고, AI가 해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해야 한다. 예전처럼 ‘누구를’ 넘어서 ‘언제 어떤 맥락에서의 누구’가 핵심이 되는 시대다.
당신의 브랜드는 아직도 고객의 나이와 성별만 궁금해하는가, 아니면 고객이 처한 구체적 상황까지 궁금해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AI 시대 당신 브랜드의 앞으로의 상황을 결정지을 것이다.
회사 밖의 삶이 걱정이라면, 퇴사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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