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인스타그램이 대중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로 기억한다. 팔로워가 1천이 넘으면 인플루언서라고 칭해지던 그런 때였다.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나를 팔로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케터인데 팔로워가 100도 안되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맞나 보다.
그는 아마도 농담으로 했던 말이었겠지만 한 대 맞은 듯 머리가 띵했다. 나를 알릴 생각도 팔로워를 늘릴 생각도 없이 그냥 재미로 인스타그램을 즐기던 나에게 하나의 불씨로써 그의 말이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알아보고 싶었다. 중이 진짜 제 머리를 못 깎는지. 마케터가 자기 자신은 마케팅하지 못하는지. 그래서 곧 부계정을 만들었다. 개인적인 기록은 올리지 않고 순전히 글만 올리는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용도의 계정을. @kap_writing이라는 계정의 시작이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타인을 먼저 팔로우하고 맞팔을 요청하는 '선팔 맞팔' 전략을 구사하지도 않았고, 돈을 주고 팔로워를 사는 프로그램이나 광고 상품도 활용하지 않았다. 그저 내 글만 묵묵히 올렸고 그것을 알리는 저비용의 광고 상품(회당 1-2만 원 정도)으로 우직하게 팔로워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중이 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음을. 팔로워 5000을 달성하면서그 사실을 확인했다.
인스타그램 @kap_writing
나에게 이 말을 했던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농담반 부정반의 말이 나의 가능성을 알게 해 주었다. 'No'가 'Know'가 된 첫 번째 기억이었다.
한동안 팔로워가 5000이 넘는 내 인스타그램 부계정은 지인들 사이에서 작은 화제(?)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그중 한 분이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가 인스타그램용 짧은 글은 괜찮게 쓰는 것 같은데, 긴 글은 아마 못쓸 것 같아. 글 쓰는 거 보니 그게 확연히 느껴져.
또 하나의 불씨가 나를 지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가 긴 글을 쓸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할 차례였다. 몇 달 후 독서모임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지인과 함께 책을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약 5개월 후 책에 대한 책인 <비행독서>를 독립 출판하였다.
텀블벅에서 출간한 <비행독서>
그리고 이어서 바로 이곳 브런치에서도 200일 넘게 매일 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또 한 번의 'No'를 통해 내가 짧은 글뿐만 아니라 긴 글도 쓸 수 있음을 '알게(Know)' 되었다. (글의 퀄리티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여러분에게 부정적인 'No'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여러분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Know'의 계기로 삼아 보길 권한다.망설이지말고 바로 지금(Now)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