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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후 Jul 11. 2017

내비가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운전자는 운전이라는 기계적인 행위를 뛰어넘어 더 나은 경험을 원한다

내비가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봅니다. 인포테인먼트UX개발팀에서 AVNT UX 디자인을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반응이 돌아옵니다.


“인포테인먼트?...AVNT??...”


예상했던 반응입니다. 스마트폰에 미리 저장해둔 G9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이러한 피드백이 돌아옵니다.


“아~순정 내비?”


 역시 예상했던 반응입니다. 저는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게 정식 명칭이고, 내비게이션은 여러 기능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해야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란?

GENESIS Essentia Concept Car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Vehicle Infotainment) 시스템은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즐거움’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입니다. '차 안(In-Vehicle)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객관적인 정보와 감성적인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어야 합니다. 커넥티드 카 시대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더욱 강력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자동차에 탑승하면 실시간 뉴스가 흘러나오고, 교통 상황을 예측하여 최적의 길을 안내해 줍니다. 상대방의 스마트폰이나 차량에  내 차의 위치를 전송하고 목적지 도착 시간을 알려줍니다. 현재 위치/도착지의 날씨도 알려줍니다. 미세먼지가 적은 날엔 세차를 추천해줍니다. 차량의 이상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고 최적의 주행 상태를 유지하게 해 줍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종이지도/이정표 시대에서 인포테인먼트 시대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어린 시절, 계곡으로 떠나는 가족 여행을 생각해봅시다. 아버지는 조수석 등받이 꽂혀 있는 지도책을 꺼냅니다. 목표 지점을 찾고 경험에 기반하여 이동 경로를 계산합니다. 도로의 이정표를 따라 길을 찾아갑니다. 목적지 주변에 도착하면 동네 주민에게 물어봅니다. 수고로움이 가득한 아버지의 길 찾기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원시적인 방식의 길 찾기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진화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단순한 오디오 기능에 내비게이션이 결합되고, 지금은 외부 통신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커넥티드 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입니다.


“인포테인 뭐?... 아~ 순정 내비~”

하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개념입니다. “아~그거~순정 내비?”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입니다. 내비게이션 이외의 기능은 떠올리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내비게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비게이션은 분명 핵심 기능이지만 여러 기능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안전, 편의, 즐거움을 위한 기능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필수 아이템

펠리세이드(좌) / 제네시스 G90(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과거에는 ‘순정 내비’가 제조사에서 권하는 비싼 옵션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성품보다 비싸고 품질이 낮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차종 별로 차이가 있지만, 인포테인먼트 옵션 선택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기아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 프레스티지 모델의 경우 선호 옵션 1위가 10.25인치 UVO팩입니다(19.8/28 기준). 이유가 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빠르게 진화하였습니다.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가성비가 좋아지고 기본적인 품질이 향상되었습니다. 새로운 기능들도 관심 포인트입니다. 차 안에서 주유비 결제가 가능하고 차의 위치를 서로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해지면서 사용자들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시간 품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GENESIS GV70
GENESIS GV80

더 나은 경험(UX)을 기대하는 사용자

Hyundai Le Fil Rouge Concept Car

운전자는 운전이라는 기계적인 행위를 뛰어넘어 더 나은 경험이 더해지기를 원합니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주행 시스템, 드라이빙 본연의 즐거움, 거기에 오락적인 요소까지 다양한 경험을 요구합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 요구에 맞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완전 자율 주행 시대에는 어떤 시스템이 제공될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글을 마치며

노자 도덕경에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當其無  有器之用(그릇의 빈 공간에, 그릇의 쓰임이 있다)”. 자동차 안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미 수많은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들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 기술들은 곧 상용화될 것입니다. 자동차를 비교할 때 외장 디자인이나 퍼포먼스가 아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보고 비교 평가하는 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순정 내비라는 표현보다는 인포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지금의 위치에서 열심히 달려야겠습니다.  


관련글1: 아무도 관심 없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UX 이야기 
관련글2: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X 디자인 노하우 



필자 소개: pxd에서 UX 컨설팅을 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제네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고급형6세대 플랫폼)의 UX/GUI PM으로 활동함(GV80/GV70/G80양산). 현재(21년 10월)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하는 42dot에서 UX 디자이너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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