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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Feb 01. 2024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모두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단신으로 가치관과 내면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성장과정에서 영향받은 것들이 내면의 기반을 다진다. 그래서 가정환경은 사람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피를 나누지 않았다고 해도 정서적인 유대감으로 묶여있는 관계도 가족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혈연만큼 깊은 인연도 존재한다. 가족의 정의나 형태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변화했다. 핏줄이든 인연이든 단단하게 이어져있다면 모두 가족이다. 가족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준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아이를 기르면서 얻는 경험을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형제나 자매도 마찬가지다. 싸우기도 하고 미워할 때도 있지만 유대감을 나누면서 성장한다. 양가 친척이나 사촌들 역시 비슷하다. 피보다 깊은 인연을 나눠가진 사이도 마찬가지다. 아픔을 딛고 가족이 되었다는 동질감은 공동체의식을 만든다. 이런 연대감은 시간이 지나면 신의로 발전한다. 힘든 순간에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가족 간의 믿음에서 나오는 의리다. 가족이 주는 믿음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강인한 지지대가 된다.


 그러나 모든 가족이 사랑과 믿음으로 엮여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서로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움과 불신으로 얼룩진 사이는  이상 가족이 아니다. 가정불화는 재앙의 근원이다. 연관된 사람 모두가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없는 아이들은 방황하거나 방치된다. 또래보다 빨리 세상을 알고 일찍 어른이 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성장기의 강렬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있다. 그러다 결국 연을 끊고 지내는 이들도 많다.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저 주변에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다채로운 삶을 알고 싶었다. 경청은 마음을 여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나는 끈질기게 들었고 사람들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즐거운 경험과 신나는 일화들이 이어지다  이정표처럼 걱정과 고민이 등장했다. 그러다 보면 자주 가족사가 흘러나왔다.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화제가  사람의 약점이다.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도 크게 성공한 사람도 약점은 모두 똑같았다.


 사서 고생했던 시절은 추억이 된다. 그러나 어둠 속에 버려졌던 외로운 순간은 추억이 되지 않는다. 기억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유난히 씩씩했다. 밝고 명랑하고 대인관계가 좋은 경우도 많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쉽게 그늘을 찾아볼  없었다. 과거의 고통이 깊은 만큼 현실을 충실히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마음을 닫고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인간에 대한 불신을 기본값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납득할  있었다. 가족을 끊어내고 홀로 살아남은 그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포기하고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려운 성장환경을 극복한 유명인들을 보고 착각한다. 노력만 한다면 아픔을 딛고 일어나 성공할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한마디로 오산이다. 다큐멘터리나 탐사보도 프로그램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력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아이들은   없이 많다. 학대와 방치 속에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들도 적지 않다. 오로지 운이다. 살아남아서 어른이 되는 것은 운이지 노력의 유무와는  상관이 없다. 성공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부터 기적이다. 살아남아서 평범한 사람이 된다면 이미 인간승리다.


 불우한 과거를 가진 사람들은  성공을 염원하지 는다. 그들이 진심으로 열망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흔한 인생이다. 부부가 되어 아이를 키우면서 월급날 외식을 하고 주말에는 나들이를 가는 그런 . 모두에게 당연한 그런 평범함을 동경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장배경과 가정환경은 사람을 이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아픔을 딛고 성공한 사람에게는 오점이 되고 극복하지 못한 이에게는 낙인이 된다. 과거의 삶을 문제 삼아 노력을 폄훼하고 성취를 폄하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사를 본인의 약점으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못도 아니고 지탄받을 죄도 아니지만 사회가 치부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상처가 덧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가면을 쓰고 이미지를 입고 감추면서 산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방식을 택하든 가족사는 당사자의 몫이다. 결과를 두고 비난할  있는 사람은 없다. 고통 앞에 당당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가의 잣대가 아니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혼자   없는 인간은 없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안아주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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