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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28. 2023

나를 오해하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인간은 사실 남보다 자신을 훨씬 많이 오해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사람들은 방황한다. 본인의 감정을 몰라서 혼란스러워하고 자기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크게 당황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를 미워하고 부정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낮은 자존감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정말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점가에는 매 분기마다 자존감을 주제로 쓴 책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하하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있는 중이다. 흔한 자기 개발서의 메시지를 덕지덕지 잘라 붙여서 출간해도 아직까지는 잘 팔린다.


 인간은 누구나 세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모습, 남들이 보는 내 모습, 나만 아는 모습이다. 세 유형의 괴리가 클수록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반대로 격차가 적을수록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다. 타인의 평가에 유난히 크게 신경 쓰는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사람들의 시각을 의식하다 보면 나중에는 거스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긴다. 똑같은 옷과 신발을 선택하는 유행도 일종의 강박이다. 크게 튀지 않고 무난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한국인의 습성이다. 하지만 남의 눈치를 보면서 대세에 편승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 본인이 원하는 모습에서 점점 멀어진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유난히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자신의 본모습을 미워하게 된다. 남들이 모르는 진짜 내면의 나를 오해하고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큰 문제없이 지내지만 속은 늘 불안하다. 초라한 민낯이 드러날까 봐 가면을 쓰게 된다. 남들이 보는 내 모습과 나만 아는 모습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진다. 두 얼굴로 행동하는 자신을 혐오하거나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는 본인을 책망하게 된다. 결국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자신감마저 상실하게 된다. 나를 믿는 마음이 자신감이다.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자존감이다. 두 가지를 잃어버리면 깊은 절망과 우울만 남는다.


 모든 문제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남은 어차피 남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의미 없는 시선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지난 3 셋째  수요일 점심메뉴는 무엇이었나? 2017 5 12일에 신었던 신발의 색깔을 정확하게 기억하는가?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억은 순간적인 인상을 잠시 남기다  사라진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 없다. 말도 마찬가지다. 대화는 별생각 없이 아무 의미 없이 주고받는 말이 대부분이다. 정말 가까운 사이에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제외하면 남이 하는 말은 흘려들어도 문제없다. 진심도 의도도 없는 말이 태반이다.


 오해를 부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착각이다. 남들보다 훨씬 낮은 자존감과 초라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렇게 믿고 행동했을 뿐이다. 행동이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인간은 믿는 대로 움직이는 존재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혐오하다 보면 혐오스러운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착각이 문제를 만들고 오해가 문제를 심화시킨다. 자존감은 내가 나를 보는 시각에서 결정된다.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인정하고 세간의 존경을 받아도 본인이 자기혐오에 휩싸여있다면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진다.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을 나에게 똑같이 건네라. 스스로를 위해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마라. 남이 아니라 나부터 존중하고 타인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누구나 자존감 문제로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누구라도 복잡한 시험문제를 푸는 것처럼 마음이 답답해진다. 남을 의식하고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피로감은 내면에 누적된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잔뜩 쌓아둔 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심정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자존감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상상이상으로 깊다. 통증이 클수록 원인은 뚜렷하다. 자존감 문제로 괴로운 근본적인 이유는 해답을 남에게서 찾는 습관 때문이다. 답은 나에게 있다. 사람들은 남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왜곡된 평가를 그만두는 것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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