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멋진 글을 읽지 않는다, 앤서 캡슐을 집어 간다

by 캡선생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 콘텐츠의 미덕은 브랜드의 무드를 얼마나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내느냐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생태계는 전혀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고객이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공들여 쓴 수천 자의 에세이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되거나, 아예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처럼 글을 감상하지 않는다. 서사를 따라 읽기보다,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요약·재구성해 답변으로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AI가 선택하는 최소 단위가 있다. 바로 앤서 캡슐(Answer Capsule: AI가 의미를 파악하고 검색·요약·인용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지식을 구조화한 포맷)이다. 이제 마케터의 일은 유려한 글을 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그대로 가져다 써도 무리가 없는 ‘답변 단위’를 설계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 AI가 인용하는 72.4%의 비밀, 구조적 완결성

미국의 검색 마케팅 전문 매체 서치 엔진 랜드(Search Engine Land)에 따르면, 애덤 그누스(Adam Gnuse)는 15개 도메인, 약 200만 세션을 분석해 챗GPT가 실제로 인용한 콘텐츠의 패턴을 정리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AI가 인용한 게시물의 72.4%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질문 형태의 H2 제목과 그 바로 아래에 이어지는 120~150자 분량의 직접적인 답변이다.

이 구간에서 AI는 배경 설명이나 감성적 맥락을 요구하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즉각적이고 완결된 해답이 존재하는 지만을 확인한다. 앤서 캡슐은 인간 독자를 위한 서사 중심의 글쓰기와 달리, AI가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압축·정렬한 답변 포맷에 가깝다. 이 구조를 무시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장황한 한국어 문장으로 길을 설명하며 이해를 기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온(On)과 살로몬(Salomon)이 보여주는 ‘데이터 점유’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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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온 슈퍼폼을 반영한 ‘온’의 Cloudvista 2


최근 패션업계에서 급부상한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On)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이 전략의 힌트를 읽을 수 있다. 상세 페이지에는 ‘구름 위를 걷는 느낌’ 같은 수사보다, 기능 중심의 명확한 설명이 전면에 배치된다. 이를 앤서 캡슐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질문(H2): 헬리온(Helion™) 슈퍼폼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앤서 캡슐: 온의 헬리온 슈퍼폼은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결합한 구조로, 온도 변화에 강한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가벼운 무게로 충격 흡수와 에너지 리턴을 동시에 제공하는 독자적인 폼 기술이다.

살로몬(Salomon) 역시 비슷한 접근을 취한다. 고어텍스 재킷의 방수 성능을 설명할 때, ‘아주 뛰어난 방수력’이라는 형용사 대신 ‘내수압 28,000mm’라는 수치를 전면에 둔다. AI는 추상적인 평가보다, 구체적인 수치와 측정 가능한 데이터를 포함한 답변을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 ‘숫자’로 신뢰를 쌓는 파타고니아의 방식

이 전략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영역은 패션의 ‘소재와 공정’이다. 예를 들어 파타 고니아Patagonia)가 “우리는 지구를 생각하는 브랜드입니다”라고만 말한다면, 이는 AI에 게도 소비자에게도 광고 문구로 인식되기 쉽다.

반면 상세 페이지 상단에 “배기스 반바지의 나일론은 100% 폐그물을 재활용한 소재인가요?”라는 질문을 두고, 그 아래에 “파타고니아 배기스는 100% 포스트 컨슈머 재활용 나일론으로 제작되며, 이를 통해 매년 100톤 이상의 폐그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식의 앤서 캡슐을 배치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처럼 독자 데이터를 포함한 캡슐은 AI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답변 후보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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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그물을 활용한 파타고니아의 넷플러스 배기스(Netplus® Baggies™)



# AI에게 선택받는 앤서 캡슐 체크리스트

당신의 콘텐츠가 AI의 답변에 포함되길 원한다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질문은 사용자 언어로 작성해야 한다.
‘A 브랜드의 친환경 철학’이 아니라, ‘A 브랜드 운동화는 정말 재활용 소재인가요?’처럼 실제 사용자가 AI에게 던질 법한 질문이어야 한다. AI는 질문과 답변의 쌍을 우선적으로 탐색한다.|

둘째, 첫 150자에 모든 핵심을 담아야 한다.
서론과 수식어를 걷어내고 결론부터 제시하라. AI가 이 문단만 복사해 답변으로 사용하더라도 정보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셋째, 앤서 캡슐 안에는 링크를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분석 결과 인용된 앤서 캡슐의 약 91%는 링크를 포함하지 않았다. 캡슐 내부에 링크가 있으면, AI가 핵심 권위를 다른 페이지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판매 링크가 필요하다면 캡슐 아래 본문에서 보완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 당신의 브랜드는 ‘답변’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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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제작]



이제 마케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신의 상세 페이지와 블로그, FAQ는 과연 AI가 의심 없이 가져다 쓸 수 있는 답변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서사를 위해 정보를 희생하지 마라. AI 시대의 콘텐츠는 잘 쓴 글인 동시에, 잘 쓰일 수 있는 답변이어야 한다. 인간을 설득하는 힘과 AI가 선택하는 구조, 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브랜드만이 다음 검색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 이 글은 2026년 2월 출간 예정인《AI가 선택하는 브랜드의 비밀: AEO》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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