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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제이 Oct 29. 2022

계테크스터디 #11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

당신은 로봇이 아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간관계에도 당연히 쉼표가 필요하다. 아니, 기계라 해도 휴식은 필요하다. 혹시 코인 노래방이 새벽에 기계를 쉰다는 사실을 아는가? 코인 노래방에 한참 꽂혀 있던 시절, 출근길 오전 7시에 들렀다가 기계를 재부팅하는 시간이라 노래를 한 곡도 못 부르고 온 기억이 난다. 기계도 쉬어야 하는데 인간은 오죽할까.


 휴가 없이 1년 동안 계속 일만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 물론 억지로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결국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 망가지기 마련이다. 주변에 일 잘하는 사람들은 쉬는 것도 잘한다. 계획적으로 쉬어주어야 할 타이밍에 열심히 쉬고, 돌아와 100% 완충된 배터리로 다시금 일에 열정을 쏟는다.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쉼의 힘은 무척 강력하다. 휴식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의 내 경험과 생각들을 추스르며, 삶의 지도를 펼치고 앞으로 갈 길을 점검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상대할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띄어쓰기와 쉼표가 문장의 일부이듯, 휴식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일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편하게 바다 보러 같이 갈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사회적 인간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다 보면 반드시 피로도가 쌓인다.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외향형 사람들도 1년 365일 내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 수는 없다. 에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만남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무뚝뚝하여 세상 불편한 전무님과 1주일 내내 회식을 하면서도 매일 에너지가 넘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사람을 대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억지로 타인과의 접점을 지나게 마련이며 그래서 우리는 종종 관계의 번아웃에 직면한다.


 회사 동료의 부모님께서 동료에게 했던 말인데, 인생을 길고 안정적으로 사는 지혜 중 하나는 ‘하루에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80% 정도만 쓰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말에 무척 공감했다. 매일 전력 질주하고, 에너지를 제한 없이 소모하며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달려가지 말자. 근육을 키운답시고 자기 한계만큼 매일 아령을 들지 말자. 꾸준히 80%만 하는 것이 더 낫다. 나머지 20%는 내일을 위해 잘 보관해 두거나 최소한 내 진짜 인생을 위해 쓰는 것이 맞겠다.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들 알면서도, 의외로 중간에 잠시 내려놓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일하다가 몇 시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집중하고 일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쉬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괜찮다 싶어도 의도적으로 쉬는 시간을 갖자. 3시간 4시간 화장실도 안 가고 집중할 수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1시간마다 잠시 일어나 스트레칭 하자. 습관과 관성대로 내 행동이 흘러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잠시 멈추고, 그 멈춤에 대한 불안도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용기를 가진 우리가 된다면 좋겠다. 바로 지금, 잠시, 조금만 쉬어 보자.


 회사를 오랜 기간 다니면 복지혜택으로 장기근속 휴가를 주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10년 만근 시 2주의 휴가가 부여되는데, 본인의 연차휴가를 붙여서 거의 1달가량을 쉴 수 있다. 비록 1달의 업무 공백이 생기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더 얻는 것이 더 많은 현명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쳇바퀴 돌듯이 앞만 보며 달리던 한 사람이 긴 휴식을 통해 얻은 에너지는 그 인생 전반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한다.


팀장님 내일 휴ㄱ.... 아, 아닙니다.


 인생은 길다. 당신이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주부든, 어떤 상황에 있든, 의도적으로 쉬는 습관을 갖는 것은 긴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은 실제로는 연속적이나 인간은 편의를 위해 1년, 1달과 같이 인위적인 분절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잘 이용하여 1주일 힘들게 일하고 1주일은 설렁설렁하고 하루는 완전히 쉬는 등 본인만의 시간 루틴을 만들어 슬기롭게 활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의도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항상 좋은 점만 보여주려, 항상 상대에게 시간을 내어주려 하다 보면 반드시 관계에 지치는 시점이 온다. 당신의 친절과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상대방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매일을 함께 할 필요는 없는 관계라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의도적으로 잠시 관계를 단절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이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노력하면 맺을 수 있는 관계의 기회는 차고 넘친다. 그러니, 모든 사람과 항상 우호적인 관계를 맺거나 모든 순간에 에너지를 쓰려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럴 수 없을뿐더러 그렇게 한다 한들 당신의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다.


 만났을 때 에너지를 얻게 되는 좋은 사람을 주변에 많이 만드는 것도 좋겠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 맞는 친구 한 둘은 있기 마련이다. 신입 때 같이 입사한 동기 형이 한 명이 있었는데 그 형은 존재만으로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하루 종일 막내로 눈치 보며 일하다가 중간에 잠시 형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더 빨리 번아웃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인생에서 플러스가 되는 관계는 다른 관계보다 더 우선순위에 두고 소중히 여기자.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너무 갈등이 심하거나, 억지로 관계를 이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는 한 번쯤 떨어지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절친, 부부와 같이 가까운 관계도 휴식이 필요하다. 대신 휴식=관계의 단절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친구나 직장에서의 관계에서는 문장을 끊어가는 마침표를 써도 다음 문장을 이어갈 수 있으나, 가까운 관계의 경우에는 잠시 관계를 느슨하게 하고 문장을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 쉼표 정도를 활용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집중하던 시선을 잠시 돌려, 서로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시력을 유지하면서 컴퓨터를 오래 보려면 중간중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현명한 연인들은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고 둘이 붙어 있는 시간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율함으로써 오히려 관계를 더 애틋하게 만들곤 한다.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지 말고 잠시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다.


 연예인들을 보면, 몇 개월 반짝하고 금방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천년만년 이어질 것 같은 인기였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 방송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사람이 된다. 이미지가 고갈된 경우다. 사람은 항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관심을 갖게 마련이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주면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그래서 내 재능이 매우 천부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중간중간 방송활동을 쉬면서 개인기 등등 다른 매력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의 이미지가 상대에게 고갈되지 않게 하자.


 전반적인 인간관계를 마음먹고 정리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가까워져 좋으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거나 의무로 느껴지는 때가 있다. 또는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내 속 이야기를 할 곳은 없을 때, SNS 팔로워가 늘어 흐뭇하지만 의무적으로 사진을 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한 달 전 잡아 둔 친구와의 약속 날이 다가올수록 친구가 먼저 파투 내기를 내심 기대하게 될 때도 있다. 이럴 때 억지로 새로운 일을 벌이거나 관계를 확장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잠시 멈춰 서서 여기저기 벌려진 관계를 수습해 보는 게 어떨까? 나는 이것을 '관계의 가지치기'라고 부르고 종종 실행에 옮긴다. 관계의 미니멀리즘이다. 헌 옷들을 버리듯 한 번 싹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휴대폰을 열어 필요 없는 메신저 친구를 지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10년 전 대학교 조별과제를 같이 했던 얼굴도 잘 기억 안나는 친구, 회사 일로 잠시 메시지를 나눴던 다른 계열사 직원. 그렇게 약 100명~200명의 다시 연락할 일이 전무한 사람들을 지웠다. 그렇게 연락처를 지운 사람들 중에 지금까지 연락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에게 모두 좋은 사람이려 하지 말자.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인간관계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제한적이다.


넓은 인간관계가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취미로 시작했던 즐거운 스포츠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의무감으로 출석만 하게 된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평생 즐겁기만 할 수는 없으며,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일들이 때로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이 된다. 인간관계도 다를 바 없다. 영원할 것 같았던 관계도 언젠가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백년해로한 부부, 끝까지 우정을 지킨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엄지척 하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그러한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관계의 쉼표를 잘 활용했을 것이다. 중간중간 쉬어 가며, 때로 상대보다는 본인의 마음에 귀 기울임으로써 다시 상대를 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테크스터디도 이제 슬슬 막바지다. 나와의 스터디 시간이 당신에게 여전히 즐거운 시간이라면 좋겠다. 언젠가 우리의 관계에도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이 순간만큼은 당신이 에너지를 '쓰기' 보다는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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