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취미 하나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든다.
일상이 무너지면 우리는 여행을 찾는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어쩌면 가장 즐거운 시간은 여행을 맞이하는 일상이다. 비록 지금은 야근에 찌들어 있더라도 곧 떠날 수 있다는 설렘이 고단한 지금의 삶을 지탱해준다. 여행은 일상이라는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즐겁다. 만약 돌아오지 않는 여행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일상이 된다. 무너진 일상을 세우는데 여행만한 것이 없지만, 우리의 통장을 갉아먹는 것도 여행만한 게 없다. 매번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여행을 갈 수 없는 노릇이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일상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여행이라는 큰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주말 동안 취미를 통해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주말에 뭐 해?"라는 질문을 받는다. 대부분이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약속으로 채우지만 취미 활동으로 주말을 온전히 보내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취미가 있다고 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정말 호기심에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해서 뭐하려고?'처럼 비꼬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취미 자체보다 다른 목적으로 묻는 사람도 있다.
이제 뭔가를 시작하는 우리는 "그건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 하는 거야" "미안해, 나만 재밌어서"라고 말하면 됩니다. 무용한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니깐요.
책 <말하다>, 김영하
취미에서 재미 외에 다른 것을 찾기 시작하면 금방 싫증 난다. 목적을 위해 참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오래가지 못한다. 취미의 기본 전제는 몰입이다. 몰입하는 순간 주변은 의식되지 않는다. 그냥 나만 즐겁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몇 시간이고 얘기해도 지루하지 않다.
취미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일단 누구보다 까다로운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나도 나를 만족시키기 어려운데, 내가 고작 생각한 취미가 나한테 쉽게 맞을 리 없다. 현재의 삶은 내 생각의 틀에 갇혀있다. 틀을 벗어난 경험을 늘려야 한다. 내가 하지 않은 것에는 호기심이 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취미가 쓸모 있으면 그건 부업이지 취미가 아니다. 일단 쓸데없는 것부터 좇아보자.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면 더 좋다. 나는 글쓰기가 그렇다. 고료가 없지만 오늘도 글을 쓰고, 어떤 글은 며칠을 투자해서 쓰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의 글이 완성되면 스스로 만족한다.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그다음 일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더라도 갑자기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퇴근 후 스타벅스에서 글 쓸 생각에 설레기 시작한다.
취미는 빈익빈 부익부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다른 취미로 금방 확장하지만, 없는 사람은 하나 찾기도 어렵다. 다른 사람의 취미에 부러움만 깃들면 장비만 좋아진다. 끝이 공허하고 소비 지향의 취미는 지양하자. 취미가 고민이라면 일단 취미 부자에게 들러붙자. 추천도 받아보고 괜찮으면 같이 다녀봐도 좋다. 시도했지만 나에게 맞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하나의 데이터가 된다. 취미는 존재만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취미는 확장되면서 더 깊은 재미를 느낀다. 책은 읽는 사람들은 글을 쓰는 행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출간하는 행위. '소비하는 취미'에서 '참여하는 취미'로 확장되는 순간 몰입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부터 돈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