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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제이 Oct 28. 2022

계테크스터디 #7
몸값 올리기

당신이 누군가의 상한가 종목이 될 수 있기를

 지난 스터디까지 우리는 관계가 궤도에 오르기 위해 일정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인간관계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시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기다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관계를 그르치지 않기 위한 기본적인 요령, 축구로 따지면 일종의 전술에 가까운데, 아무리 좋은 감독이 좋은 전술을 써도 야구 선수들만 데려와서는 프로 축구팀에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효과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즉 골을 넣고 이기기 위해 우리는 좋은 선수로 팀을 꾸릴 필요가 있다.


 평소 상대방과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신이 연락하면 한참 있다가 ‘미안 바빴어’ 하는 무성의한 답변이 오는 사이가 있지는 않은가? 상대에게서 이러한 대답이 돌아오는 이유는 상대의 나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이다. 먼저 연락하지 않거나, 개인적인 주제만 나오면 선을 긋거나, 만남을 파토내거나 하는 등의 여러 장면에서 우리는 상대의 나에 대한 우선순위를 짐작할 수 있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기 위해서는 낮아진 관계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우선순위가 높아진 상대가 먼저 나를 찾고, 나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해야 한다. 그러면 너무 시간과 에너지를 오래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전술이 조금 좋지 않아도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억지로 강요하라는 뜻은 아니며, 나의 우선순위를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요령을 활용하면 좋겠다. 이번 스터디에서는 관계의 우선순위를 높이기 위한 방법 세가지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무언들




1. 우호적 관계를 조성하라


 지난 10여 년간, 나는 HR 업무를 하면서 매우 많은 인터뷰를 해 왔다. 입사 지원자 면접, 타 부서 임원이나 팀장 면담, 외부 컨설턴트나 업체와의 협의, 팀 동료 면담 등 횟수로 따지면 수백번은 한 것 같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소개하려 한다.


 임원인사를 담당하던 대리 시절, 10여명의 주요 임원들을 개별 면담하고,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조직의 방향성과 조직의 HR 이슈를 청취해 오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5년차 남짓한 대리 나부랭이가 하늘 같은 상무, 전무님의 마음 속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인터뷰부터 딱딱한 일 이야기와 피상적인 대화만 오가다가 별다른 수확 없이 인터뷰가 끝났다. 그들이 마음 속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나는 방법을 살짝 바꿔 보기로 했다.


 다음 인터뷰에서 나는 HR에서 지금 가장 관심있게 추진하고 있는 일, 다른 부서에서 들린 가십거리, 회사 전반적인 동향이나 핵심 임원의 최근 행보 등을 먼저 화두로 꺼냈다. 소위 떡밥으로 상대의 관심을 끈 것이다. ‘내가 지금 던지는 떡밥 재미있나요? 나 이거 굳이 이야기 안해도 되는데 합니다.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 라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대화를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훨씬 대화가 쉬워진다. 나를 경계하거나 허투루 보던 상대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내 질문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고, 물어보지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끄집어 낸다. 덕분에 나는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소스를 얻곤 했다.


암요 그럼요 상무님 그렇다말구요, 상무님 말씀중에 죄송한데 오늘 넥타이가 너무 멋지십니다 촤하하


 마지막으로 신이 나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상대의 말은 인터뷰 본연의 주제에 벗어나더라도 최대한 경청해주고, HR 담당자로서 상대방의 말에 매우 관심 있다는 리액션을 충분히 해주면, 그 날의 인터뷰는 상호간에 만족스럽게 마무리된다. 


 신뢰의 유무는 인간관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번 신뢰를 형성하면 상대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신뢰 없는 상대의 생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맨손으로 바위를 깨는 것처럼 어렵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같은 산을 함께 오르는 친구처럼 서로에게 협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산을 오르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초코바 하나를 건네자. 그러면 누군가와는 힘들 때 끌어주고 밀어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을 것다.




2. 없으면 불편한 사람이 되어라


 회사에서 매 승진때마다 누락없이 승진하고, 연봉 협상에서 매번 우위를 점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는 동료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상사 (또는 의사결정자) 에게 본인이 없으면 불편할 것이라는 인식을 명확하게 심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인사 업무를 하면서 위와 같은 사례를 수도 없이 보아 왔다. 업무 능력이나 타 부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 친구가 핵심 고객처를 상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 잘 하는 친구를 제치고 승진하는 경우, 보고서를 기똥차게 써 내서 PPT 몇 장으로 경영층을 감동시키는 능력이 있는 동료의 특진 등등


  회사라는 정형화된 조직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모인 모임이라면 이 방식은 어디서나 통용된다. 학부모 간의 커뮤니티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학교나 동네 고급정보 (이를테면 요즘 핫한 학원 같은) 를 당신에게 틈틈이 알려주는 친절한 아들 친구의 엄마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 덕분에, 당신은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학부모간 치열한 교육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과 커피를 마시는 약속, 그 사람이 보내온 톡 등은 당신의 우선순위에서 매우 높을 것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단순히 식사메이트,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처럼 사소한 가치도 충분히 의미 있다. 대신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하며, 당신이 등을 돌리거나 곁을 떠났을 때 불편함과 상실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3.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라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인간관계에 대한 바이블이다. 거의 100년 전에 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이 대단할 정도로, 이 책은 사람을 다루는 방식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 왔어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테니.


 책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는가’ 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책 전반을 관통하는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상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라.’ 이다. 나는 카네기의 이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람은 놀라울 만큼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나도 그렇고, 당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 당신이 5분 이상 고민한 것 중에서 당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얼마나 있나?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타인의 일상적인 고민을 듣고 공감할 수는 있으나, 당신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정말 고민하는 것은 당신이 오늘 먹을 저녁식사일 것이다. 나도, 당신도, 다른 누군가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의 관심에 집중하지 말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의 관심과 고민에 집중해야 한다. 들을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경청해 주어라. 상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므로, 나보다는 상대가 더 많이 말하게 만들어라. 그리하여 상대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의 욕구를 현명하게 이용하라. 당신의 목표와 상대의 욕구를 동기화 해야 한다. 소개팅에 나가서 혼자 자기이야기만 실컷 떠들고 와서는 ‘분위기가 좋았어’ 하다가 애프터에 실패하는 사람을 많이 보아 왔다.


당신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주제이든 들을 수 있도록


 자주 늦게 잠드는 아이를 억지로 꾸짖고 재우려 하기 보다는 일찍 자야 더 키가 커지고, 그래야 네가 좋아하는 달리기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자. 내가 원하는 연애 방식을 연인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그 또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듣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은 후, 그 부분에 집중하자. 함께 등산하던 친구가 지쳐서 퍼져 있다면, 억지로 가자고 역정을 내고 부추기기 보다는 상대가 정상에 올랐을 때 얼마나 보람을 느낄지를 다시한번 상기시켜 움직일 힘을 주면 좋겠다.




더욱 확실한 방법은,


 그리고 끝으로,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몸값을 높여라’ 는 것이다. 당신이 비교대상들보다 능력이 있고, 매력이 있다면? 중요한 포지션에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지금까지 내가 말한 팁들이 의미 없을 정도로 당신의 우선순위는 상대에게 이미 매우 높을 것이다.


 당신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상대는 기꺼이 당신과 우호적 관계를 조성하려 할 것이다. 없으면 불편한 사람이 될 것이며, 당신의 입장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려 할 것이다. 상대가 돈을 쓰고 에너지를 쓰며 시간을 쓰도록 해라. 그리고 그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맞추기 전에, 상대가 당신에게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말한 요령들은 차근차근 순위를 올리기 위한 방법이다. 100위에서 99위, 98위, 이렇게 단계별로 올라가기 위한 방법이며, 지속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운이나 상황에 따라, 내가 관계에 투자한 만큼 기대했던 보상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10위권 안에서 시작할 수 있다면?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부, 성공, 사회적 지위 같은 것들도 태어날 때부터 시작점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듯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내가 도덕책처럼 '상대에게 잘하면 모두 잘돼요!’ 라는 이야기를 당신께 한다면 그 것은 거짓말이다. 우리는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선순위 100위에서 출발하여 10위권 안의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거북이처럼 꾸준하게 요령을 활용하는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으면, 덜 노력해도 된다.


 아니, 차라리 평소에 자신의 가치를 꾸준히 높이는 노력을 하자. 지금은 100위에서 시작하더라도 다음 번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100위가 아닌 99위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하자.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면 훨씬 게임이 훨씬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경력직 채용 시장을 살펴보면 평범한 지원자 A는 다른 경쟁자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운이 잘 맞아 겨우 합격한다. 그러면 연봉협상에서도 을이 되어 만족스러운 협상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하고 스펙이 뛰어나며 말도 조리있게 잘 하는 B라면? A와 B가 같은 포지션에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시장에 책정된 연봉보다 웃돈을 주고라도 B를 데려오려 할 것이다. B가 A보다 가치가 훨씬 높기 때문에, 갑을 관계가 바뀔 수 있다.


 매력을 기르자. 옷을 깔끔하게 입고, 운동을 통해 몸도 가꾸자. 이런 기본적인 매력 외에 다른 이가 갖지 못한 희소한 매력을 갖고 있다면 더 좋다. 만남이 기다려지는 사람,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 단점보다 장점이 더 떠오르는 사람, 만났을 때 상대가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 상대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 당신 또한 그런 사람과의 관계가 훨씬 더 우선순위가 높지 않나? 





 다만 나는 당신이 당신 본연의 매력을 버리고 모든 것을 상대에게 맞추려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때로는 그 노력 대비 상대에게 기대되는 것들이 크지 않다면, 그래서 당신 인생으로 보면 마이너스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당신이 더 소중하다. 헤어진 애인을 무조건적으로 기다리며 떠나간 그 또는 그녀의 취향에 맞추느라 내 소중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지 말자. 이기적이고 꼰대인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고 나의 성격과 취향을 바꾸려다가 토사구팽 당하지 말자. 언제 누구를 만나더라도 빛날 수 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순위권 밖으로 생각하는 불공정한 계약은 과감하게 파기하라. 우리가 인생에서 알고 지내야 할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당신의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을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너무 과도한 에너지를 쓰지 말자. 안되면 억지로 하지 말고, 무리해서 맞출 필요는 없다. 당신은 당신으로 소중하다. 당신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아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자.


 당신은 새로 오픈한 카페의 사장이다. 커피 맛을 개선하고,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하며, 인테리어를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하여 새로운 고객들을 모으고 그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입소문을 내고 다른 카페 대비 당신 카페의 우선순위를 높여야만 치열한 동네 상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신, 진상고객에게는 가차없이 대처할 용기도 필요하다.


너만을 위한 카페가 되어볼게. 대신 너도 나만의 손님이 되어주렴




  차례의 스터디를 거치면서 우리가 서로에 대한 우선순위가 조금 높아졌다면 좋겠다. 내가 당신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의미 있고, 앞으로도 우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면 좋겠다. 그렇게 내가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내게 그러하듯이.


 그리고 당신 삶 속에서, 당신이 누군가의 상한가 종목이 되는 경험을 꼭 할 수 있기를. 또는 당신에게 상한가 종목이 되고 싶어하는 누군가의 진심을 돌아보며 감사히 여겨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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