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리 Jan 19. 2022

서비스 기획자의 하루

출근 도장 찍고 퇴근하기 전까지 무슨 일을 하는가


서비스 기획자가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타임라인 별 하루 일과를 가볍게 작성해보았다.


사실 기획자는 하는 일의 범위가 너무 넓고 많다. 고정 루틴이라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매일매일 새로운 나날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하다. 아무튼 행복함.) 막상 적다 보니 글 솜씨가 부족하여 뭔가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재미는 없지만 재미로 봐주시길 ^.^







9:50 AM


: 업무 시작하기


업무 시작을 버튼을 누르며 오늘 하루의 근무를 시작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현재 재택근무 & 유연 근무 중이다. 재택 최고. 재택 만만세.)


보통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오늘 회의 일정을 확인한다. 가끔 정체를 모르는 회의에 불쑥 초대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확인 안 하면 놓칠 수도 있다.


다음은 이메일 확인하기. WIKI 혹은 BTS에 새로 추가된 코멘트는 없는지, 전날 발송한 이메일에 답신이 왔는지를 확인한다. 새로 수신한 이메일 내용에 따라 그날 해야 하는 업무들이 달라진다.


그러고 나서는 오늘 해야 하는 일,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리스트업 한다. 나는 주로 트렐로를 이용해서 개인 업무들을 관리하는 편이다.


메모지도 잘 활용하는 편이다. 오늘은 자질 구레하게 미뤄둔 일들이 많아서 좋아하는 메모지에 투두를 작성하면서 업무 의지를 불태운다. 펜으로 꾹꾹 누르며 '오늘 이것들 다 해치우고 만다. 과거의 나레기는 반성해라..'라고 속으로 나 자신을 욕한다.


*WIKI : 여러 사람이 함께 글을 쓰고 수정할 수 있는 게시판 형태의 협업 툴.


*BTS : Bug tracking system의 약자. 모든 업무들을 개별 Ticket(To-Do) 화 시켜두고 진행상황을 가시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툴.





10:00 AM


: 스펙 리뷰 준비하기


일단 오늘은 오후에 스펙 리뷰가 있기 때문에 기획서에 놓친 부분은 없는지, 수정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기획서는 사실 100%가 없다. 보면 볼수록 계속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보인다. (나만 그런 건가.)


더 이상 수정할 부분이 없다고 생각되면, 스펙 리뷰를 위한 스크립트를 작성한다.(= 발표 스크립트) 개인 성향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내가 내 손으로 작성한 문서라고 할지라도 그걸 실시간으로 읽으면서 바로 말로 전달할 때는 또 새롭게 느껴진다. 당황하는 상황을 너무 싫어하는 나는 항상 미리 스크립트를 작성한 상태로 리뷰 미팅에 들어간다. 정리된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기획서 리뷰를 진행하는 것이 내 마음도 훨씬 편하고 듣는 사람도 더 이해하기 쉽다.


*스펙 리뷰 : 간단히 말하자면 신규 기능에 대해 작성한 기획서를 프로덕트 멤버들에게 설명하고 피드백받는 자리이다.





11:00 AM


: 팀 미팅


현재 진행하고 있는 태스크들에 대한 진행상황과 이슈 사항을 팀 멤버들과 공유하는 시간이다. 사실 기획자들은 같은 팀에 속한 기획자가 아니라 다른 팀의 개발자, 디자이너 등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같은 팀이라고 할지라도 각자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은 그러한 편이다.) 이런 시간이라도 있어야 어떤 스펙들이 현재 진행 중인지, 다른 멤버가 진행 중인 스펙 진행 상황이 내가 담당하는 스펙에 영향은 없는지 등과 같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담당하고 있는 스펙에서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서 팀 멤버들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가끔은 너무 혼자 깊게 고민하는 것보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피드백 한 번 받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역시 미련하게 혼자 끙끙거린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12:30 PM


: 점심시간


점심시간엔 주로 강쥐랑 놀거나 침대에 누워서 쉰다. 강아지랑 놀면서 사라져 가는 인류애를 끌어올린다.





14:00 PM


: 스펙 리뷰


오늘의 메인 업무인 스펙 리뷰 미팅 진행. 여태 정말 많은 리뷰를 진행해왔지만 매번 심장이 두근거린다. 과연 오늘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개발, 디자인, QA 등 꽤 많은 멤버가 모이는 자리에서 내가 작성한 문서를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나 같은 소심쟁이는 항상 너무 떨린다. (그나마 Zoom으로 진행하면서 훨씬 덜 긴장하게 되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오프라인 미팅으로 진행했었을까.. 아찔하다.)


가장 먼저 기획 배경, 의도를 전달하고 전반적인 UX 플로우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 이후 디테일한 스펙에 대해 전달한다.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들어오는데 그럴 때에는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말이 되는 답변을 만들어서 대처한다. 사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있다. 뇌를 거치치 않고 그냥 본능적으로 말이 나가는 경험. 그거 제가 종종 하고 있습니다 (머쓱)


내가 놓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은 그냥 바로 수용하고 업데이트하면 되는데, 기획 의도나 UX적인 측면에서 다른 의견이 들어올 때는 종종 난감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결정/판단/요소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의되기는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정성적인 요소들이 기획서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남을 설득하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남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기획자의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15:00 PM


: 기획서 업데이트


다행히 이번 리뷰는 무사히 넘어갔다. 그럼 이제 일단 까먹기 전에 회의록을 먼저 작성해두고 리뷰에서 받았던 피드백 사항들을 기획서에 반영한다.


입사 1년 차 시절엔 이 리뷰에서 받는 피드백들이 다 너무 아프게 느껴졌다. 내가 많이 부족하고 똑똑하지 못해서라고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했다. 하지만 요즘은 멘탈이 세져서 '좋은 의견 감사 ~ 역시 프로덕트는 함께 만들어가는 거지 ~'라고 정신 승리하면서 차분히 기획서를 수정한다. 자학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기획서 업데이트해서 공유해야 된다.



: 메신저 답장하기


회의 진행하는 동안 잠깐 슬랙을 안 보면 또 엄청나게 많은 메시지가 쌓여있다. 모든 회사원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누군가가 메신저로 "OO님,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하는 순간 내 삶은 안녕해지지 못한다.


좋은 소식, 기쁜 소식보다는 어려운 소식, 골치 아픈 소식, 일 늘어나는 소식으로 나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주로 많이 받는 질문들

- 이 스펙 이렇게 구현해도 괜찮을까요?

- 이 경우의 기대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 이 안건 목표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 이 스펙 언제 릴리즈 되나요?

- 이거 우선순위 정해주세요.

- 보안검토 완료됐나요?

- 이 스펙 이상한대요?

- 기타 등등





16:00 PM


: 프로젝트 위클리 미팅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든 멤버들이 모여서 각자 진행 상황/이슈 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각 안건에 대해서 개별 파트들이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마음이 좀 편안해지기도 하고, 마케팅 퍼포먼스에 대한 내용을 공유받을 수 있어서 나름 흥미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17:00 PM


: 로드작성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스펙/프로젝트를 진행할지 로드맵을 작성하는 업무는 연말 연초에 진행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로드맵이라는 것이 조직에 따라 오히려 퇴보하는 툴이 될 수도 있는데 적어도 현재 속해있는 조직에서는 꼭 필요하다. 서로가 같은 로드맵을 보면서 한해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들을 협의해야 하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든다.


"그래, 이건 올해 꼭 해야지", "이건 작년에 못했으니까 해야지" 하면서 작성하다 보면 금세 태스크들이 다 차 버린다. 근데 이거 우리 1년 안에 다 할 수 있을까? (아니)





18:00 PM


: 자질구레하지만 안 하면 안 되는 업무처리


BTS 상태 체크. 보안/법무 검토 요청하기. WIKI 코멘트 답변하기. 신규 기획서 작성 전 타사 서비스 리서치하기. 프로세스 가이드 만들기. 데이터 분석 의뢰하기. AB test 계획 설계하기. 디자인 시안 피드백하기. CS팀 문의사항 확인하기. 리뷰 미팅 잡기(다들 비는 시간 찾기가 어려워서 미팅 잡는 것도 일이다..)





19:00 PM


: 업무 종료


내일의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오늘의 내가 미뤄버린 업무들을 트렐로에 리스트업하고 퇴근한다. 이거 안 해두고 퇴근하면 다음날 홀랑 다 까먹는다. (거의 무슨 메멘토...)





이전 07화 취준생 서비스기획/UX포트폴리오 만들기 ep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