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더를 쓴 지도 참 오래됐습니다. 아침에 다짐하고 저녁에 무너지기를 매일 반복하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어 바인더를 통해 몇 년째 시간 관리를 하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꾸준히 잘하는 방법'을 몇 가지 터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방법을 소개해볼까 해요.
1. 러닝 메이트 (강제성)
오래 달리기를 할 때 동료와 함께 달리면 기록이 훨씬 좋아지죠. 여기서 포기하면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신경 쓴 덕분이죠.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과 모임을 하면 '혼자만의 약속'이 아닌 '함께 한 약속'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바스락 모임은 바인더를 기반으로 자기 계발 성격을 띠고 있는 모임인데요. 2년 6개월 이상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함께 바인더를 쓸 때 더 꾸준히 쓰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개인 사정으로 모임을 나가게 되면 대부분이 기록을 멈추면서 좋은 습관을 잡을 때 '강제성'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얻기도 했습니다. 한가할 땐 누구나 잘 쓸 확률이 높지만, 본인 스스로 컨트롤이 힘든 바쁜 상황에서는 때론 강제성이 좋은 도구가 되더라고요.
2. 선언 효과 (인증)
매주 토요일 오전 시간을 활용해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시작은 항상 한 주간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주간 피드백으로 시작합니다. 지난주 선언했던 키워드는 잘 지켰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일이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됐는지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천천히 개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작심삼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수요일에는 일요일부터 수요일의 일정을 기록한 내용을 모임 카페에 인증하고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주간 피드백을 하면서 인증하고 있습니다.
바쁘더라도 꾸준히 인증하다 보면 어느새 1년이 차곡차곡 기록됩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한 주간 지낼 것인지 모임에서 선언하고, 매일 바인더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그 과정이 모이고 모여 강력한 습관이 되는 셈이지요.
3. 의지력을 맹신하지 않는다. (환경에 노출시키기)
생각보다 우리는 본인의 의지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항상 의지력이 샘솟죠. 하지만 주변에서 온갖 유혹이 자리 잡고 있고, 스스로도 일상에서 의지를 계속해서 시험하면서 어느 순간 놓아버리게 되죠. 그때마다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라며 자책하게 되고, 시작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죠.
환경을 바꾸면 쉽게 해결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퇴근 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절대 집을 가지 않는데요. 집에 도착하면 휴식의 유혹이 너무 커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에 의지를 쏟아도 될까 말까인데, 그 의지를 휴식의 유혹과 끊임없이 투쟁하면서 소모하게 되니, 막상 일을 해야 할 땐 몸이 퍼지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럴 땐 그냥 카페로 직행해서 주변 사람을 러닝 메이트 삼고, 오늘은 이 정도까지 하면 집에 가자! 스스로 선언하고 해야 할 일에 몰두하곤 합니다.
집에서 카페로 환경을 바꿨고, (의지력을 맹신하지 않는다)
카페에 있는 주변 사람을 러닝메이트 삼았고, (러닝메이트)
하루 작업량을 정해서 이 정도까지 해야 집에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죠. (선언 효과)
많은 분들이 의지력을 쓸데없는 곳에 활용했던 탓인지 환경을 바꿔서 목표를 달성하자는 내용을 담은 글 <퇴근 후 스타벅스로 출근하다>는 정말 많은 공감을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환경 뿐만 아니라 시간대를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4. 매일 한다. (이유 불문)
좋은 습관은 겁나 고생해야 얻어지고, 나쁜 습관은 나도 모르게 얻어지는 것인가? 이유 모를 진리에 오늘도 한숨을 내쉰다. 잠깐만 이것도 나쁜 습관인 것 같은데 언제 얻어진 거야
그렇죠. 애석하게도 좋은 습관을 얻으려면 겁나 고생해야 됩니다. 습관을 만들다 보면 스스로 예외사항을 참 많이 허용하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참 관대하다는 것을 이럴 때 느끼게 되죠. 매일 해야 하는 습관이 있으면 어제와 내일의 결과는 상관없죠. 그냥 오늘 목표에 집중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인과관계를 만들죠.
어제까지 잘했으니, 내일부터 잘할 거니 오늘은 쉬어도 된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스스로 허용하지 않는 겁니다. 앞서 얘기한 3가지 방법보다 훨씬 어렵죠.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작은 예외를 두면 어느 순간 큰 예외도 대범하게 허용하게 되더라고요. '예외 두는 곳에 내 체력을 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유 불문 매일 하는 겁니다.
스스로 작은 예외를 허용했는지에 따라 일을 미리 처리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뒤늦게 몰아서 처리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무척 큰 차이가 발생하죠.
독서가 목표가 아닌 습관이 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1년에 50권을 읽겠다고 다짐한 사람은 50권이 초과하면 페이스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때부터 많이 읽든, 적게 읽든 이미 올해 목표는 달성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독서가 목표가 아닌 습관이 된 사람은 목표 상관 없이 매일 그냥 읽는 거죠. 결과는 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