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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19.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

기분에 지배당하지 말자

 무력감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다 그만두고 싶은 기분을 느낄 때마다 조금씩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삶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특별한 반전이나 극적인 한 방이 없는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끼면서 재미없는 어른이 된다. 기대는 자주 실망으로 이어지고 예감은 늘 빗나간다.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는 답답한 날들이 계속된다. 앞뒤로 꽉 막힌 정체된 도로 위에서 하염없이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이를 먹는다. 시간은 성실하게 흘러간다. 하루는 길지만 한 달은 짧다. 세월처럼 계절도 빠르게 지나간다. 별생각 없이 매일 하던 일을 하다 보면 연말이 코 앞에 놓여있다.


 삶은 반복이다. 생각 없이 살아도 시간은 흐르고 무의미하게 지내도 나이는 잊지 않고 찾아온다. 의욕을 잃어버리고 우울에 빠져 지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좀 더 염세적인 어른이 될 뿐이다.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종종 주변에서 훈수와 간섭이 날아들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은 없다. 선택과 결정 그리고 결과는 모두 내 몫이다.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종종 무섭게 느껴진다. 기댈 곳이 없다는 무력감을 이겨내려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쉽지 않다. 서투른 것들이 여전히 많지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이겨내야 하는 삶이 버겁다.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겁만 많아졌다.


 쉽게 현실을 벗어날 수도 없고 훌쩍 멀리 떠날 수도 없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막막한 감정이 가슴을 짓누를 때마다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잘 살아있다. 삶을 바꿀 수는 없지만 기분은 바꿀 수 있다. 감정은 시작과 끝이 있다. 끝나지 않는 슬픔도 없고 영원히 이어지는 절망도 없다. 주기적으로 한 번씩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걱정과 불안도 마찬가지다. 멋지게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결국 담담하게 견디면서 살아남는다. 돌아보면 늘 그랬다. 지난날은 위태롭고 과거는 불안했지만 결국 괜찮았다.


 침울한 기분으로 이불속에 틀어박혀 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피난처는 잠시 몸을 피하게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일어나서 배부르게 밥을 먹고 씻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기회는  일상에 숨어있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려면 움직이면 된다. 침울함과 우울함을 털어내면 기회가 찾아온다. 무력감을 비우고 나면 새롭게   있는 여유를 찾게 된다. 기분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은 따라간다. 변화는  작은 데서 시작된다. 쌀로  짓는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이 지칠 때면 누구나 당연한 사실을 까먹는다. 그래서 흔한 말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다 보면 쌀로 밥 짓는 것처럼 당연한 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용기는 특별한 깨달음이 아니라 사소한 사실을 인정할 때 얻는 것이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아직 결승선은 저 멀리 있지만 이만큼 왔다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은 없다. 살아온 삶이 나의 역량과 저력을 나타내는 증거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남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전의 나보다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성장이 핵심이다.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 말자. 버티고 견디면서 여기까지 도달한 스스로의 저력을 무시하지 말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다.


 기분에 지배당하지 말자. 일시적인 감정 때문에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말자. 두려움 때문에 선택을 주저하고 도전을 망설일 때도 있다. 그러다 조금 늦을 때도 있지만 결국 버티다 보면 시련은 지나가고 견디다 보면 시간은 흘러간다. 뒷걸음질 칠 때도 있지만 포기하고 도망가지 않는 다면 상관없다. 남들과 비교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열등감뿐이다. 자신감은 나를 인정할 때 획득할 수 있다. 거북이는 느려도 앞으로 전진한다. 의지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습관이 마음을 강하게 만든다. 절망에서 벗어나는 법을 마음은 기억하고 있다. 흔한 한 마디를 디딤돌 삼아서 털고 일어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살아남는 전략도 살아가는 방법도 전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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