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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ug 14. 2024

나도 내가 버겁다

 사람은 참 어렵다.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도 힘들지만 스스로와 잘 지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가끔씩 삶이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게 힘들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나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나는 내가 버겁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이 내면에 잔뜩 뒤엉켜있다. 얽히고설킨 감정이 꼬여서 형성된 거대한 매듭은 바위처럼 크고 단단하다. 정답을 알 수 없는 시험문제를 포기하고 넘어가듯이 버거운 감정 앞에서 나는 매번 도망쳤다.


 미루고 외면해도 문제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채우지 못한 빈칸을 내버려 둔 채 늘 회피했다. 용기가 없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정면으로 파고들만한 패기도 없었다. 영역다툼에서 밀려난 개처럼 나는 초라하게 등을 돌렸다.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지기를 바랐다. 우연을 계기로 달라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저절로 변하거나 알아서 좋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손을 쓸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돌아서면서 늘 무력감과 무기력을 실감했다.


 기복이 심한 부침을 반복하면서 마음이 지쳐버렸다. 늘 괜찮은 척했지만 정말 괜찮았던 적은 없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표정을 감추고 감정을 숨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는 나았지만 흉터가 남았다. 아물면서 흉이 진 자리는 더 이상 고통은 없지만 통증을 느낀 순간의 기억은 남아있다.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넘기며 살았다. 그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을 힘없이 놓아버렸던 것 같다. 버거운 자신을 외면하고 힘없이 돌아서버렸다.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나를 비롯해서 모두를 속였다. 괜찮다는 말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내면의 그늘 아래 헝클어진 갈기를 달고 날뛰는 버거운 나를 억누르고 지냈다. 가슴 깊은 곳에 만든 감옥 만들고 살았다. 복잡한 감정을 거기 몰래 가두고 감시하며 지냈다. 스스로 만든 감옥을 열고 내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채 나이만 늘어나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지나간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저만치 멀어졌다. 벌어진 간격은 쉽게 좁힐 수 없을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마음을 터놓을 수 없다는 현실이 괴롭다.


 남보다 내가 더 먼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밀려드는 공허감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댄다. 가까스로 평정심을 찾고 나면 내 꼴이 우스워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마음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살면서 뜻대로 되는 것을 세어봐야 몇 가지나 될까?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나를 향한 미움의 칼날을 보이지 않는 곳에 집어넣었다. 또다시 원점이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어른이지만 어른답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하루하루 견디면서 지내는 중이다.


 마음은 여름 날씨처럼 좋았다가 나빠지는 지루한 반복을 이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먼지도 오랫동안 쌓이면 덩어리가 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소화되지 않은 묵은 감정들이 한데 모여 녹지 않는 응어리로 변했다. 안고 가자니 무겁고 풀고 가자니 버겁다. 끌어안으면 이대로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버겁지만 버텨야 산다. 어차피 인생은 낮과 밤처럼 자주 바뀐다. 좋을 때가 있으면 힘든 날도 있다는 것은 안다. 그저 지금은 밤이 지나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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