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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26. 2023

우리는 누구나 걸음마를 뗀다

가족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이유

 친절한 사람은 흔하지만 친근한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 정작 남에게는 친절을 베풀고 기분이 상하더라도 예의 바르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가족 앞에서는 무심하게 행동한다. 생각 없이 뱉은 말로 상처를 주고 호의를 냉정하게 거절할 때도 있다. 대가 없는 사랑에 익숙해져서 일상적인 호의에 길들여져서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족은 심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만큼 서로를 쉽게 상처 입힐 수 있다. 상처받은 마음은 낫지 않는다. 심리적인 고통에 면역력을 가진 인간은 없다. 상처가 누적되다 보면 사이는 멀어진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가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의견이 충돌하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결말은 늘 이해와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미워도 다시 한번 더 사랑한다. 가족은 서로에게 정서적인 관성의 법칙으로 연결되어 있다. 실망해도 다시 사랑하고 실패해도 항상 지지해 주는 인간관계는 이 세상에서 가족뿐이다. 대가와 조건 없는 정서적인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인간관계는 가족뿐이다. 가족은 상처 입은 나를 안아주는 쉼터이자 힘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피난처다. 다른 어떤 관계보다 소중하므로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다 변한다. 상황도 변하고 생각도 달라진다. 누구보다 강해 보였던 부모님인 연로 해지면서 체구도 마음도 작아진다. 늘 품 안에 있을 것 같았던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둥지를 떠난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동안 세월을 맞은 부모세대는 어색한 것들이 늘어난다. 변화는 빠르고 따라가는 발걸음은 느리다. 걸음마가 힘든 것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가족은 서로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나이 든 부모님이 새로운 것들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은 사랑이다. 걸음마를 내딛게 손을 잡아주고 말과 글을 가르쳐준 사랑을 이제 갚을 차례가 된 것이다. 첫걸음마를 기다려준 것처럼 따뜻한 격려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엄마에게 알려주면서 나는 많이 답답했다. 자꾸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갑갑했다. 옥신각신 하다 결국 둘 다 기분이 상해버렸다. 그때 문득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수학을 가르쳐주면서 내가 문제를 풀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주던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몇 번이나 손가락을 접어가며 설명해 주던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나는 방문을 열고 엄마와 마주 앉았다. 어린 시절 내게 수학을 가르쳐주던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티격태격했지만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가짐은 잊지 않았다.


 누구나 처음은 서투른 법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시절을 겪었다. 다들 어렸을 적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무슨 일이든 익숙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시작은 언제나 낯설다.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두려움을 이겨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주는 다정한 말과 친절한 태도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 첫걸음마를   곁에서 응원하고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딛을  격려해  가족을 떠올려보자. 나만 생각하느라   편인 사람들에게 무심하고 소홀했다면 지금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 된다. 늦은 시작은 없다. 시작하면 변화도 함께 시작된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과 같다. 살아오는 동안 가장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이다. 드라마처럼 화목하고 영화처럼 따뜻한 장면은 거의 없었지만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번만 산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고 자식도 자식이 처음이다. 익숙한 것보다 어색한 것이 많고 능숙한 것보다 서투른 것이 많다. 실수하기도 하고 실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가족은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음이 상하더라도 외면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어주는 존재가 가족이다. 서투를 때면 친절한 말로 격려를 건네고 어색할 때면 다정하게 응원하면 된다. 가족관계에 정답은 없다. 자기 만의 방식으로 진심을 표현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표현하는 것이다.    사는 인생 하나뿐인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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