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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16. 2024

소비는 삶의 축소판이다

사람을 알고 싶다면 소비습관을 보라

 소비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욕심과 욕망을 구별하고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는 판단력과 분별력은 소비를 통해서 드러난다. 욕구를 통제할 줄 아는 사람과 욕구에 지배당하는 사람의 소비습관은 다르다. 충동구매와 과소비 그리고 계획 없는 지출은 인생의 적신호나 다름없다. 소비방식이 정상범주를 벗어났다면 생활 곳곳에 균열이 발생한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기 시작하면 심리적인 여유를 잃어버리고 분별력을 상실하게 된다. 과도한 지출은 위기관리 능력을 완전히 망가뜨린다. 부채를 막으려고 더 큰 위험부담을 감수하게 되면서 일상은 엉망이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 된다.


 소유에 집착하는 인간은 늘 소비에 혈안이 되어있다. 돈을 쓰는 순간 도파민과 함께 쏟아지는 짜릿한 쾌감은 중독과 닮았다. 세상 사는 재미가 없다고 물건 사는 재미에 빠지면 자제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약이나 도박처럼 지나친 소비도 중독이다. 노름꾼과 약쟁이의 말로가 비참한 것처럼 소비중독을 바로 잡지 않으면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지만 정작 맘이 아프면 인간은 의존할 대상을 찾는다. 소비를 통해서 기분이나 현실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존성은 질병에 가깝다. 소비중독은 통장잔고가 비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소비는 결핍과 욕망이 왜곡되면서 점점 악화된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소비를 쉽게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결제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을 세우려고 돈을 쓴다. 기분을 따라가는 무분별한 소비는 무계획이나 다름없다.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기분에 맞춰 돈을 쓰는 태도는 돈을 써야만 기분이 전환되는 악습이 된다. 기분은 순간이지만 할부는 몇 달에서 몇 년간 고통스럽게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 중독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다. 현실도피를 목적으로 계속해서 소비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국 삶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지하실로 가라앉는다. 가라앉는 배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밑바닥을 향해 내려가다 보면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 소비중독에 지배당하면 인생은 순식간에 망가진다.


 욕망은 가질수록 더 늘어나고 욕구는 맛볼수록 더 커진다. 경제적인 여력이 바닥나면 그때부터 일상이 무너져 내린다. 욕망의 금단증상은 의지로 해소할 수 없다. 결국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바닷물을 마시는 악수를 두게 된다. 대출을 받고 지인과 가족에게 손을 벌리고 심하면 공금에 손을 대기도 한다. 급한 불만 끄면 문제없다는 생각은 중독자의 착각에 불과하다. 중독에서 발화한 불씨는 영혼의 가장자리에 들러붙어 조용하게 타들어간다. 소비습관에 문제가 생긴 인간은 혼자 망하지 않는다. 본인이 속한 가족이나 집단에 폐를 끼친다.


 중독은 안 좋은 습관이 누적되면서 발생한다. 사람들은 작은 소비에 무감각하다. 나가는 돈이 작을수록 더 쉽게 샌다. 큰 지출 없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면 소비습관에 문제가 있다. 계획적인 소비 대신에 무분별한 지출을 반복하는 것도 나쁜 버릇이다. 계획성 없는 충동이 소비로 이어지다 보면 판단력을 상실하게 된다. 쉽게 빚지는 태도는 가장 안 좋은 소비 습관이다. 본인이 살 집과 학자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채는 욕망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특히 할부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크다. 할부는 빚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 쉽게 빚을 내는 행동이 지속되다 보면 버릇이 된다.


 할부와 대출로 이익을 본다고 느끼지만 수수료와 이자를 생각하면 고정지출만 더 늘어나는 것뿐이다. 습관은 무섭다. 빚내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버릇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감당할 수 없는 욕망이 위험을 부른다. 그리고 위험은 늘 위기로 이어진다. 하이리턴 앞에 하이리스크가 붙어 있는 이유를 뒤늦게 깨닫고 나면 부채와 고통만 남는다. 욕구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인간일수록 부채를 경계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당장 손에 넣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사람은 인내심과 참을성이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오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위기는 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다. 소비습관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돈을 쓰는 방식은 욕구와 욕망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소비를 보면 삶이 보인다. 습관이 붙는 단어는 모두 인생을 닮는다. 언어습관을 살펴보면 살아온 과정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몸에  생활습관을 토대로 생사와 길흉을 가늠한다. 소비습관은 심리상태를 반영한다. 건강한 소비습관은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기 객관화가 잘되어있는 사람은  필요한 지출만 한다.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요행이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소비의 목적과 방향성을  확인한다.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은 충동과 욕망을  제어한다는 의미다. 건강한 소비습관을 가진 이들은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행복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향유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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