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Apr 06. 2024

말은 줄일수록 이롭다

말을 정말 잘하는 사람은 화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다


 달변가는 대중 앞에서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큰돈을 번다. 재치 있는 입담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하고 촌철살인으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달변가의 화술에 웃고 울면서 열광한다. 그들이 남긴 말은 명언처럼 회자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나 말이 힘을 갖게 되는 만큼 부담 역시 크게 증가한다. 생각 없이 뱉은 한마디가 역풍을 부르고 과거의 발언이 발목을 잡는다. 자기 입에서 나온 말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달변가는 대부분 끝이 안 좋다. 영광은 쌓아 올리기는 힘들지만 무너질 때는 순식간에 망가진다.


 달변가는 늘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껍데기는 요란하지만 내용물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그래서 화려하게 포장하고 부풀리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보면 말이 많아진다. 뛰어난 언변으로 환심을 사도 말이 많으면 꼭 실언을 한다. 마음을 얻으려면 천 마디가 필요하지만 잃는 것은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래서 달변가는 늘 자기가 내뱉는 말 때문에 몰락한다. 달변은 그저 잔재주에 지나지 않는다. 말을 정말 잘하는 사람은 화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적게 말하는 사람이다. 현실과 진실은 대체로 반대다.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말을 잘 참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달변은 부러움을 사지만 눌변을 조롱을 받는다. 신중한 태도로 꼭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은 말재주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적게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말주변이 없고 어눌하다는 놀림을 받아도 개의치 않는다. 말하는 것은 쉽지만 참는 것은 어렵다. 말이 적으면 논란거리가 없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사람과 갈등을 빚을 일도 없다.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은 꼭 필요한 말만 한다. 입을 열어야 할 때와 닫아야 할 때를 구별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갖고 있다.


 말은 줄일수록 이롭다. 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다. 유려한 표현과 화려한 화법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백 마디씩 뱉다 보면 한 마디는 반드시 실수하게 된다. 말이 많으면 화를 낳는다. 기술이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과거를 영원히 박제하는 시대다. 시간이 지나도 풍화되지 않는 말의 독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말로 흥한 자는 결국 말 때문에 몰락한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태도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적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생존전략이다.

이전 24화 대화가 갖는 의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