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앤드게임 최종화
<어벤저스 앤드게임>을 관람하시지 않았으면 뒤로 가세요! 앤드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어벤저스라는 영웅 드라마의 마지막
<어벤저스 : 엔드 게임>은 액션씬이나 호쾌한 장면이 많지는 않다. 오히려 히어로 무비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영웅들의 고뇌를 보여준다. 2008년부터 토니 스타크, 토르, 스티븐 로저스가 우리를 찾아왔다. 마블의 시대순에 따르면 <아이언맨 1>의 세계는 2010년이고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는 2017년이다. 그 이후 <어벤저스 : 엔드게임>은 2022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토니 스타크를 기준으로 12년 동안 세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2년 <어벤저스>에서 토니 스타크는 미지의 외계 생명체의 공격에 대해 불안에 떨었다. 그동안 히어로 무비에서는 영웅들이 영웅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저스티스리그>의 배트맨이 힘듦에 쩔었던 배트맨을 묘사한다지만 효과가 없었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배트맨의 힘들었던 느낌이 잘 나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1>, <아이언맨2>, <어벤저스>, <아이언맨3>,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스파이더맨 : 홈 커밍>,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까지 무려 8편에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 배트맨이 세 편에 나와서 힘들지 않고 아이언맨이 8편이나 나왔으니 힘들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등장 회수가 많을수록 토니 스타크가 느끼는 피로도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배트맨이 20년동안 영웅 일을 했다고 말로 하는 것과 다양한 영화에 참여해서 영울 일을 하는 것에는 그만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영웅들의 피로감과 영웅으로서의 삶이 꼭 멋진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11년동안 22편의 영화를 보면서 영웅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닌 그들이 영웅으로 행동하면서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하며, 영웅과 개인의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는 것을 보게된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은 통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벤저스의 영웅들이 영웅이기에 앞서 인간 토니 스타크, 스티븐 로저스, 나타샤 로마노프, 토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농부 타노스와 2014년 타노스의 차이
타노스 : I am Inevitable !!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광신도적이고 지극히 극단에 치우친 공리주의자인 동시에 메시아 사상에 빠진 멋진 빌런이었다. 그는 우주의 절반을 소멸시키고 한 행성에서 농사를 짓고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제거해 버리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어벤저스 맴버에게 죽음을 맞이한다. 농부 타노스는 우주의 자연법칙에 저항했으며 승리했다. 그러나 그의 저항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우주의 자연법칙에 대해 저항한 대가를 받았어야 했다. 토르가 복수심에 불타 타노스의 머리를 배었을 때 타노스는 죽었지만 타노스의 계획이 완전하게 실행되어 타노스가 승리하게 되었다. 5년 후 어벤저스 맴버는 과거 세계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핑거 스냅으로 소멸한 사람들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때 현재의 네뷸라가 2014년 세상으로 가서 2014년 네뷸라와 연결이 되고 타노스는 자신이 승리하는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그 이후 타노스는 현재 세계로 처들어 온다.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타노스 자체가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울스톤을 얻기 위해 가모라를 희생시키며 그는 끝없는 슬픔에 잠기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인생을 걸고 어벤저스와 싸웠다면 2014년 타노스는 자신의 미래만을 보고 자만심에 빠지게 된다. 2014년 타노스와 마지막 전투에서 토니 스타크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지금 이 상황이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냐고 묻자 닥터 스트레인지는 미래를 알려주면 안 된다고 함구해 버린다. 타노스는 언제나 I am Inevitable이라고 말한다. Inevitable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이 모든 것은 숙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타노스는 자신의 삶이 운명이라고 믿었고 어벤저스는 운명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의지와 선택에 따라 바뀐 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농부 타노스는 I am Inevitable이라고 외쳤을 때는 타노스 자신의 계획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2014년 타노스가 I am Inevitable이라는 것은 숙명이라고 외친 것이다. 어벤저스에게 타노스를 유일하게 이길 수 있었던 방법은 고난과 역경을 겪기 전의 자만심 넘치던 타노스를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그만큼 타노스는 강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토르와 운명의 족쇠
토르는 <어벤저스 : 인피티니 워>에서 타노스의 계획을 멈출 수 있었지만 타노스의 머리를 노리지 않고 심장을 노려 그의 계획을 막지 못했다. 그 이후 5년 동안 토르는 자신 때문에 우주 전체의 사람들이 죽게 되었고 술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 토르가 과거로 가서 어머니 프리가를 보았을 때 토르의 모습은 신이라기 보다는 비만 어린이의 눈물을 보여주는듯 하다. 그동안 토르의 일생을 되돌아 보면 토르는 아스가르드의 왕좌에 앉는 운명을 타고났고 뮬니르의 부름을 받으며 백성들을 위해 살아가기만 했다. 토르는 아스가르드에서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여야 했으며 로키가 문제를 일으키면 로키를 찾으러 다니며 애인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고 망해가는 아스가르드와 백성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토르 또한 영화에서는 신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동안 토르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기 보다는 운명에 따라 살아가며 힘들어도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나약함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프리가는 토르에게 너는 '실패자'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하며 좌절을 한다. 그동안 토르는 자신이 아스가르드의 왕이라는 운명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은 뛰어나야하고 나약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토르 또한 왕좌를 벗어 버리면 우리와 똑같은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약한 인간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토르는 배우게 된다. 토르는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 이후 발키리에게 아스가르드인들을 맡기고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생각한다. 토르는 모든 가족을 잃고 아픔을 겪은 인물이다. 그리하여, 토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합류하게 된다. 이제 토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가족과 함께 아스가르드의 왕 토르가 아니라 인간 토르로서의 삶을 살게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토르가 비만 토르가 되었는데 아스가르드에서는 무예를 숭상하고 근육질 몸을 추구했다. 토르가 그 몸을 싫어하는지 아닌지 개인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토르가 비만 토르로 사는 것은 그 나름의 자유의지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벤저스가 모든 것이었던 나타샤 로마노프
나타샤 로마노프 : 나를 보내줘... 괜찮아...
나타샤 로마노프는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 소비에트 연방에 의해 불임 수술을 받고 이중 스파이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살아왔다. 5년동안 죽음을 맞이했던 동료들을 위해 열심히 헌신했던 것도 나타샤였고 호크 아이와 함께 소울 스톤을 찾으러 갈 때 제일 행복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나타샤였다. 그녀는 국가와 전쟁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던 인물이다. 그러한 나타샤에게 있어서 어벤저스는 가족이며 그녀의 정체성을 규정해주는 존재였다. 나타샤 로마노프에게 있어서 반만 남은 어벤저스는 완벽하게 로마노프의 정체성을 확립시키지 못한다. 어벤저스가 그녀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것은 그녀가 어벤저스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를 되살리는 것은 일종의 나타샤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타샤 로마노프가 생각하는 그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타샤 로마노프는 이중 스파이로 언제나 타인을 속이고 수많은 가짜 정체성으로 살아왔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에서 나타샤와 스티븐 로저스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면 고민을 했었다. 나타샤가 내린 결론은 수많은 정체성 중에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선택을 하지 못하지만 어벤저스와 함께 일하고 적과 맞서 싸우며 자신 내면에 있는 선함을 행하는 나타샤라는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즉, 그동안의 정체성은 모두 불확실하지만 선함을 행하는 나타샤라는 정체성만은 확고하다는 것이다. 그런 나타샤에게 있어서 어벤저스가 해체되는 것은 나타샤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나타샤는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소울스톤을 받게 된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타노스의 공리주의 사상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을 가하는데 타노스는 소울스톤을 획득하기 위해 자신의 양녀 가모라를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나타샤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수많은 사람을 구하는데 일조를 한다. 이는 타노스의 극단적 공리주의의 문제점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자벌적으로 희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수의 이익을 위해 그 누구의 목숨도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남들을 속이고 소비에트 연방에 의해 악을 행했지만 마지막에 그녀는 세상을 구원한 선한 인물로 죽음을 맞이했다. 나타샤 로마노프가 보여준 모습은 인간은 누구가 선할 때도 악할 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때 선한 행동을 했다고 끝까지 선한 사람으로 남는 것은 아니며 한 때 악한 사람이라도 나중에는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타샤가 죽기 직전 호크아이는 자신이 행했던 악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자책할 때 "자신은 사람의 실수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라는 말을 남겼던 것처럼 선과 악 사이에서 선인이 되느냐 악인이 되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는 암시를 보여줬다. 타노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켰지만 나타샤 로마노프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나타샤의 죽음은 숭고하다.
토니 스타크 : I ... am Iron Man
모두들 해피 엔딩을 좋아하지. 그렇다고 항상 잘 풀리는 건 아니지만. 이번이 그럴려나. 이걸 축하연을 하면서 재생하고 있으면 좋을텐데. 나는 가족들이 재결합하고, 우리 모두가 돌아와서, 뭐랄까, 통상판 지구같은게 돌아오면 좋겠어. 그런게 있기는 했나 싶지만. 맙소사, 세상을 좀 봐. 이젠 세상이 우주야. 만약 누군가 내게 10년쯤 전에 이 정도까진 아니라도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고 알려줬다면, 이렇게 놀라진 않았을텐데. 그런데 참 나, 이것봐. 장대한 어둠과 빛의 힘이 펼쳐지고 있잖아. 좋건 나쁘건, 모건은 그런 현실 속에서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겠지. 해서, 예기치못하게 죽을지도 모르니까, 잠깐 시간을 내서 이걸 녹화하러 왔어. 내 말은, 꼭 그렇다는건 아니고, 가는데 순서 없다잖아. 내일 하려고 하는 이번 시간 여행말인데, 제대로 될지 걱정되서 머리가 깨질 것 같거든. 뭐, 히어로가 하는 일이란게 다 그렇지. 내 여정의 일부는 끝났고, 떠나기 전에 이걸 찍어봤어. 생각한대로 다 잘 되겠지. 3,000만큼 사랑해.
<어벤저스 : 앤드게임>에서 토니 스타크만큼 성장하고 무너지고 또 성장한 캐릭터는 없었을 것이다. 토니 스타크는 겉으로 강하고 냉소적인 말투를 툭툭 뱉었지만 마음은 여린 사람이었다. 토니 스타크는 그동안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살아갔고 이기적인 면을 보였다. 그러나, 수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토니 스타크 정신적으로 성숙을 겪었다. 타노스에 의해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지고 토니 스타크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캡틴 마블 덕분에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오고 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토니 스타크는 페퍼 포츠와 결혼하고 모건 스타크라는 딸을 낳는다. 가정을 이룬 토니 스타크는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러나 토니 스타크의 마음 속에서는 자신의 동료들과 특히 아들 같은 피터 파커를 지키지 못했다는 최잭감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앤트맨이 등장해서 과거를 돌리는 발상을 하게 되도 어벤저스 팀은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토니 스타크는 하워드 스타크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50대의 하워드 스타크와 50대의 토니 스타크의 대화는 토니 스타크가 아버지를 이해하는 장면이다. 프랑스 샹송 중에 'Sang Pour Sang'(피에서 피)라는 곡이 있다. 이는 아버지와 아들은 피로 이어졌다는 곡인데, Sang(불어로 피)의 발음이 Cent(불어로 100)같다. 즉, 아들은 아버지를 어린 시절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피에서 피로 이어진 사람은 100%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즉,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사랑표현도 하지 않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토니 스타크가 하워드의 나이가 되고 부자의 대화를 통해 토니 스타크는 하워드 스타크를 이해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의 사랑을 피터 파커에게 보여주었지만 자신이 피터 파커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는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아버지를 읽고, 아들 같은 피터 파커를 잃고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다. 토니 스타크는 2014년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타노스의 인피티니 스톤을 빼았아 핑거 스냅을 시전한다. 그리하여, 타노스와 그의 군대들은 사라지게 되고 인류는 타노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된다. 인피니티 스톤의 힘을 사용하여 토니 스타크는 죽음을 앞두게 되고 그 앞에 피터 파커와 페퍼 포츠가 그 자리를 지킨다. 토니 스타크가 쓰러져 있을 때 피터 파커는 눈물을 흘린다.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인류를 구원한다. 특히,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아들 같은 피터 파커를 살리고 모건 스타크가 살아갈 미래를 살렸다는데서 그의 죽음은 위대하다. 마지막으로 페퍼 포츠가 토니 스타크에게 이제는 쉬라는 말을 할 때 그동안 토니 스타크의 어깨의 짐이 느껴졌다. 어벤저스 이후 인류를 위협하는 적들로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걱정하며 실수도 하고 좌절도하는 토니 스타크에게 이제 쉬라는 페퍼 포츠의 한 마디는 토니 스타크를 잠들게 한다. 토니 스타크의 죽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단점도 많고 이기적인 토니 스타크가 마지막에는 인류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고민 없이 희생했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스티븐 로저스의 삶으로...
스티븐 로저스 : 5년 전,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지. 친구도, 가족도, 우리 스스로를 잃어버렸어. 이제야 모든 걸 되돌릴 기회가 왔어. 우리는 팀으로서, 임무도 알아. 스톤을 가지고 와. 실패하지 말고 실수도 하지마.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라는 걸 명심해. 우리 대부분은 잘 아는 곳으로 가지만, 그게 생각한대로 된다는 걸 의미하진 않으니까. 몸 조심해. 서로를 잘 지켜줘. 이건 우리의 삶을 위한 싸움이야. 모든 걸 거는 한이 있어도 이길 거야. 행운을 빈다.
스티븐 로저스는 미국의 이상적인 모습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인물이었다. 스티븐 로저스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언제나 국가와 인류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일하게 담보해주는 버키 번즈를 구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을지 모르지만 캡틴 아메리카가 하면 이기적인 선택으로 보이는 것은 그가 그만큼 선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스티븐 로저스는 슬퍼도 눈물 흘리지 못하고 리더라는 자리의 무게감 속에서 어벤저스를 이끌었다. 수많은 영웅들이 캡틴 아메리카에게 의지했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정신적으로 무너진다면 어벤저스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을 것이다. 스티븐 로저스는 토니 스타크와 함께 과거로 갔을 때 자신의 연인 페기 카터를 멀리서 바라보게 된다. 과거로 갔을 때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만 스티븐 로저스는 페기 카터를 유리창 너머로만 바라본다. 대화를 걸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스티븐 로저스는 말을 걸지 않는다. 페가 카터를 바라보며 그녀와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저>에서 했던 약속을 떠올렸을 것이다. 작전을 마치면 함께 춤을 추자는 그 약속 말이다. 그러나, 스티븐 로저스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다시 인류를 위해 작전을 수행한다. 현재로 돌아와 2014년 타노스와 싸울 때 토르의 뮬니르를 들고 "Avengers! Assebmle"을 외칠 때 캡틴 아메리카는 인간 로저스가 아니라 미국이 꿈꾸는 이상적인 인간이며 신적인 존재가 된다. 그동안 스티븐 로저스 또한 많은 성장을 했었다. 스티븐 로저스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2차세계 대전에 군인이 된다. 전체주의와 맞서 싸우는 미국에 충성하는 것은 옳은 일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다시 깨어난 스티븐 로저스는 무조건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옳냐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국가는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즉, 기존의 스티븐 로저스의 생각으로 '악을 자행하는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과연 선한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티븐 로저스는 진정한 애국이란 국가 자체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것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애국이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사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노스는 자신의 사상에 심취하고 광신적인 믿음으로 우주의 절반을 제거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그 누구도 한 개인의 자유와 삶을 짓밟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토니 스타크와 스티븐 로저스는 그동안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고민하며 타노스의 광신도적 믿음에 답을 한다. 토니 스타크가 영웅이 된 것은 과학 기술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선하게 사용될 수 있고 악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타노스는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위해 사람을 죽였지만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인피티니티 스톤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살려냈다. 스티븐 로저스는 공적인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타노스의 사상에 대해 이 세상에 자유는 소중하고 그 누구도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타노스와 토니 스타크는 죽음을 맞이하고 인피니티 스톤을 과거에 돌려 놓고 오는 임무를 스티븐 로저스가 맡게 된다. 기계를 작동시키는데 브루스 베너, 팔콘 그리고 버키 번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임무 시간이 지나도 캡틴 아메리카는 돌아오지 않고 저 멀리 의자에 늙은 스티븐 로저스가 앉아 있을 뿐이었다. 스티븐 로저스는 과거를 돌리는 상태에서 페기 카터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다. 스티븐 로저스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의 방패를 흑인 영웅인 팔콘에게 넘기며 팔콘은 2대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 이는 미국의 이상적 모습을 백인만이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흑인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핑거 스냅 이후 5년의 공백
이제 인피티니 사가는 끝이났다. 나타샤 로마노프와 토니 스타크의 희생으로 우주의 절반이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과정에서 수많은 평행우주가 나타나게 되었다. 수많은 평행우주를 통해 마블은 엑스맨과 판타스틱4와 같은 새로운 영웅들이 등장할 수 있는 벌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타노스의 핑거스냅은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켰는데 첫번째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미스테리오처럼 다른 평행 세계에서 영웅과 빌런이 나타날 수 있다. 두번째로는 5년동안 소멸했던 사람들과 5년 동안 핑거 스냅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5년 동안 살아남았던 사람들 간의 갈등이다. 5년 동안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소멸한 사람들을 애도하며 생존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5년 후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돌아오게 되면 당장은 기쁘지만 현실적인 생활 면에서 서로 다시 적응하고 함께 살아가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나이의 문제도 발생하는데 5년간 사라진 사람들은 나이를 먹지 않았지만 생존했던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다. 고등학생이었던 피터 파커가 사라진 동안 살아남았던 피터의 친구들은 이미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나타샤 로마노프와 아이언맨의 숭고한 희생으로 세상을 구원했만 사회적으로는 대혼란기가 도래한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4부터는 사회적 혼란을 어떻게 영웅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어벤저스의 리더격이었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남았다. 페이즈 3의 마지막을 장식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는 혼란스러운 사회에 대해 그려질 예정이다.
마블과 함께한 11년에 대한 기억 그리고 영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나의 20대와 함께 시작되었다. 20대 동안 마블 영화를 열심히 소비했던 것이다. 마블 영화를 보고 매력에 빠진 것은 영웅들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마블 영화를 보기 전 수많은 히어로 영화들이 있었다. 원래는 영웅보다는 빌런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은 이상적이며 나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특히 슈퍼맨 같은 경우는 답답할 정도로 착한 영웅이어서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마블의 영웅들은 달랐다. 토니 스타크는 나르시시즘적이고 이기적이었고 헐크는 언제나 불안해 보였다. 토르는 거만하기도 했으며 셍각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스티븐 로저스는 애국심에 불탔다가 국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우리가 모두 평상시에 할만한 고민들을 마블의 영웅들도 했다는 것이다. 11년 동안 영웅들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었다. 자유주의자에서 보수주의자로 변했지만 숭고한 희생을 했던 토니 스타크, 보수주의자였다가 자유주의자가 된 스티븐 로저스처럼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뀌듯이 영웅들도 바뀌어 갔다. 마블이 히어로 무비를 통해 보여주었던 것은 영웅이라는 존재는 영웅이기에 앞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들도 울고 잘못된 판단도 하며 실수도 하며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다양한 능력의 영웅들이 서로 협력하여 세상을 지켰다. 우리가 마블에 열광한 것은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영웅이 나타나길 원하는 소망도 있겠지만 각각의 영웅들의 고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토니 스타크와 스티븐 로저스와는 작별할 시간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나의 20대를 함께 보냈던 두 영웅에게 작별의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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