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도 수면마취의 시대

앞광고뒷광고아님

난 어렸을 적부터 치과를 가면 무섭다기보다는 입에 뭐가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혀에 힘이 들어가는 체질이라 민폐로 인해 치과를 멀리하였다.

스케일링을 하든 충치치료를 하든 뭔가 핀셋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일종의 반사 신경

그러다 보니 내 나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치료 한번 사랑니 한번 스케일링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간에 뛰쳐나오기 일쑤였다.

아무리 친절하게 내뱉는 말투라도 

"혀에 힘을 주지 마세요..."

"잠깐만 참으시겠어요? " 

맘 상하는 건 갈 때마다 반복이 되었다.

침 제거하는 석션을 제대로 안 해서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려는 적도 있었고

여러 추억(?) 이 치과라는 곳을 아예 처다도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건강 프로그램 TV를 시청하다 최근에는 치과도 수면 마취를 한다고 들어서 집 근처인 천안에서 수면마취를 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반신반의로 한 치과를 검색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해당 치과의 모토(?)가 조금은 나의 발걸음을 가게 만들었다.

우선 가자마자 이래저래 사정을 설명하고 입을 보였다.

아무리 수면 마취라도 우선 상태를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하니..

역시나 입에 뭔가 들어오니 혀에 힘이 들어가게 되었다.

"아.. 이래서 힘드시구나.. 알겠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치아 엑스레이를 찍고 견적(?)을 받았다.

사랑니 2개 발치

잇몸 뿌리가 거의 없어진 흔들리는 치아 2개 발치

충치 치료

신경 치료

스케일링

엄청났다. 제대로 된 치과를 가본 적이 없기에...

원장님과 마취가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이 잠깐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아마도 대공사다 보니 이래 저레 고민들이 많으셨던 것 같다.

선생님 왈

"대학병원처럼 전신 마취를 하는 게 아니라서..."

"여러 번 오셔야 되고 오실 때마다 수면마취를 해야 할 듯합니다."

"네 비용은 상관없으니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난 답변을 했다.

그래도 최대한 비용과 수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4번으로 나누어서 작업을 계획하셨다..

첫 번째 작업. 스케일링+충치치료+수면

두 번째 작업. 오른쪽 발치 2개(사랑니, 흔들리는 이)+수면

세 번째 작업. 왼쪽 발치 2개(사랑니, 흔들리는 이)+신경치료+수면

네 번째 작업. 4개월 뒤 2개 임플란트 작업

난 방법이야 상관없고 수면이 되는지 그 부분이 걱정이 되었다.

입속에 뭐가 들어온 상태로 30분이 넘어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대부분의 치료가 1시간이 넘는 작업이었다.

첫 번째 스케일링과 충치치료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건물 통째로 치과병원인 큰 병원이라 그런지 마취 치료하는 층이 따로 있었고 거길 들어가려면 에어 부스를 통해서 들어가야만 했다.

우선 수면 마취하는 방이 따로 있어서 다른 사람들 잉 하는 소리가 안 들려서 좋았고 과하디 과한 친절로 부담이 되었지만 하나하나 섬세하게 체크해주신 마취과 선생님도 좋았다.

일단 주사를 팔에 넣고 입을 벌렸다.

웬걸 마취가 전혀 안 되는 것 같았다.

끝나고 나서.

"아무래도 마취가 안 된 것 같아요 흠.."

"아 그런가요? 저희가 혹시나 맥박이 떨어지거나 그러면 조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흠.. 근데 지금 몇 시죠?"

헉.. 분명 난 또렷이 대화를 하고 마취가 안된다고 투덜투덜하면서 대화를 했는데. 1시간이 넘는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뭐지..

일반 내시경 수면 마취와 다른 약을 투여하는 것 같았다.

난 내시경 수면 마취처럼 주사를 넣자마자 기억이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그런 방식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선생님들이 말을 걸면 그 순간에는 깨서 대답을 하는 것 같은..

그래도 내 생애 처음으로 충치치료를 하고 스케일링도 하고 그것도 1시간이 넘게 말이다.

아무런 거북함도 아무런 불편도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늘 2개니 발치를 하였다.

오늘도 역시나 투덜이 스머프는 한마디 했다

"역시나 안 되는 것 같아요.. 다음엔 그냥 해보도록 할게요..."라는 말을 하고 시계를 보니 1시간 30분이 지나 있었다.

이쯤 되면 혹 내가 치과에 친숙해져서 담대해진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 법하다.

그래서 그다음 날 발치에 대한 소독 치료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입을 벌리게 되었다.

이건 뭐 하는 것도 아닌 발치 한 곳을 솜으로 몇 번 탁탁하고 끝나는 작업이다.

이때 나의 꿈틀거리든 혀의 반사 신경이 살아나서 그 소독 작업을 강력히 제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 수면이 잘 된 거였구나...

다행히 입을 벌리고 소독작업이 단 몇 초 만에 끝나서 무사히 넘기긴 했지만

그 사건이 있은 후 다음 발치 스케줄은 또 수면으로 잡게 되었다.

이래저래 그나마 장족의 발전이다.

내가 치과에 가서 충치치료도 하고 발치도 하고

세상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ps. 뒷광고 아님.. 앞광고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