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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후 Nov 03. 2016

‘덜 수고로운’ 길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흔적

디자이너는 일반 사용자를 대표할 수 없다. 늘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물은 정해진 길을 따라 흘러간다. 그러나 사용자(User)는 정해진 길을 따라 흘러가지 않는다. 불편한 환경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강한 거부감이 작용하는 건 아니다. 굉장히 '작은 욕구'에 지배를 받고 있을 뿐이다.


덜 수고로운 길을 가고 싶다


'덜 수고로운 길을 가고 싶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편한 길을 가고 싶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편한 것’과 ‘덜 수고로운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편한 것’은 더 나은 환경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기본 이상의 행복감을 줘야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덜 수고로운 것’은 기본만 유지되어도 행복하다. 기본이 유지되다가, 기본을 깨뜨리는 장애요소가 생기면 ‘수고로운 상태’가 된다.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 순간 사용자는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덜 수고로운’ 환경을 향해 방향을 틀게 되는 것이다. Desire Path는 ‘덜 수고로운’ 환경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흔적이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https://flic.kr/p/ohcVHy)


공원 잔디밭 오솔길 이야기

이건 필자의 어릴 적 실제 경험이다. 동네에 큰 공원이 있었다. 공원에는 예쁘게 정돈된 길이 있었고 그 안쪽에 넓은 잔디밭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다니기 시작했다. 정돈된 길을 따라가면 꽤-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에 잔디가 죽어가기 시작했다. 공원 관리소에서는 경고문을 세워 놓고 사람들의 통행을 막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잔디밭을 지나다녔다. 이번에는 울타리를 세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울타리를 넘어 잔디밭을 지나다녔다. 당연한 행동이다. 잔디밭을 지나가면 '덜 수고롭기' 때문이다. 결국 공원 관리소는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을 지름길로 만들었다. 길을 넓히고 바닥을 고르고 예쁜 울타리도 세웠다. 울타리 바깥쪽에 꽃도 심어 놓았다. 사람들은 이제 양심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덜 수고롭게’ 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Desire Path

Desire Path의 사전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다.


A desire path(also known as a desire line, social trail, goat track or bootleg trail) can bea path created as a consequence of foot or bicycle traffic. The path usuallyrepresents the shortest or most easily navigated route between an origin anddestination. from Wikipedia

(출처 : 위키피디아 /  https://en.wikipedia.org/wiki/Desire_path)


사전적으로는,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찾게 되는 가장 쉬운 길 또는 짧은 길을 말한다. 효율성과 경제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필자는 효율성과 경제성 이면에 숨겨진 '사람의 욕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덜 수고로움’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의 욕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유적이기는 하지만 사용자 경험(UX)의 핵심을 담고 있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람들의 경험을 존중하자.

독일 SDN(Service Design Network)의 창립자 Michael Erlhoff 교수의 강의 내용 중 이와 관련된 사례가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러시아의 한 대학이 숲 한가운데에 건물을 지었다. 학생들은 학교를 가기 위해 숲을 지나다니게 되었고, 불편함이 없는 곳을 찾게 되었다. 그 루트는 자연스럽게 길이 되었고 학교에서는 그 길을 보행자길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용자의 경험을 그대로 존중한 결과 훌륭한 보행자길을 찾아낸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그 길을 만든 참여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주인 의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용자는 디자이너 못지않게 창의적인 존재이다. 그들을 틀에 가두려고 하는 순간 디자이너가 형성해놓은 세계에 균열이 생길 것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람들의 경험을 존중해주자. 정해진 틀 안에 억지로 담으려고 하는 태도는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디자이너는 일반 사용자를 대표할 수 없다. 디자이너의 생각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철저하게 사용자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늘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사용자에게 집중하면 ‘덜 수고로운 길’을 걷게 해줄 수 있다. Desire Path. 사용자가 아닌 디자이너가 찾아야 할 길이다.



Desire Path에 대한 재미난 사례

거꾸로 UX 와 Desire Path- 컵 보관함과 잔디밭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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