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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제이 Oct 30. 2022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는 당신에게

Epilogue #2

 휴리스틱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그리스어로 ‘찾아내다’, ‘발견하다’라는 뜻인데, 신속하게 어림짐작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매번 모든 정보를 확인하거나 의식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가는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금방 쓰러질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휴리스틱을 사용하여 효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양치를 하러 가는 것처럼, 많은 행동을 무의식과 습관의 영역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주말에 시간을 알차게 쓰기로 결심하고는 토요일 아침 침대에 늘어져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집에 있을 때마다, 침대를 볼 때마다 나의 휴리스틱은 ‘침대에 늘어져 있으면 편하다. 그러니까 눕자’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나의 습관을 의식적으로 바꾸려 노력하다 보니,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주말에 최소 3~4시간은 생산적인 일을 하며 보낸다.


하지만 여전히,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생각하는 방법, 행동, 말투는 그 사람이 지금껏 살아온 경험의 축적이므로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나는 달라’ 하면서 금방 바뀔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하루 종일 구부정하게 거북목으로 컴퓨터를 하다가 1분 잠시 스트레칭을 하는 것만으로 고개가 펴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무의식과 습관은 생각보다 매우 강력한 녀석들이라, 혼자 힘으로 쉽게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나 자신의 행동만 바뀌려 노력하기보다는 주위 환경을 바꾸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바뀔 수 있는 영리함이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꾸준하게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 5km도 못 뛰는 사람이라도, 1km부터 계속 연습하면 언젠가 10km, 20km를 뛸 수 있을 것이다. 매일 5분간 스트레칭하고 교정을 하며 조금씩 자세를 바꾸려 노력하면 언젠가 거북목도 해소할 수 있다. 한 번에 달라질 수는 없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휴리스틱과 100번 싸워 1번 이기던 것을 2번 이기며 승률을 높이고, 그것이 3번, 4번 되다 보면 결국 새로운 바람직한 휴리스틱이 형성된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성숙한 관계 맺기를 위해 우리에게는 의식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책을 읽으며, 주변의 사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자. 그리고 그 과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숨어 있는 관계의 본질을 캐치해 내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자. 그렇게 생각과 말과 행동을 조금씩 미세조정해 나가면서, 사람을 대하는 당신만의 방식을 조금씩 완성해 가면 된다.


 지금의 작은 차이가 10년 뒤에는 큰 차이가 된다. 10년 전 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를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10년 전 당신과 당신을 둘러싼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결혼을 했거나, 회사에 취업했거나, 이사를 갔거나 하는 환경적인 변화를 포함하여 외모, 생각, 습관 등 삶의 여러 카테고리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10년 뒤의 당신은 지금과 일부는 같겠지만 많은 부분이 바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당장 내일의 내 성격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불가하나, 10년 뒤는 가능하다.


10년 전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대신 10년 뒤의 내가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 할 과거를 지금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하나씩만 나의 관계 레벨을 업그레이드해 보자. 대단할 것 없는 나도 매일 노력하고 또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힘들어하고 식은땀을 흘리던 신입사원이, 이제는 경력직 면접위원이 되어 면접에서 능숙하게 질문들을 던지고 면접을 진행한다.


 앞으로 당신의 계테크 능력을 기르고 성장하는 과정이 즐겁기를 바란다. 변화가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생을 구성하는 당연한 한 부분이 되기를 바란다. 간혹 인간관계라는 삶의 요소가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회의감을 느끼게도 하겠지만, 금방 훌훌 털고 길을 걸어가 어느덧 삶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당신이 오늘을 의미 있게 회고해 주기를 바란다.


 인간관계가 마음대로 안 된다고 좌절하거나, 선택이 틀렸다며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다. 당신의 인생은 당신의 것이며, 당신이 선택한 것이 모두 정답이다. 매 순간 당신은 최선을 다 해 왔으며, 다른 사람이 당신의 노력을 알지 못한다 해도 당신만은 스스로를 인정할 자격이 있다.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나도 당신을 인정하려 한다. 이 글을 다 읽었다는 것만으로 당신이 최선을 다 해 삶의 무게를 버텨 왔으며, 모든 관계에서 잘 되고자 노력해 온 사람일 것이라 믿으며 또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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