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약점
과시는 내면의 결핍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관심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행동이나 거짓이나 다름없는 허세도 과시욕의 일부다. 언젠가부터 SNS는 결핍을 전시하는 공간이 됐다. 다들 일상의 사소한 것들까지 보여주는데 열중하고 있다. 관심을 갈구하는 몸짓은 애처롭다 못해 애잔하다. 인스타 스토리나 포스팅을 통해 받는 관심에 과연 진심이 있을까? 불특정다수가 보내는 휘발성 강한 관심에 열중하는 행동은 행위중독이나 마찬가지다. 결핍은 과시로 채울 수 없다.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반복할수록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과시하고 허세 부리는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남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를 관리하고 포장해서 전시한다.
연출과 편집으로 만든 삶은 공허한 연극이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남이다. 관심을 던져주는 관객을 위해서 내가 아닌 나를 연기한다. 연극의 스테이지나 다름없는 SNS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민감한 개인사나 부러움을 살만한 근황을 쏟아낸다. 스팸메시지 같은 쓸데없는 소식을 계속 접하다 보면 주변 지인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의무감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도 달지만 인간적인 공감이나 정서적인 교감은 없다. 그저 관심에 목마른 사람이라고 여길 뿐이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365일 내내 SNS로 광고를 하지만 늘 외롭다. 과시욕에 휩싸인 이들은 주위에 사람이 많아도 정작 진짜 친구는 드물다. 정작 마음을 터놓고 진지하게 교류하는 사람은 없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지만 외로움과 공허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면 애써만든 이미지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본모습을 늘 감추고 산다. 화려한 껍데기를 걸치고 있지만 속은 텅 비어있다. 외관을 꾸미는데 열중하면 내실을 다질 여력은 사라진다. 그저 타인의 관심받으려고 에너지를 전부 소비한다. 그래서 내면은 공허하고 한없이 초라하다.
결핍에서 비롯된 고통을 달래려고 늘 인간관계에 집착하지만 진심을 나눌 수 없어서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애정을 갈구하지만 정작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없는 삶은 비극이다. 대인관계에 열중하면서 사람 만나기를 즐기지만 결핍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사람에게 중독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새로운 사람이 주는 자극에 길들여지고 사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일함은 의존적인 관계를 맺는 원인이 된다. 건강하지 않은 인간관계는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나를 인정하는 마음이 없다면 악순환만 계속된다.
고민을 토로하면서 고통을 호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제일 괴로운 사람은 옆사람이다. 관심에 중독된 인간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결핍은 바닥 없는 구멍이다. 많은 애정과 주목을 받아도 늘 부족하다고 여긴다. 이들의 내면은 사막과 같다. 자기애나 자존감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말라버린다. 자신을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불행하다고 치부하고 우울감에 허우적댄다. 옆에 있으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순간적인 감정과 충동이 거의 모든 결정을 좌우한다. 그래서 언행이나 행동의 일관성이 부족하므로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다.
행복의 조건이 남의 시선과 반응에 의해 결정되는 삶은 너무나 공허하다. 남들 따라가고 남들처럼 살지 않으면 불안하다. 뒤처지면 남들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우울해한다. 유행을 따라 사는데 열중한다. 대열에 들지 못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다수에 속하려고 기를 쓰고 애를 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의 꼬리를 붙잡으려고 발버둥 치는 동안 내면은 황폐해진다. 남들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일희일비한다. 시선은 언제나 외부를 향해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려는 노력은 전무하다. 거울은 수시로 보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다.
결핍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존감이 낮고 삶에 만족하는 자기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만성적인 자기혐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망가지면 남에게 집착하게 된다. 외향적이고 사람을 좋아한다고 포장하지만 실은 외로움과 괴로움을 잊으려고 사람에게 의지하는 상태다. 결핍을 극복하지 못하고 애정을 갈구하면서 관심받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결국 나는 없고 항상 남뿐이다. 원인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 시도를 하지 않는 이상 현실은 늘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다.
행복은 만족을 얻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자기애와 자존감이다. 나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랑을 받아도 공허하고 관심을 받아도 허무할 뿐이다. 결핍은 몸에 익은 오래된 관성이자 습관이다. 벗어나려면 힘의 방향을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 밖으로 향해있는 시선을 내부로 돌려야 한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투른 점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연습해야 한다. 과시욕을 드러낼수록 결핍에서 비롯된 약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감추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보인다. 삶의 만족감은 남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