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하기 트렌드의 딜레마
원망의 칼은 거꾸로 쥔 칼날이고,
변명의 아궁이는 꽉 막힌 굴뚝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 주PD -
이 글은 특정업체나 개인을 비난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리고 게임 산업은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산업으로 '생태계'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게임산업 생태계의 '젠가'가 한번 더 무너지는 시점이 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젠가'를 쌓아 올리고 새 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모멘텀이라고 부른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이러한 모멘텀에 사라지거나 변화하였고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번 '젠가'게임은 모멘텀이라기보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사자성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현실이 다가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콘텐츠 생산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수익
전편에 이야기했던 '퍼블리셔의 오만'과 함께 국내 개발사들의 얼마 남지 않은 다양성의 DNA까지 잃어버리게 한건 바로 죽음의 골드 러시, 카카오 게임하기의 등장이었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2012년 7월 30일 공개되었다. 당시 카카오톡은 이미 가입자 5천만 명을 넘기며 국내 제1의 MIM(Mobile Instant Messenger)이었지만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였다.
이런 적자의 늪을 불과 몇 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해버린 계기가 바로 카카오 게임하기 연동이었다. 카카오 게임하기 론칭 전 카카오 관계자들은 입점할 게임들을 물색하고 다녔다. 그중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이 위메이드였고 다른 대형 개발사들은 메신저 앱에 무슨 게임 연동이냐며 콧방귀를 날렸다. 결국 카카오는 당시 네이트 앱스토어에 캐주얼 게임을 서비스하는 소규모 개발사들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네이트는 네이트 앱스토어를 통해 플래시 기반의 퍼즐, SNG를 서비스하며 도토리를 쓸어 모으던 시절이었다. 당시 네이트는 네이트온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시절이다. 앞으로 닥쳐올 쓰나미는 보지 못한 채 네이트 앱스토어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었다.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소소하게 돈을 벌고 있던 개발사들은 당장의 수익원을 버리고 경쟁사로 가기에는 많은 무리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멘텀을 운 좋게 올라타는 사람들이 있다. 위메이드는 카카오 게임하기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건 위메이드의 남궁훈 대표였지만 재미를 본건 누가 뭐래도 선데이토즈의 풍운아 이정웅 대표일 것이다. 카카오 게임하기 론칭 당시 위메이드는 미드코어 수준의 게임 3종을 공격적으로 론칭했고 나머지 개발사들은 대부분 캐주얼이나 퍼즐게임이었다.
결국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은 3개월 만에 DAU 1천만, 동시접속자 300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 버린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라이트 게이머와 논게이머들은 애니팡과 같은 캐주얼한 퍼즐에 너무 잘 조준된 타깃이었다. 결국 진입 초기 돈 되는 미드코어로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겨냥한 위메이드는 재미를 못 봤지만 바로 카피캣을 준비하여 캔디팡으로 업계에서는 '팡류'라고 불리는 붐에 끼어들었고 나중에 윈드러너라는 러닝게임으로 재미를 보게 된다. 당시 카카오 게임하기의 성공은 많은 영세한 개발사 대표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기도 했지만 많은 업계 사람들은 자가 복제와 카피캣이 가져올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며 안타까워했었다. 이렇게 많은 개발사들은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금광을 찾아 골드러시 부머가 되기 시작했다. 결국 힘겹게 생존하며 만들었던 자신들의 정체성과 노하우를 던저버리고 트렌드를 쫓는 시한부 불나방이 돼버린 것이다.
정체성을 버린 자는 트렌드가 될 수 없다.
카피캣 전략은 잉여 재원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규모 있는 회사가 아니고서는 실패하는 리스크가 큰 전략이다. 결국 카피캣은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에서 빠르게 진행하여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 게임하기의 트렌드 주기는 6개월을 넘기지 않았다. '팡류'에서 슈팅 다시 러닝으로 그리고 수집형 RPG까지 모두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쏟아져 나왔다.
결국 3개월 안에 개발을 완료하지 않으면 카피캣 전략은 성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개발사 대표들은 카피캣을 로우리스크 전략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등장은 이러한 착각을 더욱 증폭시켰고 영세한 개발사들은 어렵게 유지해온 자신들만의 게임 개발 DNA를 즉각 폐기하고 카피캣 제작에 모든 재원을 쏟아 붓기 시작했고 결국 트렌드를 쫓아 몇 개의 게임을 카카오 게임하기에 론칭하고 사라지는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카카오에 기대하는 개발사들이 많았다. 기존 퍼블리셔와의 불편한 관계를 한방에 깨버리고 자신들의 이름으로 게임을 발매하고 성공시킬 수 있다는 희망은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래서 당시 개발사들은 카카오 게임하기에 '상생'의 메시지를 많이 날렸었다. 나도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 게임하기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자주 포스팅하기도 했었다.
게임 개발은 대중예술이다. 대중을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톡에 올라오는 게임들은 기존 게임들의 시스템 코어를 95% 이상 차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 대중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이것에 우리는 대중의 무지함이 어쩌고 저쩌고 한다면 이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다. 우린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을 잘 살펴보자. 오픈마켓이라는 기존 대중의 평가와 유입이 카카오톡으로 인해 붕괴되고 엄청난 수의 논게이머들이 게이머 유저풀로 유입이 되었다. 게임 개발자로서 이러한 현상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우리의 자양분이 될 것이기에 참고 견뎌야 한다. 물론 많은 창작의지를 가지고 개발하시는 분들에게 트라우마가 되었겠지만 이런 지금의 현상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카카오 게임이 가진 유저풀을 그들이 언제까지 유지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업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하락한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빅뱅 유저풀을 이대로 다시 바다로 흘려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도 애니팡처럼 만들어서 게임하나 냅시다!' 이런 얘기 하지 말자는 말이다.
카카오톡이 만들어준 양식장의 물고기들이 떡밥에 익숙하다고 지렁이를 싫어하지 않는다. 게임의 재미가 가진 뿌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잠시 눈감고 견뎌보느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창작의 고통에 머리를 쥐어짜는 수많은 개발자분들에게 존경의 표한다.
https://web.facebook.com/juseungho/posts/531055983590339
이런 '모바일 게임 생태계 상생의 희망'은 계속 커져만 갔다. 하지만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되는 게임이 늘어갈수록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가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이제 카카오 게임하기 내 추천 게임에 선택을 받지 못하면 예전처럼 배포량이 늘어나지 않았고 결국 개발사들은 다시 퍼블리셔를 찾아야만 했다. 이것은 희망의 골드러시가 저물어감을 의미했다. 개발사들은 더 목소리를 내어 수수료 정책과 다양한 게임의 입점에 대하여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카카오 제안 미팅에서 긍정적인 실무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결국 카카오 게임하기가 론칭하고 1년을 채우지 않은 2013년 4월 카카오는 이런 '상생'의 메시지에 답을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수수료와 입점 게임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었다.
잘 나가는 카카오의 고민, ‘게임하기 2.0’ 방향성은 상생
결국 영세한 개발사는 원치 않는 수익구조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개발사, 퍼블리셔, 플랫폼 사업자, 마케팅 채널 사업자까지 수익배분 구조에서 누구도 개발사에게 더 많은 배분이 돌아가도록 노력하지 않았다. 이렇게 개발사들은 생존을 위하여 종속적인 개발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리고 상승하는 마케팅 비용으로 개발사의 수익배분은 점점 더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구글 30%, 카카오 21%, 개발사 49%
구글 30%, 카카오 21%, 퍼블리셔 24.5%, 개발사 24.5% (계약 5:5)
구글 30%, 카카오 21%, 퍼블리셔 29.4%, 개발사 19.6% (계약 6:4)
구글 30%, 카카오 21%, 퍼블리셔 34.3%, 개발사 14.7% (계약 7:3)
이미 독과점으로 국내 시장이 바로 앞도 예측 불가능한 거 같아요. 스타트업의 도전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불안한 시기인 거죠. 낚싯대만 사 오라며 양식장을 열어준 양식장 주인이 있는데 낚싯대 딱하나 살 돈밖에 없는 사람은 기회라고 탈탈 털어 낚싯대 사서 양식장에 도착했는데 자리 없는 거죠 당장 물고기를 잡지 않으면 자식들이 굶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바다낚시를 하기엔 낚싯대가 약해서 첫 입질에 부러질 것이 뻔하고요.
https://web.facebook.com/juseungho/posts/530590443636893
이렇게 콘텐츠 생산자가 수익을 낼 수 없는 시장은 '인위적 유전자 다양성 상실의 정점'을 찍게 된다. 이런 시장은 생태학적인 이론들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유전자의 다양성이 상실되고 인위적으로 자가 복제와 카피캣 게임들이 늘어날수록 생태적 병목 현상 또는 최소 생존 개체군만 유지된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윈의 진화론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다. 몇 년 전부터 '사축'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의 개발환경을 투영하는 참 씁쓸한 단어다.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회사가 원하는 게임만을 개발해야 하는 현실. 양계장에서 하루 한 개 알을 낳아야 하는 닭, 축사에서 매일 우유를 짜는 젖소, 이런 가축들이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에 취약한 이유는 바로 '인위적 유전자 다양성의 상실'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성을 잃어버린 생태계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올 경우 멸종이라는 새드엔딩을 맞이한다. 게임도 이처럼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야 시장이라는 환경의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지구 상에 살아남아 있는 생물들을 '적자생존'(생물체나 집단체의 다양한 환경 적응력이 높을수록 오래 살아남는다는 의미)에 의한 승리자로 묘사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개체군의 생존은 '유전자 다양성의 행운'이라고 본다. 결국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유전자가 변화한 환경에 적합했던 것뿐이다. 한마디로 지금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엄청나게 운 좋은 DNA를 가진 것이다.
그리고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은 PC 온라인 개발사들을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불러들였고 관성이 떨어진 카카오 게임하기를 멈추게 한건 CJ(넷마블)이었다.
카카오 게임센터의 영향력은 마케팅에 종속되면서 많이 떨어졌고 고도화 작업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대를 했었지만 낙관적인 상태는 아니다. 결국 퍼블리싱이 가능한 포털 형식의 서비스로 전환되지 않으면 언제 주도권을 뺏길지 모르는 상태다. 그 가장 무서운 포식자는 결국 CJ. CJ가 카카오톡에 등 돌리는 순간 다시 한번 격변은 찾아온다.
https://web.facebook.com/juseungho/posts/690869947608941
이 포식자는 자본이 잠식한 시장을 너무도 잘 다루는 조련사였다. 결국 카카오 게임하기 부머들은 CJ 넷마블을 포함한 몇몇 대기업의 지분투자나 인수합병으로 살아남았지만 대부분의 부머들은 후속작 흥행에 실패하여 쓴잔을 마시게 되었다.
결국 '상생을 속삭이던 자본은 상실의 메아리'가 되었고 '공생을 약속하던 파트너는 공멸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자본의 노예가 된 파트너는 기생하던 숙주를 버리고 다른 숙주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바로 우리가 무시했던 중국 게임이었다. 그리고 '기생의 시대가 지나고서야 쓴잔을 마신 개발자들은 다양성의 DNA를 품고 자생의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여전히 국내 게임 마케팅 채널이 다양하지 않고 CPI와 카카오톡에만 의존하는 상황. 우리는 더 큰 물고기들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퇴화시켜버린 것이다. 글로벌 DNA는 죽어가고 카피켓 DNA만 살아남는 국내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가 열심히 편식하는 동안 주인은 중국이 되어버렸다.
https://web.facebook.com/juseungho/posts/794008287295106
다음은 #3을 통해 중국 게임과 광고 수익화 게임의 공생 시대 중국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