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Jan 16. 2024

시간을 낭비해라

진정한 자기 관리는 걱정과 불안을 버리는 것

 시간을 아껴서 사용하려고 집착할수록 사람은 불안과 걱정에 시달린다. 삶은 등가교환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한다. 시간낭비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에 불안해한다. 그러다 보면 일상의 여유도 휴식이 주는 편안함도 모르는 사람으로 변한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지배당하면서 사람이 망가진다. 걱정과 불안의 다른 얼굴이 시간에 대한 강박이다. 일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가치 있는 삶을 산다는 발상은 좋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습성이 있다. 누군가의 약은 누군가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시간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정작 걱정하고 불안해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강박은 걱정을 낳고 걱정은 불안을 부른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계속해서 움직이고 쉬지 않고 일한다. 그러다 보면 가만있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시간은 물과 같다. 댐을 만들어서 관리할 수 있다고 해서 흐름까지 막을 수는 없다. 증발하는 미세한 물방울 하나까지 가둘 수는 없다. 물이 흐르듯 시간도 흐른다. 아무리 시간을 잘 활용해서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낸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시간을 아낄 생각을 하지 말고 조급함을 버려라.


 조급함은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쉬지 않고 일하고 잠도 안 자고 뛰어다니는 사람은 둘 중 하나다. 근면한 천성을 타고났거나 아니면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조급함은 걱정과 불안을 부른다. 인생을 가장 효과적으로 낭비하게 만드는 것은 걱정과 불안이다. 일이 잘 풀려도 마음이 불안하면 성과를 누릴 수 없다.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수록 몸은 힘들고 정신은 갈수록 피폐해진다. 시간관리에 대한 신화를 신봉하는 자본주의 문화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해 냈다. 시간에 대한 강박과 집착을 가진 사람들이 넘치는 시대다. 그들에게 나는 지금 당장 시간을 그냥 쓰라고 말하고 싶다.


 1분 단위로 아껴 쓰던 시간을 여유롭게 쓴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망가질 리가 없다. 시간에 대한 강박과 오해는 당장 내다 버려라. 몇 시간 혹은 반나절을 쉰다고 삶은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 제대로 쉬는 것은 재충전이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더 열심히 뛰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시간낭비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걱정과 불안에서 비롯된 강박일 뿐이다. 하루를 통째로 허비해도 다음날 다시 열심히 살면 일상은 그대로 돌아간다. 큰 좌절을 경험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된다. 열심히 굴러가던 돌이 잠깐 멈춘다고 이끼가 자라는 것이 아니다. 굴러가는 방법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아닌 이끼 따위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끼에 뒤덮인다고 할지라도 구르면 다 사라진다.


 걱정과 불안의 원인이 되는 강박은 두려움이다. 시간을 아끼면서 느끼는 안도감과 열심히 산다는 성취감은 두려움을 이길 수 없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일수록 중심을 잃으면 한 번에 고꾸라진다. 삶을 견인했던 열정의 무게만큼 회의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번아웃의 늪에 빠지는 사람은 주로 시간관리에 도가 튼 능력자들이다. 남다른 역량과 뛰어난 성취를 자랑하지만 정작 내면 깊숙한 곳에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강박과 불안을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 그래서 과열되기도 쉽고 한 순간에 코스를 이탈해 버릴 수도 있다. 물리적인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강방적으로 관리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더라도 시간은 벌거나 늘릴 수는 없다. 흘러가는 시간에 집착하지 마라.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다.


 시간을 낭비해라. 하루종일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거나 무료한 일을 반복해라.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죽여도 상관없다. 할 일은 최대한 미루고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도망쳐라.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지도 말고 일정 다이어리는 아예 찢어버려라. 어차피 하루는 24시간이다. 시간을 아껴서 늘린다고 착각할 뿐 실제로 늘어나는 것은 없다. 자는 시간을 줄이거나 다른 데 써야 할 시간을 빼앗아오는 것뿐이다. 그렇게 아끼고 모은 시간을 가치 있게 쓴다고 해도 24시간은 1분도 늘어나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처럼 보이지만 집중하느라 다른 일에 오히려 소홀해질 뿐이다. 당겨서 쓴 시간은 티도 나지 않는다. 바쁘게 산다고 부산스럽게 행동해 봐야 급변하는 것은 없다.


  시간을 아끼는 것은 버는 것이 아니다. 윗 돌을 빼서 아래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강박이 낳은 우스꽝스러운 조삼모사는 그만둬라. 시간관리는 진정한 자기 관리가 아니다. 시간관리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인생의 큰 문제와 비극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발생한다. 바쁘게 살고 싶다면 계획을 짜기 전에 내면부터 챙겨라. 목표를 설정하고 뛰기 전에 내 마음의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달리기를 하기 전에 몸을 푸는 것처럼 두려움과 강박을 털어내는 것이 먼저다. 진정한 자기 관리는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그러나 늘 강박과 불안을 경계해야 한다. 삶은 꿈을 좇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이전 18화 고독 안에서 답을 찾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