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당신을 결코 침몰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정말 많은 걱정을 안고 산다. 일어난 일도 걱정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도 걱정한다. 이미 지나간 일까지 끄집어내서 걱정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걱정을 멈추는 방법은 없다. 걱정을 없애는 해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한 인간의 걱정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가혹한 운명처럼 보이겠지만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얻게 된 필연적인 숙명에 가깝다. 걱정은 불안은 부르고 불안은 또다시 걱정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불교에서 일컫는 번뇌의 대부분은 걱정이다. 기독교에서도 염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래서 역사 속 성현들은 깨달음과 지혜를 담아 후세에 남겼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수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인류는 걱정에 시달리는 중이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하지만 뇌는 단순하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걱정은 두려움이다. 크고 작은 모든 걱정의 본질은 공포다. 그리고 공포는 언제나 무지에서 비롯된다. 몰라서 두려워하고 모르니까 무서워하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재난을 무서워하고 겪어보지 못한 실패를 두려워한다. 본 적도 없고 당한 적도 없지만 막연하게 겁을 먹는다. 겁에 질려 한 번 도망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공포에 쫓겨 다닐 수밖에 없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인간은 성장한다. 본질을 알게 되면 두려워도 견딜 수 있고 무서워도 버틸 수 있다.
24시간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은 없다. 밤잠을 설치고 식욕이 떨어져도 늘 하던 일을 하다 보면 걱정은 사라진다. 바쁜 일상에 시달리다 보면 두려움이 끼어들 틈이 없다. 시간은 약이 아니다. 진짜 약은 생활이다.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일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치열한 연습이다. 무수히 많은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원동력이 걱정과 두려움을 언제나 이겼다. 유치한 비약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아직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버틴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다. 생존은 강함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표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한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복잡하게 생각하지만 삶은 단순하다. 여러 번 넘어져도 끝내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다. 그러나 남과 비교하고 평가에 익숙해지다 보면 결국 자신을 새장에 가두게 된다. 자유를 잃고 갇혀 있는 동물일수록 걱정이 많다. 바깥세상을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에 길들여지면 본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을 나약하고 초라한 존재라고 생각할수록 두려움에 잠식당하기 쉽다. 두려움은 늘 걱정을 부른다.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 늘 두려움과 싸워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라. 많은 인물들이 인생을 전쟁에 빗대어 표현했다. 삶이 전투라면 여태까지 살아남은 우리는 노련한 전장의 지배자다. 걱정하고 두려워하면서 겁먹을 이유는 없다.
살면서 경험했던 크고 작은 문제들 중에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것을 떠올려보자. 누구나 크게 실패하거나 제대로 패배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엇갈린 인연에서 비롯된 회한과 가족들과 갈등하면서 생긴 상처도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에 가까운 피해를 입힌 사건도 있고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 사고도 있다. 흉터는 시간이 지나도 가끔씩 욱신거릴 때가 있다. 그러나 과거는 돌아올 수 없는 경계선 너머에 박제되어 있다. 여전히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한 번씩 위협할 때도 있지만 나에게 달려들지 않는다. 마음은 상처받기 쉽지만 정신은 강화할 수 있다. 과거는 현재를 무너뜨릴 수 없다. 오늘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어제의 치열한 순간과 처절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바다에 떠 있는 배는 늘 크고 작은 파도를 만난다. 규모가 다를 뿐 파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삶이 바다라면 걱정은 파도다.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는 배는 파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파도는 바다의 일부다. 두려움과 걱정 역시 삶의 일부일뿐이다. 지금까지 괜찮았다면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두려움은 안개와 같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계속해서 전진하다 보면 반드시 길을 찾게 된다.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도 인간은 침몰하지 않는다. 누구나 불안과 걱정에 시달릴 수는 있지만 삶을 잠식당하는 사람은 없다. 삶은 인간을 파멸시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