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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Sep 08. 2022

루틴이 있는 사람은 단단하다.

지난 토요일에는 꽤 부지런했다. 아침 7시쯤 일어나 씻은 후 약수역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3잔을 후루룩 마셨다. (3잔이라고 너무 놀라지 마시라.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 1잔에 2~3샷이 들어간다. 에스프레소는 1잔에 1샷.)


그리고 맥도날드로 가서 좋아하는 맥모닝 세트를 먹고 지난 5월에 54년만에 개방된 북악산을 올랐다. ‘악’이 들어가는 산은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북악산은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1시간 남짓해서 300m 남짓한 정상 부근에 오르니 저 멀리 광화문과 남산 타워가 한 눈에 보인다.


태풍이 오기 전이라 혹여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등산을 취소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너무 좋은 날씨였다. 좋은 풍경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열린다. 열린 마음에는 긍정적인 기운이 몰려든다.


실컷 풍경을 구경하고 내려와서 점심을 먹어도 오후 1시가 채 되지 않았다. 평소의 별 일 없는 토요일이라면 느즈막히 늦잠을 자고 밥을 우걱우걱 먹었을 시간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후회하고 있지 않았을까.


개그맨 김영철은 아침 7시부터 두 시간 가량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를 라이브로 책임지고 있다. 그는 책 <잡스 - 코미디언>에서 ‘라디오가 여전히 좋고 재미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빨리 좀 시켜주지!’라고 말한다.


라디오를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그는 아침잠이 많고 게을렀다. 그런 그를 바꾼 건 누구보다 하고 싶어했던 라디오였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내기 위해 아침형 인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는 이제 라디오 생방송이 있는 날이면 아침 5시 50분에 일어나 10분 정도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뒤척이다가 나설 준비를 하고 6시 20분쯤 방송국으로 가는 차 안 에서 20분 동안 전화 영어를 한다.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라디오를 하기 전에 말을 조금 해줘야 입이 조금 풀린다고. 피곤해서 건너 뛴 날에는 생방송 중에 목이 잠겨 큰 실수를 할 뻔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어느덧 아침 7시의 라디오를 7년 동안 해냈다. 그에게 아침 5시 50분은 라디오를 해야하니까 일찍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라디오를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도미노는 자신보다 1.5배 큰 다음 도미노를 넘어뜨릴 수 있다.


루틴이 있는 사람들은 단단하다. 루틴 하나 하나는 작아보여도 그것들이 모여 단단한 일상을 만든다. 책 <원씽>에서 ‘도미노 효과’가 언급된다. 도미노 하나는 자기보다 큰 1.5배의 도미노를 넘어뜨릴 수 있는데 첫 번째 도미노가 5cm라면 7.5cm 높이의 도미노를 넘어뜨릴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대로라면 18번째 도미노는 피사의 사탑을, 23번째 도미노는 에펠탑을, 31번째 도미노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도미노를 넘어뜨릴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작은 굉장히 초라했고 시간이 흐를 수록 (쓰러뜨릴 수 있는 도미노의 높이가) 점점 성장했다는 데 있다.

영어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개그맨 김영철처럼 매일 아침 영어를 공부하지 않는다. 또한 좋아하는 일이 있다고 해서 삶의 방향을 반대로 바꾸기 위해 힘을 쏟지 않는다. 그저 영어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이 있다고만 말할 뿐이다.

별 일 없는 토요일이 무심하게 지나면 늘 첫 번째 도미노에게 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하루를 꽉 채우지 않아도 토요일 아침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나면 그 뒤에 주어진 시간은 어떻게 보내든 하루가 참 뿌듯하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약 8년간 토요일 오전에 했던 시간관리 모임이 그랬다. 지금 그 도미노는 멈췄지만 이제는 다시 생각한다. 어떤 도미노를 세워볼까.





‘나 이러다 울산 다시 내려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생각한 적은 있지만, 코미디언을 그만두겠다거나 심각하게 우울하다고 느끼진 않았어요. 억지로 다짐하거나 기운을 내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그 날의 할 일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죠. 김연아 선수도 그랬잖아요. 스트레칭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으니까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잠깐은 안 풀릴 수 있지만 이 상태가 영원히 가진 않을 테니까요.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슬럼프도 비교적 잘 넘어온 것 같네요.

- 책 <JOBS 잡스 - COMEDIAN 코미디언 > 중 김영철 인터뷰에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쓴 대니얼 카너먼도 그랬죠. 자녀를 위해 소원 하나만 쓸 수 있다면 낙관적인 기질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낙관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지만 좌절하고 있을 때 그만큼 도움이 되는 기질도 없죠. 위기는 금방 지나가고 기회도 금세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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