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리뷰
혼란스러운 세상의 도래 :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없는 세상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타노스의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5년 동안 사라진 사람들과 5년을 살았던 사람들의 나이 문제, 적응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어벤저스를 이끌던 영웅들의 부재다. 어벤저스를 이끌던 토니 스타크와 스티븐 로저스가 사라지자 세상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들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비록 완전하게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존재만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강력한 두 영웅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포스트 아이언맨, 포스트 캡틴 아메리카를 원한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그들을 대체할만한 영웅을 원하고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의 뒤를 잇기를 원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보아야 할 점은 영웅에게 의지하는 세상의 불완전성이다. 당연히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어맨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지구와 우주를 지키는 것은 세계의 안전성을 부여해준다. 그러나 두 영웅에게 의지한 세상은 두 영웅이 사라지면서 혼돈의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아직 고등학생인 피터 파커에게 아이언맨이 감당하던 그 무게를 감당하라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것이었다. 사람들은 피터 파커에게 스파이더맨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등학생인 피터 파커는 방황을 하게 된다.
혼돈 속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믿고 싶어한다
미스테리오는 아이언맨이 사라진 시대에서 현실의 왜곡을 통해 아이언맨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미스테리오는 자신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피터와 세상을 속인다. 비록 영화 내내 미스테리오의 행태는 찌질함의 극치를 달했지만, 미스테리오는 세상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똑똑한 빌런이다. 미스테리오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이 지배하는 SNS 세상에서 사람들이 사고를 하지 않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미스테리오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지키는 세상의 맹점을 파고 들었다. 사람들이 영웅에게 의지를 하다보니 사람들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힘을 기르지 않고, 홀로 고민하지 않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을 전적으로 영웅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마블 세상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미스테리오가 세상을 지킨다고 믿게 만들고 어떤 발언을 한다면 사람들은 가짜 영웅에게 선동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실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스트들이 정치를 선동하고 사람들은 이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선동에 의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거짓으로 매도하는 행태를 본다면 현실에는 수많은 미스테리오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영웅에게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영웅의 자리를 악한 사람이 차지하게 되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제도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라는 고리타분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으로 들어가는데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는 제도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영웅주의가 빠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터 파커, 아이언맨이 아닌 스파이더맨으로...
미스테리오의 거짓말에 속아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 안경을 미스테리오에게 양도하게 된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는 거짓 아이언맨을 상징한다. 스파이더맨의 입장에서 보면 미스테리오가 아이언맨에 비해 매우매우 약하긴 하지만 상징적으로 보았을 때 스파이더맨과 미스테리오의 갈등은 피터 파커의 스파이더맨이라는 자아와 토니 스타크의 후계자라는 자아의 갈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스테리오와 싸움에서 승리한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의 후계자인 피터 파커가 아니라, 스파이더맨으로서의 피터 파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마블의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의 그림자가 너무 커서 '토니 스타크 없이 스파이더맨 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완전히 부셔버렸다. 이제 스파이더맨은 사춘기의 어리숙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제 2의 아이언맨이 되어야 하는 무게감을 떨쳐 버리고 자신의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종국에는 MJ와 사귀게 되는 장면을 보면서 이제는 완전한 스파이더맨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은 스파이더맨의 승리가 아니라 미스테리오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미스테리오는 비록 죽음을 맞이했지만 미스테리오의 팀원들이 진실을 왜곡하여 스파이더맨이 마치 악당인 것처럼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리고 피터 파커는 전세계에 자신의 정체를 들키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즉, 스파이더맨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했지만 궁극적으로 미스테리오는 자신이 선이 되고 스파이더맨을 악당으로 만듦으로써 스파이더맨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마블과 소니의 협상 결렬로 인해 더이상 마블의 스파이더맨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왠지 소니가 만들면 망할 것 같은데... 소니가 만들게 되면 마블 영화의 주인공들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이제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된다.
미스테리오가 지배하는 세상 :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실, 대한민국 현실을 보며 느낀점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나 영웅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게 좌우 가릴 것 없이 팬심과 충성심으로 지지를 하는 모습과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세상과 과연 다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영화 내에서 은연중에 보여주지만 유튜브나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우리는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유튜브에서 진실을 보여주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들도 많다. 또한, 언론들은 당연히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하여 사실을 보여주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먼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사이비 영웅들, 특정 정치 세력들에 의해 선동 당하기가 쉽다.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서 우리가 정보를 직접 찾을 필요도 없고 굳이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사회에 고민하지 않고 이성적 생각과 의심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치나 현실은 오로지 증오만 남을 뿐이다. 미스테리오 같은 사람들에게 선동을 당하고,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비판받으면 그것을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감정이입을 해서 상대방을 물어 뜯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혼돈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에게 나타나는 정보에 대해 의심도 해보고 깊은 고민도 해봐야 하는 것이다. 즉,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 미스테리오의 승리고 끝나고 만약 스파이더맨 3편이 나왔다면 아마 스파이더맨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사람들이 고민하며 사람들과 스파이더맨이 서로 힘을 합쳐 빌런을 이기는 그림을 구상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세상 속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자유를 누리며 살 것이고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선동을 당하며 특정 엘리트들에게 수단으로 여겨지며 버려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