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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28. 2022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한 사람들을 위해


브런치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로를 '작가'라고 부른다.


작가 作家 [작까]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 네이버 어학사전 중 -



사전적 정의에 비추어봤을 때 전혀 문제없는 호칭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언어를 표현매체로 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작가'라는 말을 들을 때도 말할 때도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져서 멈칫하곤 한다. 특히나 <비행독서>라는 책을 독립 출판하고 가끔 지인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 '작가'라는 호칭을 듣게 되는데 이때는 어색함을 넘어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마치 초통령으로 뽑혔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고 어쩔 줄 모르는 김연아처럼 말이다.


출처: kbs1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책을 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질까 생각해 봤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사전적 정의가 아닌 사회적 인식에 대한 부담감 때문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 머릿속의 '작가'의 이미지에 나 스스로가 부합하는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다.


어딘가에 가서 나를 소개할 때 '작가'라는 명사 대신 '글도 쓴다'와 같이 동사로 이러한 부분을 설명해서 부끄러움을 잠재우곤 한다. 이렇게 소개하면서도 명사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글 쓰는 행위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도 '작가'라는 호칭의 부담감을 대체할 수 있는 그러한 명사에 대한 갈증을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갈증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로부터.


롤랑 바르트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듯 '글쓰기 행위'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분류법을 제시했다.

첫째, 인간(Persona). 글을 쓰지 않으면서 '사는' 일반적이고, 일상적이며 개별적인 사람입니다.

둘째, 문인(Scriptor). 사회적 이미지로서의 작가, 즉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평하고, 교과서 등에서 어떤 파로, 어떤 종류로 분류해 두는 작가입니다.

셋째, 집필자(Auctor). 자기가 쓰는 것에 대해 보증한다고 느끼는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의 책임을 감수하는 저작물의 아버지, 사회적으로 또는 비유적으로 작가라고 생각하는 나입니다.

넷째, 필자(Scribens). 글쓰기의 실천 안에 있고, 쓰고 있는 중이며, 일상적으로 글쓰기를 구현해 가는 나입니다.

- 롤랑 바르트의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민음사, 2015) 중 -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나는 '필자'였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상적으로 글쓰기를 구현하는 나에게 이보다 적확한 '명사'는 없어 보였다. "하나의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단 하나의 적절한 단어밖에 없다"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글쓰기를 실천하는 든 사람은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처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면 그래서 다른 호칭이 필요하다면 본인이 문인인지, 집필자인지, 혹은 필자인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Photo by Limepi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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