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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an 13. 2019

걱정과 고민을 처리하는 방법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생각을 비워내자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이 길게 이어지다 보면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복잡해진다. 정답을 찾을 수 없을 때 생각은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 법이 없다. 그런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보면 머리는 쉼 없이 돌아가면서 의미 없는 공회전만을 반복하며 고통스러운 파열음을 낸다. 그래서 문장에 쉼표와 마침표가 필요하듯 생각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어차피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거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잘 풀리거나 둘 중 하나다. 반복해도 탁월한 해법이 떠오르지 않는 다면 무의미한 머리 굴리기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는 편이 낫다. 끝없이 길게 늘어진 생각의 꼬리를 과감하게 자르고 머리를 비우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원하는 대로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나는 밖으로 나와 30분 정도 천천히 걷는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돌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한적한 동네 골목길 사이를 돌아다닐 때도 있다. 그렇게 한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걷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쓸데없는 고민이나 의미 없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걷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문 밖에는 언제나 넓은 세상이 펼쳐져있다. 작은 공간에 틀어박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들에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그때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편이 낫다. 고민이 깊을수록 마음이 무거울수록 걸으면서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비워내야 한다.

 좋은 생각을 하는 것만큼이나 안 좋은 생각을 비워내는 것 역시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걱정과 근심 같은 나쁜 생각은 떨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그러므로 생각을 비워내는 방식은 머리가 아니라 몸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다양한 풍경에 눈길을 던지다 보면 갑갑했던 마음이 의외로 빠르게 진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롭게 유입된 시각적 정보를 두뇌가 받아들여 처리하느라 고민하는데 집중되어있던 의식이 분산되는 것이다. 단순한 시점의 이동이 사고의 전환을 만들어내면서 과열된 머리와 가슴의 온도는 신속하게 내려간다. 과부하 직전까지 돌아가던 멀티코어가 간단한 작업을 처리하는 싱글코어로 전환되면서 안정을 찾는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일상의 풍경들은 정말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뭐가 좋은 지 까르르 웃으며 쪼르르 달려가는 아이들, 손에 한 가득 비닐봉지를 든 아주머니,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어르신들. 이런 모습에 눈길을 던지고 있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진다. 늘 그랬듯 세상은 착실하고 성실하게 사람들을 싣고 매일 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내가 품고 있는 고민이나 근심은 그 거대한 흐름 속에 묻혀 사라질 아주 작은 떨림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것들에 마음을 빼앗길 필요는 없다. 느린 걸음으로 차분한 눈길로 찬찬히 돌아보면 걱정하고 불안해하느라 잊고 있던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도 정리되고 갑갑했던 가슴도 편안해진다.

 몸을 움직여주는 것 역시 생각을 비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강도 높게 운동을 하거나 트랙을 전력으로 질주하는 등의 행동을 할 때 뇌는 사고가 아닌 행위를 컨트롤하는데 집중한다. 호흡을 조절하고 무게중심을 잡고 상황에 맞는 근육을 활용하느라 걱정거리에 신경 쓸 여유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헬스장에 가서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웨이트를 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마음이 정말 편안했다. 이렇듯 생각을 비우려면 머리가 아니라 몸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억지로 좋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거나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 탁 트인 시야를 마주하는 편이 기분을 전환하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커다란 창이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창문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을 정리하고 걱정을 비우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연습도 필요하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게 되면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으로 소중한 삶을 낭비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1년 전 이맘때의 자신이 품고 있던 걱정거리가 무엇이었는지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1년 전 오늘 먹었던 점심메뉴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나간 고민은 거의 대부분 머릿속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고민들에 사로잡혀서 단 한 번뿐인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았던 토요일 저녁.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김동률의 노래를 들었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몇 바퀴 돌면서 무의미한 생각을 비워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숨을 뱉을 때마다 산산이 흩어지는 하얀 입김을 바라보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를 재빠르게 지나가는 길고양이를 눈으로 쫓기도 했다. 벤치에 앉아 새까만 하늘에 조용히 빛나는 별을 몇 개쯤 세어보다 그만두고 공원 옆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완성했다. 머릿속이 꽉 막힐 때면 늘 이렇게 길을 걷다 들어온다. 고민과 걱정은 길 위에 놓아두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만 집으로 혼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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