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Jan 15. 2024

겉모습이 화려할수록 내면은 초라하다

SNS 속에서 행복을 연기하는 사람들

 마케팅전문가인 지인은 업무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을 많이 만났다. 그녀는 신경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관심과 동경을 받고 살지만 정작 내면은 한없이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유명인들은 화려한 삶을 전시하고 인생을 광고하면서 부러움을 산다. SNS에 포스팅을 올리면 수만 개의 좋아요와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 사진 속의 자신은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초라하고 공허한 내면은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약한 모습을 드러내면 많은 이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열렬한 박수는 돌아서는 순간 차가운 비수가 된다. 그래서 찬란한 인생을 연기하는 사람의 내면은 쓸쓸하다 못해 공허하다. 본인을 태우면서 빛을 내다보니 속은 텅 비게 된다. 내면이 초라한 사람일수록 겉모습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신경 쓰고 연출된 상황과 인위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들은 남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익숙한 자기혐오에 빠져있거나 오래된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에서 아무리 칭찬해 주고 애정을 표현해도 공허하게 받아들인다. 본인에 대한 애정이 없으므로 타인의 진심과 사랑까지 의심하게 된다. 광적으로 겉모습에 신경을 쓰고 이미지를 연출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만족감을 높이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여기서 오는 행복감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멋지고 우월한 존재들은 널려있고 그들을 보면 곧바로 좌절한다. 낮은 자존감과 자기 혐오감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했다.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지인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추앙하는 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모두 쳐다볼 만큼 굉장한 미인이었다. 가끔 만나서 같이 전시를 보거나 식사를 하면 주변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친해지면서 그녀는 내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학생 시절부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서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 시기에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여러 명 알고 지냈다. 모두 미인인 데다 사람들의 동경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녀들은 SNS에 업로드하는 연출된 삶에 집착했다. 행복을 연기하고 인생을 한 편의 연극처럼 여기는 면이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타인의 애정을 대안으로 삼는다. 그러나 자존감은 사람들의 칭찬이나 평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본인을 인정하고 아껴주면서 내면에 형성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아무리 많은 관심이 쏟아져도 내면에 쌓이는 것은 없다.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모델로 활동하고 방송계에 러브콜을 받아도 그녀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심리상담을 받으러 다니면서도 SNS를 포기하지 못했다. SNS를 동아줄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과 호응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준다. 휘발성 강한 감각이지만 그것마저 포기한다면 삶을 지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해 보였지만 이면의 민낯은 초라해서 참 안쓰러웠다. 아무리 찬사를 받아도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면 자존감은 계속 하락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들이 보내는 큰 사랑을 받아도 한없이 외롭다. 칭찬은 참된 기쁨을 안겨주지 않는다. 가슴에 닿을 새도 없이 휘발되어 사라질 뿐이다. 진심에 도달하는 고백은 없다. 사람들은 연출된 이미지와 화려한 겉모습만 추앙한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성 안에는 낡은 옷을 입은 공주가 산다. 모두가 멋진 성에 걸맞은 공주의 아름다움을 상상한다. 그러나 공주는 사람들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방 안에 머물러있다. 자기를 향한 환호성이 커질수록 공허한 마음과 불안은 깊어진다.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SNS에 집착하는 이들은 심리적인 탈진상태에 놓여있다. 인기와 동경 속에 둘러싸여 살지만 스스로를 외톨이라고 여기는 삶은 고통스럽다. 인간은 남은 속여도 자신은 속일 수 없다. 남들이 보는 모습은 일부일 뿐이다. 예쁘고 멋지다는 말을 사람들이 아무리 늘어놓아도 본인은 자신의 초라한 민낯을 알고 있다.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람들의 기대와 애정이 사라질까 봐 두렵다. 타인이 보는 모습과 내가 아는 모습에서 오는 괴리감이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숨길 수는 있지만 잊을 수는 없고 외면할 수는 있어도 끝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애써 포장하고 기를 써서 연기하다 보면 피로감만 누적된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어렵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정말 힘들다. 나의 추악한 모습과 초라한 순간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전부 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미워하기 된 계기를 갖고 있다. 성격이 원인일 수도 있고 어떤 사건이나 주변 사람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 덮어놓고 모른척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회피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연출된 이미지로 관심을 받고 인기를 누려도 행복은 오지 않는다. 원인은 내 안에 있다. 혼자서 힘들 때는 용기를 내서 전문가를 찾아서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솔직하게 고백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심약한 내면을 갖고 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마음에도 체질이 있다. 체력이 떨어지고 아픈 것은 치료받으면 된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은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누군가 한 명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전문가에게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면 마음이 가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아도 괜찮다.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만 문을 열어도 답답함은 줄어들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전 01화 마음이 지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