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철학자와의 대화
저는 엄마는 아니지만, 이모입니다.
조카들은 저를 이모엄마라고 불러요.
저는 '이모엄마'란 이름이 좋습니다.
이모라고 부르기엔 넘칠 만큼
저를 사랑한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은콩이는 제가 끔찍이 아끼는
세명의 조카 중 막내입니다.
은콩이는 제게 좀 특별해요.
엄마가 돌아가신 그 해 겨울
은콩이가 천사처럼 내려왔거든요.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겐 은콩이가 엄마의 다음 생 같았어요.
다시 태어나서 우리 곁에 왔다고.
일도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렸지만
너무나 빨리, 허무하게 우리 곁을 떠나버린 엄마가
그리움에 다시 제 곁에 돌아왔다고요.
은콩이가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떼는 걸 곁에서 지켜보면서
엄마가 사라지고
이곳 저곳 구멍나 버린 제 마음의 공간들이
은콩이로 채워졌어요.
제겐 선물이기도, 은인 같기도 한
그 은콩이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됐지 뭐예요.
요즘 은콩이 인생 최대의 고민은 키.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아이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기지개를 크게 켭니다.
오늘도 1 밀리미터는 더 자라라, 하고 말이죠.
하루빨리 120센티미터가 되어서
친구와 L월드의 후렌치레볼루션을 타는 게 꿈인
천진난만한 아이이지만
때때로 기가 막힌 말을 해서
제게 깨달음을 주는 꼬마선생님이기도 해요.
작은 머리 어디에 그토록 큰 우주가 숨어있는 건지
그 우주를 기록하려고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곳의 글들은 은콩이란 이름의 꼬마 철학자와의 대화에서 태어난 언어와 문장들이에요.
아이가 세상에 처음이라 불리는 것들을 배워가는 동안
저는 잊고 있었던 세상의 따뜻함을 다시 배워갑니다.
은콩이와 나눈 말들에서
때 묻어버린 저를 발견하고 얼굴 붉힐 때가 많아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잖아요.
은콩이를 보면서
우린 어쩌면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됐어요.
다만, 성장하면서
아는 만큼 삿된 감정이 피어나고
그래서 눈이 반쯤 감기고 흐릿해져서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어린 시절, 내가 세상을 바라보았던
순수했던 시절의 생각들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게
조금은 수월해질 지도 모르겠다고.
이곳의 글은 아주 사적이지만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일 수도 있다고 믿어요.
제게 깨달음을 준 이 말들이
부디 당신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라며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아이의 머릿속엔
언제나 심오한 우주가 떠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